V리그 여자부에서 역대 가장 압도적인 신인은 단연 2005-2006 시즌의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이었다. 2005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GS칼텍스의 치열한 꼴찌 쟁탈전(?) 끝에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입단 첫 시즌부터 흥국생명을 우승으로 이끌며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를 휩쓸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 입단 후 4년 동안 흥국생명을 세 번이나 우승시킨 후 일본리그로 진출했다.

김연경 만큼의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선수는 없었지만 V리그에는 김연경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신인 선수들이 들어왔다. 고교시절부터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있었고 여자부에 제6구단이 생겨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중앙여고의 김희진(IBK기업은행 알토스)과 남성여고의 박정아(도로공사)도 있었다. 선명여고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 힐스테이트)도 빠지면 섭섭한 이름.

하지만 2014-2015 시즌의 이재영을 끝으로 한 동안 입단과 동시에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슈퍼루키'는 그 계보가 끊어졌다. 프로배구가 본격적으로 자리잡으면서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의 격차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각 구단에는 아직 고등학생 신분의 신인들이 쟁쟁한 언니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며 코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팀 내 백업 세터로 자리 잡은 1,2순위 신인 한수진과 이원정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을 존경한다는 한수진은 한국배구연맹에 레프트로 등록돼 있지만 GS칼텍스에서는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을 존경한다는 한수진은 한국배구연맹에 레프트로 등록돼 있지만 GS칼텍스에서는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사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이재영이나 강소휘(GS칼텍스 KIXX), 지민경(KGC인삼공사) 같은 확실한 거포 유망주가 없었다. 이에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던 GS칼텍스에서는 신장(165cm)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 수원전산여고의 멀티 플레이어 한수진을 지명했다. 한수진은 작은 신장 때문에 공격수로는 한계가 있지만 세터와 리베로를 겸할 수 있어 활용가치가 큰 선수로 꼽힌다.

이미 나현정이라는 국가대표 출신의 뛰어난 리베로를 거느리고 있는 GS칼텍스에서는 이번 시즌 한수진을 세터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수진은 시즌 개막 후 5번째 경기였던 11월4일 흥국생명전에서 주전세터로 출전하기도 했다. 비록 2라운드 첫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5경기에 결장했지만 최근에 다시 복귀해 GS칼텍스의 백업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사실 이나연과 안혜진이라는 젊은 세터를 둘이나 보유한 GS칼텍스에서 한수진마저 세터로 나서면 포지션 중복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당장 한수진이 풀타임 주전으로 나설 수 없다면 한수진을 원포인트 서버에 이은 후위 수비수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수진은 이번 시즌 4득점 중에 서브득점으로만 3점을 올리고 있을 만큼 날카롭고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다.

2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된 선명여고 출신의 세터 이원정도 8경기에 출전해 주전 이효희의 백업세터로 제법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원정이 기록하고 있는 세트당 4.0개의 세트 성공은 1순위 신인 한수진(3.65개)보다 뛰어나다(물론 여기엔 한수진의 부상 공백이나 도로공사와 GS칼텍스의 공격력 차이는 고려되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지난 여름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 염혜선(기업은행)의 백업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이소라 세터가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이효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세터는 이소라가 아닌 이원정이다. 김종민 감독이 국가대표 출신의 검증된 백업세터 대신 2000년생의 어린 세터를 백업으로 중용하는 것은 그만큼 이원정 세터에게서 이효희 세터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1세트 후반에만 연속 3블로킹 기록한 김채연의 남다른 감각

 흥국생명의 신인센터 김채연은 공격과 토스 등에서 무르익지 않았지만 프로에서 충분히 통하는 블로킹 감각을 가지고 있다.

흥국생명의 신인센터 김채연은 공격과 토스 등에서 무르익지 않았지만 프로에서 충분히 통하는 블로킹 감각을 가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1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는 4연패에 빠진 흥국생명과 2연패 중인 인삼공사가 연패탈출을 위해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새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나 킥카와 토종거포 이재영이 40득점을 합작한 흥국생명의 3-0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날은 양 팀 주력 선수들의 화력대결 못지 않게 신인 김채연(흥국생명)과 우수민(인삼공사)의 '막내 대결'도 배구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1라운드 5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미들브로커 김채연은 이번 시즌 김수지(기업은행)의 이적으로 중앙이 허전해진 흥국생명에서 10경기에 출전하며 제법 많은 기회를 얻고 있다. 김채연은 확률 높은 속공을 주로 하는 중앙공격수임에도 공격 성공률이 31.25%에 불과하고 보조세터 역할도 그리 뛰어난 편이 못 된다(배구에서는 랠리 도중 세터와 리베로가 수비에 참가하면 전위에 있는 센터가 2단 토스를 전담한다).

하지만 김채연에게는 남다른 재능이 있다. 바로 센터 본연의 임무이자 경기 흐름을 단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최고의 무기, 블로킹이다. 김채연은 10일 인삼공사전에서도 1세트, 그것도 20점 이후의 승부처에서 무려 3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알레나 버그스마가 두 차례, 한송이가 한 차례 김채연의 벽에 막혀 고개를 숙여야 했다. 팀 블로킹 최하위(세트당 1.66개) 흥국생명에게 뛰어난 블로킹 감각을 가진 루키 김채연은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인삼공사는 GS칼텍스에서 이적한 한송이가 주전 한 자리를 확보한 가운데 한송이와 짝을 이룰 레프트 한 자리는 3라운드가 진행되는 현재까지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주전이었던 최수빈이 '풀타임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는 가운데 지민경은 공격에 비해 수비, 특히 리시브 성공률(29.31%)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주전 레프트의 고민이 있을 때 등장한 선수가 바로 대전 용산고 출신의 신인 우수민이다.

물론 우수민의 시즌 성적은 5경기 13득점에 공격성공률 28.21%, 리시브 성공률 11.76%로 아직 서남원 감독의 기대에는 한참 부족하다. 하지만 우수민은 10일 흥국생명전에서 알레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0.16%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며 7득점을 올렸다. 12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 역시 오지영 리베로(22개) 다음으로 많았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단계임을 고려하면 우수민의 활약은 결코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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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한수진 이원정 김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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