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7세의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가 캄프 누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몰랐다. 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전설이 될 줄 말이다.

축구선수로서는 너무나 작은 신장(169cm)에 왜소해 보이는 그가 덩치 큰 수비수들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바르셀로나 현지 팬들은 당시 그에게 '벼룩'이라는 별칭을 달아주었다.

15년이 지난 현재 그는 바르셀로나의 살아있는 신화다. 에이스를 상징하는 '10번' 유니폼을 입고 30회의 우승을 이끌었고,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진다는 상, 발롱도르(프랑스어로 황금공)도 5번이나 수상했다. 

보잘 것 없어 보였던 '벼룩' 리오넬 메시(30)는 이제 '황제'라는 수식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펠레, 마라도나와 필적하고 있는 그가 11일(한국시각) 열린 비야 레알과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1부리그) 경기에서 오래도록 깨지지 않을 이정표를 세웠다.

리오넬 메시에겐 너무나 평범한 기록, '525호골'

 리오넬 메시, '득점기계' 게르트 뮐러와 어깨 나란히 하다

리오넬 메시, '득점기계' 게르트 뮐러와 어깨 나란히 하다 ⓒ FC바르셀로나 구단 공식 홈페이지


바르셀로나가 1-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37분, 승리를 확정짓는 메시의 쐐기 골이 터졌다. 페널티 박스 바깥쪽에서 볼을 잡은 메시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절묘한 왼발 슛으로 상대의 골망을 흔든 것이다.

골을 넣기에 앞서 메시의 움직임은 정말 대단했다. 메시는 수비수를 제치기 위해 그 어떠한 현란한 기술을 부리지 않았다. 그저 볼을 잡고 전진했을 뿐, 헛다리나 플립 플랩과 같은 기술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물론 메시의 '전진'에 수비수 두 명은 맥없이 쓰러졌고, 그는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통산 525번째 골(2004~현재)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하며, 게르트 뮐러(1965~1979, 바이에른 뮌헨)가 세운 단일 클럽 통산 최다골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메시는 2017년 한 해 동안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49골)을 올리고 있다. 특히 올 시즌 리그에서 14골(15경기)을 기록하며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고, 바르셀로나도 '에이스'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2위 발렌시아를 승점 5점차로 밀어내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메시는 어느덧 서른 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도달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눈부신 활약으로 바르셀로나의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도 메시의 가장 큰 장점은 '헌신'이다. 골 욕심을 내는 것이 당연한 공격수지만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스스럼없이 볼을 내준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직접 공을 배분하며, 수비 역할도 충실히 한다.

전문가들은 "메시가 욕심을 부렸더라면 더 많은 득점을 올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팬들은 엄청난 실력에 헌신까지 갖춘 메시를 향해 '메느님(메시+하느님)'이라는 별칭까지 달아주었다.

바르셀로나 감독 발베르데는 비야레알과의 경기 이후 "메시의 기록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에겐 너무나도 평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정말 눈부신 이 득점 기록도 메시에겐 평범함 그 자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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