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한 팀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를 떠나보내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선수 못지않게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인 만큼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고, 구단 입장에서도 팬들만 바라보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니퍼트와 두산의 동행이 계속될 수 없었던 이유이다.

두산은 1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투수 조쉬 린드블럼을 총액 145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재계약 여부를 놓고 구단과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2011년 KBO리그 데뷔 이후 줄곧 재계약 도장을 찍었던 니퍼트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와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구위, 특히 올해 정규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니퍼트의 올 시즌 연봉이 21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큰 금액에 대한 부담도 존재했다. 한 시즌을 건강하고 꾸준하게 보낼 수 있는 투수를 찾기를 원했고, 린드블럼이 그 주인공이 됐다.

 2011년부터 7년간 94승을 기록한 니퍼트가 결국 두산과 작별했다.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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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94승' 니퍼트의 상징성, 그러나 더 중요했던 것은 '지금'

니퍼트는 7시즌 동안 185경기에 등판해 94승 43패 ERA 3.48, 2015년(6승)을 제외한 나머지 시즌에서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해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지난해에는 22승을 기록하며 KBO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올 시즌에도 14승을 기록해 자존심을 지켰다.

올 시즌 니퍼트의 성적은 30경기 14승 8패 ERA 4.06으로 2015년(ERA 5.10)에 이어 데뷔 이후 두 번째로 4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2015년에는 등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20경기 6승 5패 ERA 5.10에 그쳤고,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니퍼트는 그해 포스트시즌에서 거짓말과 같은 활약으로 팀의 업셋 우승을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5경기에 등판해 32.1이닝 동안 단 2실점,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는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정규시즌 부진에도 팀이 니퍼트를 한 번 더 믿기로 결심한 계기가 됐고, 이듬해 22승을 기록하면서 팀의 믿음에 부응했다.

2년이 지난 올해, 니퍼트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전반기 17경기 9승 6패 ERA 3.41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으나 후반기에는 13경기에 등판해 5승 2패 ERA 4.99를 기록해 다소 불안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동안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한국시리즈 2경기 1승 1패 11.1이닝 ERA 7.94로 에이스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1981년생인 니퍼트의 나이는 내년이면 38세로, 예년과 비교해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산도 이 점을 우려했고, 많은 돈을 안겨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에반스, 보우덴과 함께 보류 선수 명단에서 빠진 상태로 협상을 진행했다.

정확한 액수가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노쇠화와 구위 걱정 등 많은 불안 요소 속에서도 니퍼트는 확실한 대우를 받기를 원했다. 두산은 니퍼트의 상징성과 기여도를 인정하면서도 팀의 성적을 위해서는 무리하게 재계약 협상을 이어갈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7년간 계속된 니퍼트와의 동행은 마침표를 찍었다. 통산 100승까지 6승만을 남겨둔 니퍼트가 다른 팀을 알아볼지, 이대로 현역 생활을 마감할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

 올시즌 애디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롯데에 복귀한 린드블럼이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올시즌 애디튼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롯데에 복귀한 린드블럼이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 롯데 자이언츠


'심경 고백부터 계약 발표까지' 뜨거운 관심 속에서 둥지 옮긴 린드블럼

오늘(11일) 가장 뜨거웠던 인물 중 한 명, 바로 린드블럼이다. 두산의 계약 발표에 앞서 11일 오전 린드블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단은 진정으로 협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언론에 저의 딸 먼로의 건강에 의구심을 제기해 이 때문에 롯데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핑계를 여러 번 암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구단은 사실에 왜곡되는 발언들로 언론 플레이를 이어나갔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재계약 협상에서 있었던 불만을 모두 토로한 것이다.

그러나 롯데 측에서는 곧바로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라도 딸 먼로의 문제에 대해 얘기한 적이 없다. 항상 성심성의껏 대했고 계약 협상에서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라고 린드블럼의 글에 대해 반박했다. 이미 원소속구단인 롯데와 재계약을 포기한 상태에서 게시한 글이지만, 그로 인한 파장이 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산이 린드블럼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며 린드블럼의 최종 목적지가 결정됐고,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이다.

관심과 논란 속에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린드블럼은 1987년생으로 니퍼트보다 6살 젊다. 30대 초반의 투수를 영입하며 노쇠화 걱정을 덜어냈다. 2015년에 KBO리그에 데뷔한 이후 세 시즌 동안 74경기에 등판해 28승 27패 ERA 4.25로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긴 점 역시 매력적이었다.

올 시즌 두산이 니퍼트에게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전성기만큼의 이닝 소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두산 입장에선 린드블럼이 넓은 잠실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자신의 몫만 해준다면 든든한 야수진의 지원을 받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니퍼트까지 팀을 떠나면서 올 시즌 두산은 외국인 3인방을 전원 교체했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며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다시 정상에 도전하는 두산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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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KBO 기록실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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