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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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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초, 비트코인은 변동성의 끝판왕 느낌이다. 하루에 20% 오르는 것을 예사로 해서 한국 가격 기준 2500만 원까지 갔던 비트코인은 12월 10일, 그러니까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고대해 마지않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선물 거래 시작일에 1500만 원 이하로 밀려났다.

갑자기 비트코인이 급등하는 이유를, 언론은 시카고선물거래소(CME)와 CBOE의 선물 거래 개시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던 와중에, 어떤 기사는 한 헤지펀드 매니저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선물 거래가 시작된다는 것은, 숏 포지셔닝 역시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 선물 거래는 기본적으로 도박이다. 선물 거래가 시작된다는 것은, 많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듯이 기관의 막대한 투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의 상하 방향성을 가지고 도박을 시작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주식 시장에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방법인 공매도 이후 숏 커버링에 비하면, 선물 시장에서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방법은 훨씬 더 간단하고 일상적이다. 주식 시장에서 숏 포지션은 공매도 후 매입 반환이라는 다소 번거롭고 예사롭지 않은 방법을 사용해야 하지만, 선물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방법이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주말에 벌어진 비트코인 시세 급락에 대해서, 언론은 정부의 규제 움직임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중국처럼 비트코인 출금을 규제하기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비트코인 약세의 유일한 원인이라면, 그 영향은 단기적 여파에 그칠 것이다. 8·2 대책이 서울 부동산 시장을 잡지 못했듯이, 정부 규제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힘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규제라는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실질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튤립 버블에 비견되는 급상승 랠리에 뜨거워진 투자자들의 머리에 한 양동이의 차가운 물이 쏟아진 것이다. 거래소에 보관되어 있는 비트코인 가격이 뛰어오른다 해도, 그것을 현금으로 출금하지 못한다면 확실히 투자의 매력은 떨어진다.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도 힘들어진다.

선물거래로 인해 숏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훨씬 쉬워지는 것도,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에만 베팅해야 했던 투자자들을 두 무리로 나누기 시작할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점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구입하지 않는 선택 외에는 별다른 의사표시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선물 거래 시장에서 직접 돈을 걸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실질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좀 더 현실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게 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교환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부정한다.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는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거래에 필요한 화폐 수요를 절대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반면, 역시 많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는 유효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사실상 국가 파산 상태인 베네수엘라에서 가상화폐가 사용되는 것을 보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비상 상황에서 긴급 피난 용도로 쓰기에 가상화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마이클 케이시와 폴 비냐도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에서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이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주 전, 한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2018년 말 비트코인 시세가 4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런데 한 달도 못 되어 비트코인 가격은 두 배로 뛰었다. 이제 선물 거래 시장이라는 제도권으로 유입된 비트코인은 자신이 근거 없는 유망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전에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태그:#비트코인, #선물 거래, #정부 규제, #교환 수단, #가치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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