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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9호선, 왜 파업인가?

11월 30일 시한부 부분파업에 돌입했던 서울지하철선 9호선 노동자들이 지난 5일 막하 운행 종료 시각을 기해 파업을 끝냈다. 서울지하철 9호선 노조는 2017년 1월 창립했다. 노조는 승무, 역무, 기술 각 분야에 각각 15명의 신규채용을 요구하면서 사측과 7차례 본 교섭, 9차례 실무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노조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파업에 대비한 대체인력 교육, 노조탈퇴를 강요했다. 주무부처로서 책임져야 할 서울시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에 노조는 전 조합원 85% 찬성으로 파업에 돌입했던 것이다.

노조가 인원 증원을 요구하는 것은 승객의 편의와 안전 그리고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매우 정당하다. 1km당 운영인력이 타 회사의 40명, 66명에 비해 62.5%, 37.9% 수준으로 25명에 불과하다. 반면 직원 1인당 수송실적은 15만 명, 16만 명에 비해 162.5%, 173.3%인 26만 명이다. 운전시간인 승무율은 44%, 46%에 비해 64.6%로 매우 높다. 타 회사에 비해 월 3~4일을 더 일한다. 1인 승무와 1인 상시 역무는 시민불편을 증대시키고 시민안전과 노동자건강을 위협한다.

서울메트로 9호선은 2004년 12월에 설립되었고, 2007년 초에 착공하여 2009년 7월에 개통됐다. 8년 5개월 동안 서울 한강 이남 동서 구간을 운행하며 도시철도시스템 중 유일하게 급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2년 서을지하철 9호선 건설 계획 당시 서울시가 총사업비를 투자하기로 했으나, 2004년 16.3% 민간 투자를 조건으로 운영권을 30년간 서울메트로 9(주)에 넘겼다. 서울지하철 9호선 본사는 프랑스계 두 회사가 출자해 만든 RDTA가 80%, 현대로템(주)이 20% 비율로 투자금액은 10억 원이고 있고 직원 수는 20명에 불과하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9(주)은 승무, 역무, 기술업무에 연간 수수료 700억 원을 지급하고 10년 단위로 재계약 한다. 2009~2015년까지 7년간  RDTA는 당기순이익 중 234억 원을 배당받았다. 2015년 배당액은 당기순이익 29억 원의 82.8%인 24억 원이다. 건설비와 이자를 포함해 매년 발생하는 적자는 서울시가 부담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의 행태

지난 달 30일 오전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달 30일 오전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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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는 IMF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20주년 되는 해이다. 1997년 11월 21일 한국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신 전적으로 IMF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등 4대부문에서 구조조종을 단행했다. 그 내용은 민영화, 개방화, 금융화, 노동시장유연화로 나타났다. 촛불항쟁 이후 용어를 빌리자면 지난 시기의 적폐를 청산하고자 한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IMF 외환위기는 미재무부와 뉴욕월가 금융복합체의 전 지구적 금융지배전략에 따른 동아시아 금융위기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외환위기를 자초한 것은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가 자본시장자유화를 추진하고 1996년 12월 OECD에 조기가입 하는 등 급격하게 '세계화'를 추진한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가지고 있었거나 '패거리자본주의'로 비판받았던 재벌중심체제만이 원인이었다면 외형적이기는 했어도 2년도 채 되지 않아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IMF프로그램은 가혹했다. 재벌대기업은 통폐합되거나 다국적기업에 팔려나갔다. 은행들 역시 폐쇄되거나 민영화의 미명하에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에 헐값으로 매각됐다. 공기업 역시 매각되거나 민영화됐다. 노동자들은 대량으로 해고되었고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1971년 닉슨쇼크 이후 대처리즘이나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던 금융지배전략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고착화됐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자본주의 체제가 공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금융의 세계화이자 금융투기자본의 약탈을 가속화하는 것이었다. 한국사회는 이들 카지노자본주의의 금융사냥꾼들을 선진금융의 전도사로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먹튀행각을 '선진금융기법'으로 찬양하는 우를 범해 왔다. 지난 20년 동안 금융투기자본은 다음과 같은 행태를 보였고 그만큼 폐해를 낳았다.

금융투기자본의 폐해 몇 가지

첫째, 외환은행을 투기자본 론스타에게 헐값으로 매각한 것이다. 그것도 은행법을 위반한 채 불법적으로 거래됐다. 결국 4조6천억 원을 챙기고 먹튀한 론스타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FTA협정에 명시하고 있는 '투자자 국가제소조항(ISD)'에 근거해 한국정부를 상대로 5조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에 있다.

둘째,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보듯이 투자회피, 기술유출, 회계조작, 공장폐쇄 등이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유치를 명분으로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경영권을 넘겼지만 기술만 빼나가고 말았다. 결국 회계조작을 통해 자산가치를 하락 시킨 결과 3000명에 달하는 정리해고와 수십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인도 마인드라 자본에 넘어갔으나 정리해고자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12월 1일 인도 원정투쟁을 떠났다. 2005년 오리온전기는 외자유치 4개 월 만에 기습적으로 청산되었고, 발레오공조의 해당 노동자들이 일본과 프랑스까지 원정투쟁을 하는 등 장기간 투쟁했으나 청산한 뒤 도주하고 말았다. 

셋째, 파산 직전의 기업이나 은행에 15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전부 회수되지 않았고 매각 시 조세를 포탈했다. 기업부채가 가계부채로 전환된 셈이다. 제일은행(현 SC은행)의 경우 17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으나 투기자본인 뉴브릿지 캐피털에 5천억 원에 경영권을 넘겼는데 7년 후 1조 2천억 원의 매각차익을 남겼으나 본사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이중과세방지협약에 따라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유유히 먹튀했다.

넷째, 고배당, 불법자산매각, 유상감자가 진행됐다. 금융투기자본은 장기적 투자가 아니라 단기적 투기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였다. 따라서 투자보다는 고배당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 주주총회 때만이 아니라 수시배당 방식으로 이윤을 챙겨간다. 심지어는 재산을 매각하기도 한다. 기업 파산 시 대주주는 책임을 물어 무상감자가 원칙이나 높은 가격으로 유상감자를 하고 반면에 소액주주에게 그 손해는 전가시킨다.

20년에 걸쳐 진행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격차 확대를 심화시켰다. 비정규직 1000만 시대. 14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 장시간 노동, 세계 최고의 자살률 등 사회적 문제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경쟁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공공부분에서조차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체제를 혁파하고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한다는 미명하에 지속적으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다. 민영화의 이면에는 금융투기자본의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시민안전과 노동조건 개선을 넘어선 파업

서울지하철 9호선의 경영목표는 고객안전과 행복을 '비전'으로 공익과 수익조화 성공적 민간투자사업을 '미션'으로, 안전, 고객, 행복, 열정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경영목표와 거리가 멀다. 서울시가 투자한 공공교통인 서울지하철 9호선을 민간투자사업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공익과 수익의 조화를 내걸고 적자 발생 시 서울시가 보전하는 데 민간사업이라 할 수 없다. 더욱이 고객의 안전과 노동자의 열정을 말하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서울지하철 9호선 역시 신자유주의 정책의 연장선 위에 있다. 말이 민간기업이지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은 쥐꼬리만한 투자를 통해 엄청난 순익을 챙겨가고 있다. 기간산업의 천문학적인 초기투자 주체인 서울시는 이들 투기자본에게 경영권을 내맡긴 채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착취와 수탈을 방조하고 있다. 적자발생 시에는 서울시가 보전하는 방식으로 땅 집고 헤엄치기 방식으로 돈을 벌어 먹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지옥철'로 변한 9호선을 이용하면서 불편이 증가되고 안전조차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강동, 강서지역 개발에 따른 인구유입으로 혼잡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1인 승무와 1인 역무는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하철역내 상권화로 인한 대피로 축소도 비상시 안전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시민의 안전과 동시에 지하철노동자의 건강과 노동조건에도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은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기본적인 경영방침으로 삼는다. 운행, 유지, 보수분야에 지급할 인건비를 절대적으로 낮게 유지하기 위해 포괄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휴일근무를 포함한 장시간 노동은 기본이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이직률과 기술력 저하도 나타난다. 한편,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번 서울지하철 9호선 노동자들의 파업은 시민안전과 노동조건을 개선뿐만 아니라 금융투기자본의 약탈에 맞선 투쟁이었다. 나아가 교통의 공공성을 지켜내는 투쟁이었다. 서울시와 정부는 초국적 금융투기자본에 맡겨진 서울지하철 9호선의 운영권을 되찾아 공공교통의 모범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자문위원(평등노동자회 대표) 입니다.



태그:#지하철 9호선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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