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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11월 30일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전날 발사 영상에서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왼쪽)과 전일호 군 중장(오른쪽)이 발사명령을 받은 듯 무언가 외치는 모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를 참관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11월 30일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의 전날 발사 영상에서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왼쪽)과 전일호 군 중장(오른쪽)이 발사명령을 받은 듯 무언가 외치는 모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를 참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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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9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 15형의 발사로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한반도 군사안보정세에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북한은 핵무력 완성 선언을 기점으로 과감한 대화 개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월 1일 최근 북한을 방문한 러시아 하원의원 대표단의 비탈리 파신의원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라며 "화성 15형의 성공으로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목표를 달성했으며 이제 미국과 협상을 벌일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흘 뒤인 5일에는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북한의 초청으로 방북했다. 이는 2010년 2월 당시 린 패스코 사무차장 방북 이후 7년 10개월만의 유엔 고위급 인사의 방북이다. 또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방북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유엔과 IOC를 통해 대화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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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력 완성' 선언 계기로 대화 행보 나서는 북한

반면 미국은 정반대로 군사적 대응과 관련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2월 2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과의 전쟁가능성이 매일 증가하고 있다"라며 "무력 충돌에 이르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그는 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에도 직접적인 위협일 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의 자체적 핵무장 가능성이라는 위협을 제기한다"라며 "북핵 문제의 또 하나의 중대한 위협은 김정은이 이러한 무기들을 다른 나라에 확산시키거나 파는 것"이라고 북핵이 주변국으로의 핵확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4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전 유엔 주재 미 대사이자 대선 당시 트럼프의 외교고문이었던 존 볼턴의 영국 하원 방문기사를 게재했는데, 볼턴이 미 중앙정보국(CIA) 수뇌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3개월이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기사를 작성한 마크 세돈 전 유엔사무총장 언론 특보는 "3개월의 데드라인은 선제타격임을 뜻하는 것이 명확하다"라고 적었다.

지난 12월 7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전 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평창올림픽에 미국이 참가하는 것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발언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의미"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와 관련해 "(미국민의) 안전에 문제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이미 지난 9월에 미국 올림픽위원회가 평창올림픽 공식 참가를 결정했으며 11월 30일 한미정상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고위급 인사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약속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시기는 미 중앙정보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저지를 위해 주어졌다는 3개월의 데드라인 시점과 일치한다. 3개월 뒤에 한반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관련해 존 매클로플린 전 미 CIA국장은 "북한이 정확성을 보장하는 유도기술을 갖추고 핵을 탑재한 ICBM을 미국까지 날려보낼 역량을 보유했다는 것을 확실히 증명할 경우 미국은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북 선제공격 카드와 주한미군 가족 철수 언급하는 미국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월 29일자 신문을 통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현장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일호 군 중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간부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월 29일자 신문을 통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현장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일호 군 중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간부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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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군사위원회 소속)은 한 발 더 나가 주한미군의 가족 동반 중단과 철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레이엄 의원은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고려할 때 한국에 미군 배우자와 아이들을 보내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국방부에 주한미군의 동반 중단을 요구할 것이며 한국에서 지금부터 미군 가족들을 철수시키기 시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핵탄두로 미국을 공격하는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선제공격이 최후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이 논의를 의회에서 할 필요가 있고 대통령에게는 (선제공격) 권한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 행정부와 의회 일각의 공격적 반응은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미 본토에까지 다다르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이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직접적 안보위협이 됐기 때문이지만 트럼프 정부가 국내적으로 처한 정치적 위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지난 12월 1일, 작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과 관련한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은 트럼프 정부 첫 국가안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을 전격 기소했다. 플린은 특검의 수사에 응하는 과정에서 형량 감경 협상(플리바겐)을 통해 트럼프의 사위인 제럴드 큐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이 작년 12월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소위 러시아 스캔들에 트럼프의 최 측근들이 직접적으로 관여된 것이 드러난 것으로써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특검의 본격적인 조사대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트럼프는 지난 5월 해임된 제임스 코미 당시 FBI 국장에게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라고 직접 요구한 사실이 밝혀져 사법방해죄의 혐의도 받고 있다.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해 중동지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논란을 일으킨 것이 낮은 지지율과 스캔들로 인한 '정치적 위기 돌파용'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국외의 문제로 관심을 돌려 회피하는 사안의 하나로 북핵문제가 이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반도 전쟁위기는 트럼프 정치적 위기 타개 위한 노림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7번째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후 24년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번이 7번째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후 2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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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정치적 노림수 여부를 떠나서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음을 드러내주는 사건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오바마 전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며 자신을 실패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했지만 그 결과는 북핵의 완성으로 귀결됐다. 트럼프는 북한의 화성 15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우리가 이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보인다.

지난 10개월 동안 사상 최대의 제재라는 안보리의 결의가 세 차례나 발동됐으나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꿈쩍도 않고 있으며 오히려 미국을 악마화하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강화해왔다. 트럼프가 매달려 왔던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도 이제 시효가 다 돼 가는 중이다.

지난 12월 3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평(사설)을 통해 "중국은 할만큼 했다"며 북한을 고립시키는 행위와 관련해 "중국은 비현실적인 구상에 협력할 의무가 없고 미국이 중국과 안보리를 통제할 지휘권을 갖고 있지도 않다"라고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정치 세미나에서 "(미국이) 유엔안보리 결의에 부합하지 않는 요구를 제기하거나 결의 이외의 조치 일방적인 행동에 나선다면 중국은 결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역시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없던 두달 여의 기간동안 미국의 지속적인 군사훈련이 북한 정권을 자극해왔다며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박을 규탄하지만 미국의 도발적 행동 역시 비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실패한 상황에서 군사적 카드를 거론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 실행시 북한의 장사정포 등이 서울을 겨냥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위험이 따르지 않는 군사적 해법은 없다"는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맥매스터의 발언은 섬짓하기까지 하다.

미국은 한반도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 기억해야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미국의 안보위협으로 인식해서든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든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수단을 통한 전쟁 유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북핵문제 해결의 완벽한 실패를 의미할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소중하다면 한국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석진씨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주간 뉴스레터 'watch M' 제119호에 실린 칼럼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태그:#대북 선제공격, #한반도 전쟁위기, # 북 핵무력 완성 ,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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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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