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스위핑을 하고 있는 소양중 컬링부 박영호 선수, 뒤 박민우 선수

앞 스위핑을 하고 있는 소양중 컬링부 박영호 선수, 뒤 박민우 선수 ⓒ 현빈


"얍얍!!" "더더!!"

지난 8일 오후 8시. 서울 노원구 태릉 컬링 빙상장에서 선수들의 구령소리가 새어나왔다. 브러시를 들고 스톤을 따라가며 열심히 스위핑(브러시질)을 하는 선수들은 대한민국 컬링 중등부 국가대표, 소양중학교 컬링 팀 선수들이다.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선수들은 약간은 쑥스러운 듯 인사를 했다. 하지만 태극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상체를 쭉 펼 때는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들 소양중학교 컬링 팀은 올해 6월 열린 '2017 한국중고컬링경기연맹회장배' 대회 남자 중학부에서 우승을 차지, 청소년 국가대표라는 영애를 거머쥐었다.

게다가 부상으로 캐나다 전지훈련 참가 자격과 훈련비 상금 4100만 원 받아 연수를 다녀왔다. 캐나다 연수 후, 다시 한국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소양 중 컬링 팀 선수들(박영호·오규남·최원영·강민준·박민우·김명현)을 만났다.

캐나다 전지훈련으로, 자신감 충전

선수들이 컬링을 시작하면서부터 꿈꿔 온 캐나다 연수는 11월 15일부터 29일까지 14박 15일의 일정으로 에드몬튼에서 진행되었다. 주요스케줄은 '쉐어우드파크 컬링본스필(sherwood park curling bonspiel)'과 '라콤베 컬링클럽 본스필(lacombe curling bonspiel)'에 참가하는 것과 그 사이 캐나다 중등부 컬링 팀과 친선경기를 하는 것이었다. 캐나다에는 각 컬링클럽에서 개최하는 경기가 매년 열리는데,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캐나다 컬링의 현장을 보고 경험하는데 있어 최적의 방법이었다.

"(컬링 장)얼음이 너무 좋아서 스톤이 쭉쭉 나갔어요."
"경기 전 동네 컬링 장에서 연습을 했는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65세에서 80세까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빙상 장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캐나다에는 컬링장이 2200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부러웠어요."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캐나다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나눈 교감은 오래도록 기억남을 것 같아요."


'컬링 강국' 캐나다 연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에 대해 묻자 선수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캐나다에서 국민스포츠로 사랑받는 컬링의 모습을 보고, 캐나다의 또래선수들과의 교감한 경험은 소중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성과는 선수들이 컬링에 대한 자신감을 충전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었죠. 이번엔 캐나다 경기장에 적응이 안 되서 실수들도 있었지만, 다음엔 정말 우승할 수 있어요."

 소양중 컬링팀 선수들. 왼쪽부터 오규남, 강민준, 최원영, 박영호, 박민우, 김명현 선수

소양중 컬링팀 선수들. 왼쪽부터 오규남, 강민준, 최원영, 박영호, 박민우, 김명현 선수 ⓒ 현빈


포부를 밝히는 1학년 강민준 선수는 눈빛을 빛냈다. 소양중 선수들은 캐나다에서 두 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17일 시작 첫 대회는 2승 2패를, 24일 열린 두 번째 대회에서는 3승 1패로 4강 진출을 겨루는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캐나다 빙상의 빙질이 한국과 다르게 워낙 매끄러워서 익숙해지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어릴 때부터 컬링을 해온 컬링강국 캐나다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쳤다는 데서 우리 선수들 정말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우리 선수들 이번 대회 참가를 통해 세계 속에서도 기죽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그게 이번 대회 참가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 소양중학교 컬링 지도자인 현빈 코치

컬링은 16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됐는데, 당시 겨울철 매끈한 돌을 빙판 위에서 굴리며 서로의 돌을 밀고 쳐내는 방식의 놀이였다. 18세기 후반 캐나다로 이주한 스코틀랜드인들이 이를 체계적으로 가다듬어 현대적 의미의 컬링을 만들어냈다. 컬링 강국 캐나다의 컬링 역사는 200년을 훌쩍 넘긴다. 컬링은 캐나다의 대표적인 국민 스포츠로 케나다 내에 컬링 팀만 무려 1000여 팀이 있다. 주말이면 동네의 커뮤니티센터에 있는 컬링 장에서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어우러져 컬링을 한다.

"제가 생각한 대로 스톤이 움직였을 때 정말 좋아요"

소양중학교 컬링부는 2학년 3명, 1학년 3명 총 6명으로 이뤄져 있다. 현 팀원 중 가장 먼저 컬링 팀에 합류한 박영호 선수(2학년)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컬링 코치님께서 운동을 해 볼 생각이 없냐고 제안하셨다"면서 "저희 학교에 컬링 팀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컬링이 뭔지는 잘 몰랐는데, 빙상장에 가서 훈련하는 것도 보고 한번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지금은 하루 종일 컬링 생각만 해요"라며 활짝 웃었다.

"스위핑으로 죽어가는 스톤을 살려냈을 때 희열을 느껴요. 스위핑을 할 때는 전력달리기 하듯 온 힘을 다해서 해야 하거든요. 최선을 다해서 스위핑을 하고 제가 생각한 대로 스톤이 움직여 줬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최원영 선수(2학년)는 컬링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선수들은 인터뷰 중간 중간 여느 중학생들처럼 장난치고 깔깔대는 모습을 보였지만, 컬링에 대해 말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아. 내가 거기서 왜 그랬지!'하며 자기 머리를 치는 거예요. 제가 따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스스로 돌아보고 더 잘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참 예뻐요. 연습장이 멀어서 제가 직접 차를 운전해서 이동하고, 여름 겨울 전지훈련이면 집을 보름 이상씩 비워야하는 생활에 힘들기도 하지만, 노력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더 뒷받침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지게 되요." - 현빈 코치

 진나 11월 23일 캐나다 컬링클럽 팀과 경기 후 기념촬영 모습

진나 11월 23일 캐나다 컬링클럽 팀과 경기 후 기념촬영 모습 ⓒ 현빈


선수들은 귀국 후 쉬지 않고 바로 다음날부터 연습에 들어갔다. 전국동계체전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2학년 오규남 선수는 "하루라도 쉬고 싶긴 하죠. 하지만 우리 팀은 국가대표고 케나다 연수까지 다녀왔는데, 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반드시 우승할 거예요"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우리나라에 컬링 전용 장은 단 4곳으로, 소양중학교가 위치한 강원 춘천에는 아직 컬링장이 없다. 의암 빙상장에서 연습을 하기도 하지만 빙질이 컬링에 적합하지 않아 일주일에 세 번씩 왕복 3시간씩 걸려 원정 연습을 다닌다. 컬링은 매끄러운 빙질이 아니면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수들이 원하는 코스에 20kg 상당의 스톤(돌)에 회전력을 주어 보내려면 컬링에 맞는 빙질을 갖춘 컬링 전용장이 필요하다.

소양중학교 선수들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학교수업을 모두 듣고, 학교 수업이 끝난 4시 반에 모여 서울 태릉의 컬링장으로 출발한다. 학생들이 연습장에 도착하는 시각은 오후 6시, 2시간 연습하고 집에 오면 거의 10시가 된다. 학생들은 이후 컬링 전략을 구상하는 이론 공부와 연습을 하고 11시, 12시에 잠자리에 드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김희찬 강원도 컬링경기연맹회장은 "춘천은 초등 팀부터 중, 등 고등, 실업팀까지 최상의 기량을 자랑하는 6개의 팀이 있는데 비해, 전용경기장이 없다. 타 시도에 지불하는 대관료 및 훈련을 위한 이동 시간 등을 생각할 때 춘천에 전용 컬링장을 세우는 것이 절실하다. 또 컬링장은 관광도시 춘천의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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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인터뷰는 12월 8일 소양중학교 컬링팀 선수들과 지도자 현빈코치를 인터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컬링 소양중학교 소양중 컬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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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기, 글쓰기를 즐기는 사회복지사, 시민운동가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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