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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 정부는 일본 정부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기림비를 정식 수용하는 문서에 공식적으로 서명했다. 현재 국외에 존재하는 '위안부' 기림비는 19개. 이 중 대다수가 지역 시민단체의 지지 또는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세워진 것이라는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후 일본제국주의 아래에서 자행된 성노예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외에서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독일을 제외한 서부 유럽 내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을 이끄는 이들의 중심에는 단연 Justice for Comfort Women UK(저스티스 포 컴포트 우먼, '위안부' 피해자에게 정의를)가 있다.

영국 런던을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Justice for Comfort Women의 대표인 데비킴씨와 그의 남편 앤드류 젠슨씨를 11월 30일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홀본(Holborn)에서 만났다. 다음은 데비킴씨와의 일문일답.

"영국 노신사부터 일본인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활동"

Justice for ‘Comfort Women’ UK 대표 시민운동가 데비킴씨와 그의 남편 앤드류 젠슨씨.
 Justice for ‘Comfort Women’ UK 대표 시민운동가 데비킴씨와 그의 남편 앤드류 젠슨씨.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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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ice for Comfort Women UK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2015년에 TV를 통해 '위안부' 한일협정에 대한 소식을 듣고 분개했다. 평소에 나와 남편 모두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정대협에서 글로벌 액션(Global Action Week)'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했다는 글을 보고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런던에 '위안부' 관련 단체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설립된 어떤 단체도 찾을 수 없었고 그 때 우리가 시작하자고 함께 결정했다."

- 어떤 이들이 Justice for Comfort Women UK에 동참해오고 있나.
"연령대는 학생들부터 아주 나이가 많이 드신 영국인 노신사까지 다양하다. '위안부' 문제에 관해 활동한다고 하면 의례 한국인들만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주 참여하시는 분들 모두 함께 모이면 일본인을 포함한 다국적 단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인권 문제로 넓게 이해하기 때문에 그에 동조하고 자기 신념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분들이 나오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Justice for Comfort Women UK가 전개해오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Justice for Comfort Women UK는 굉장히 수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누군가가 제안을 하면 다른 누군가가 손을 잡는다. 그렇게 되면 다들 따라간다. 처음으로 한 집회는 한일 '위안부' 협정 이후 한국 대사관 앞에서 이루어졌다. 그때 남편이 실물 크기의 소녀상을 그려서 준비했다. 우리 둘을 제외하고 20명이 넘는 분들이 참여했다.

그 이후 일본대사관과 테이트 모던 박물관 등을 포함 다른 장소에서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 등을 해오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일 '위안부' 협정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후 런던에 강연을 하러 왔을 때 강연장에서도 피켓시위를 했다. 이 내용이 한국 뉴스 미디어에서도 다루어진 것으로 안다. 그 외에도 런던 내의 대학교에서 우리 회원인 일본인 교수님이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고, 대학 동아리 등과 함께 세미나를 열기도 하였다."

- 런던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한국에서 집회하는 것이랑은 굉장히 차이가 크다. 경찰관들도 우리가 안전하게 집회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최근에도 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집회를 했는데 런던 시민들이 절대 적대적이지 않다. 관심이 없으면 그냥 지나갈 뿐이지 많은 분들이 우리가 만든 리플렛을 받아주는 편이고 관심을 보인다.

내가 '위안부' 문제를 아시아의 홀로코스트에 비교하며 설명을 해주면 굉장히 놀란다. 아마 한국이 굉장히 발전한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에 특히 놀라는 것 같다. 때로는 지나가는 버스기사님들나 운전자들이 보고 동조한다는 의미해서 경적을 울려주는 경우도 있다. 바빠서 그냥 가셨던 분들이 나중에 메시지를 통해서 연락을 주시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뿌듯하다. 대학 등에서 개최한 강연이나 세미나도 굉장히 인기가 있는 편이다."

- 기억에 남는 순간은.
"살아있는 소녀상 퍼포먼스를 하면서 혼자 앉아있을 때 아이들이 내 옆에 뛰어다니는데 부모님들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 시위대랑 같이 있으면 엄마 아빠들이 보호 차원에서 아이들 손을 꼭 잡고 가고는 하는데 내가 혼자 그렇게 앉아있는 것이 일종의 시위임에도 불구하고 흔한 살아있는 동상 퍼포먼스와 비슷하게 보여서인지 부모님들이 전혀 제재하지 않더라.

그러면서 아이들이 '왜 저 사람 저렇게 앉아있지' 이런 식으로 물어보고 관심을 보이는데, 그때 그 사람들과 나 사이에 벽이 확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다.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서 사람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구나'라고 깨달았다. 이슈 자체가 쉬운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혹은 고통스럽지 않게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고 여운이 남는다라고 할까? 그래서 무엇이든 문화나 예술에 접목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장기 목표는 없다. 단기 목표로는 지금 8월 14일이 공식적으로 '위안부'의 날로 지정되었기 때문에 내년에 여러 이벤트를 할 계획이다. 그중에 하나가 할머니들이 아트테라피를 하면서 그리신 그림을 전시하는 것이다. 런던 내에 대학교에서 할 수도 있고 아니면 길거리 전시회도 괜찮을 것 같다. '위안부' 관련 영화 등도 좋지만 가끔씩 보면 너무 잔인하거나 이곳 정서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그림은 서정적이지만 그분들이 느끼는 살아남았다는 기쁨과 죄책감이 함께 잘 묻어나오니까 너무 좋을 것 같다."

"'위안부' 문제, 제대로 교육하고 제대로 알려야"

2016년 1월 6일 정오(현지 시각) 영국 런던 한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12차 수요집회.
 2016년 1월 6일 정오(현지 시각) 영국 런던 한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12차 수요집회.
ⓒ debbiee.ki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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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기림비를 영국에 설치할 생각이 있는지.
"개인 활동가가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장기간의 목표로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이다. 보통 민간이 주도해서 법적인 절차를 알아보고 지자체 등에서 지원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하는데 한국에 펀딩이 꽤 있다니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만약 영국에 세울 수 있다면 리버풀이 좋을 것 같다. 리버풀에 노예박문관과 노동박물관도 있고 힐스버러 사건 등도 일어나 산업화와 노예제 등으로 인해 아픔이 많은 도시이다.

그리고 바다가 있지 않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이 아트테라피를 하면서 그리신 그림 중 하나를 보면, 소녀들이 위안소에서 살아남아 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오다가 뛰어내려서 자살 시도를 한다. 조국 앞까지 왔는데 수치스러워서, 내 조국 땅을 살아서 못 밟겠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망망대해를 보면서 그리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리버풀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흔히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하면 정치적인 단체로 변질될 것을 우려해 이를 꺼리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정부에서 액티비즘 자체를 지원한다기보다 지역에서 작은 네크워크가 형성이 되었을 때, 지자체가 컨퍼런스 등을 통해 그러한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면 참 좋을 것 같다. 이번에 서울시에서 세월호 문제에 관해 열었던 서울포럼이 좋은 예이다. 네트워크가 확장되면 일단 많이 알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슈가 더 널리 알려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이슈에 관심이 있어서 자발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있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그분들이 원하는 바를 달성시켜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게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한 일이지 않은가. 우리는 일제시대에 벌어진 '위안부' 문제의 해결만 원하는 게 아니다. 더 나은 사회, 전쟁 없는 사회, 또는 전쟁 중에서의 여성의 인권 문제 등 지금 현재의 이슈들을 다룬다. 그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해당 이슈가 더 다루어지고 알려질수록 더 큰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 단계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교육하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교육하고 제대로 알려야 한다. 그리고 외교통상부 같은 기관에서 인터넷상에 게재되어 있는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성노예 피해 할머님들은 '나눔의 집'이라는 곳에 사신다. 그분들 연세에 받을 수 있는 정부지원금 빼고는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전쟁피해자인데 정부 차원에서 피해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상이라는 개념 전에 기본적인 케어를 해드려야하는 것 아닌가. 화해 치유 재단을 통해 할머니들을 10억 엔으로 입막음 하려고 했던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있는지.
"이번에 '위안부' 기림일을 만든 것들과 다른 몇몇 사안들을 처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불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지금 문재인 정부가 무조건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정치인 또는 정치집단으로의 한계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비정상이기 때문에 정상화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고, 그것을 조금 더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실현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태그:#위안부, #소녀상, #런던,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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