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 관련 스틸 사진

ⓒ 무브먼트


여기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네 명의 성인 남녀가 있다. 이들은 미래(김소희 분)가 연기하는 연극 <사중주>를 보고 미래의 연기 워크숍에 참여하게 된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네 남녀는 미래에게 연기 지도를 받으면서 자기 자신을 마주할 기회를 얻게 된다.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에 대한 나름의 소개를 해보자면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지점은 실제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에 출연한 배우 지망생 네 남녀가 <나의 연기 워크샵> 안선경 감독의 영화연기 워크숍을 듣던 학생들이었다는 거다.

"실제 생활 속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보통 연기는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가상의 것을 만드는 거로 생각한다. 영화 연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싶어 혹은 어떻게 해서든 지금이 아닌 다른 모습을 갖고 싶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연습을 시킨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용기가 없으면 연기를 해도 전혀 다가오는 게 없다. 기술을 가진 사람이 보여주는 연기가 아니라 누구라도 연기를 할 수 있는데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진실해지는 순간을 흥미롭게 보고 그 순간에 뭔가 공감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것 자체가 충분히 연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포착하고 싶었다." (안선경 감독)

그래서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은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픽션 같기도 한 모호함을 갖고 출발한다. 네 남녀가 영화 속에서 풀어내는 이야기 일부분은 실제 그들의 삶이기도 하다. 완벽히 가상의 인물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본명을 갖고 배우이자 배우 지망생이라는 자신의 정체성 일부분에 기대어서 하는 연기다 보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 관련 스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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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독은 어찌 보면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바로 '진정한' 연기이거나 연기의 출발점일 거라고. 한 인물의 삶을 창조해서 구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분히 극적인 자기 자신부터 마주하는 준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려 애쓰고 내려놓는 작업.

"이 영화가 다큐인지 픽션인지 실험 영화인지 알 수 없더라. 그걸 규정하는 게 어려웠고 다분히 70% 정도 즉흥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다큐적인 요소도 있지만, 극영화이기도 하다. 어떻게 규정할지는 관객의 몫일 것 같다." (안선경 감독)

뭐야 이 장면 연기였어?

만둣집에 들어가 열심히 만두를 먹던 경(서원경 분)은 갑자기 헌(이관헌 분)에게 "우리 되게 자주 눈이 마주치는 것 같지 않아?"라고 물으며 "나랑 결혼할래?"라고 고백을 한다. 헌은 경과 눈조차 마주치려고 하지 않더니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다. 경은 헌에게 결혼을 하자고 밀어붙이고 헌은 그런 경을 피한다. 난감할 법한 상황.

난데없이 카메라가 옆자리를 비추더니 연기를 지도하는 미래가 앉아서 배우들에게 해당 장면을 연기하면서 감정이 어땠는지를 묻는다. 장면을 '연기'하던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감정을 연기 선생님인 미래에게 털어놓는다. '뭐야 이 장면 연기였어?'

<나의 연기 워크샵>의 신들은 매번 이런 식으로 관객과 팽팽한 긴장 관계를 놓지 않는다. 관객들은 어떤 신이든 볼 때마다 혼란에 빠진다. '이 장면은 실재하는 상황인가?' '아니 사실 이 영화 자체가 배우들이 연기를 직접 하는 거잖아?' '그럼 다른 장면은 연기였나?' 어떤 장면이 영화 속 워크숍의 일부인지 영화는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그 실재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 관련 스틸 사진

ⓒ 무브먼트


연기 선생 미래를 맡았던 배우 김소희는 연희단거리패의 대표이기도 하면서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전임교수로 실제 학생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배우 김소희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는 것도 이 영화의 큰 즐거움 중에 하나다. 그는 "연기를 배운다는 건 연기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나란 사람이 그걸 통해서 뭔가 좀 더 나아진다"는 '연기론'을 남겼다. '연기란 결국 자신을 마주 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어찌 보면 단순한 영화의 진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 포스터

ⓒ 무브먼트


한 줄 평: 연기의 그 황홀한 처음과 끝, 걸음마부터 가르치다
별점: ★★★★ (4/5)

영화 <나의 연기 워크샵> 관련 정보
감독: 안선경
제작: 궁금단영화
출연: 김소희 이관헌 김강은 성호준 서원경
배급: 무브먼트
러닝타임: 118분
개봉: 2017년 12월 28일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수상: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감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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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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