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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제도개편토론회, 왼쪽이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 오른쪽이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제도개편토론회, 왼쪽이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 오른쪽이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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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와 경영계의 최저임금 2라운드가 시작됐다. 지난 1라운드가 최저임금 액수를 두고 싸웠다면, 이번에는 최저임금 산정 범위를 두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확대하면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이처럼 맞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까지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임금 상승 효과는 크게 줄어들게 된다. 경영계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 산입범위 넓어지면, 인상 효과 줄어

예를 들어 월 기본급 100만원을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있다. 그는 매달 20만원의 상여금을 별도로 받는다. 이 노동자의 총 임금 수령액은 월 120만원. 여기에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상승분을 20만원이라고 치자.

지금 기준대로라면 이 노동자는 최저임금 상승분 20만원이 고스란히 적용돼 월 기본급 120만원을 받는다. 상여금 20만원도 별도로 받을 수 있어, 총 임금 수령액은 140만원이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상여금이 포함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원래 받던 상여금 20만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이 노동자의 월 기본급은 120만원이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상승분(20만원)이 반영된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즉 월급은 한 푼도 올라가지 않는다.
당연히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산정 범위를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

6일 최저임금제도개편 토론회서도 노사간 설전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공개토론회에서도 이런 시각차는 고스란히 드러났다. 토론회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구상한 여러 개편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지만, 노사간 공방이 더 관심을 끌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과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이 토론회 자리에 나란히 앉았지만, 서로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먼저 노동계가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모두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현재대로 1개월 주기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노동자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창근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의 본질적 목적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자는 것이고 정기 상여금도 안정적인 생계 계획을 보장한다는 원칙이 있다"면서 "이 원칙을 폐기할 거냐는 문제에서 우리 입장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정책실장은 "식대와 숙박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도 근로 제공 과정에서 파생되는 근무 환경 조성 유지를 위한 것으로 실비 변상의 성격"이라며 "소정의 근로 시간을 대가로 지급되는 것인 만큼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영계는 산업 구조 변화에 따라 최저임금 범위를 늘려야 한다고 맞받았다. '최저임금 효과를 줄이기 위해 산정 범위를 늘리자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내용"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상여금이라는 것이 예전과 달리 고정급화되면서 최저임금도 산업 현상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최저임금 이슈화되면서 마치 경영계가 산정범위 확대해 인상률 적게 가져가자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같은 조정은 15년 전부터 해왔던 얘기"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대기업 상여금 비율이 800~1000% 되는 상황에서 연봉 4000만~5000만원 받는 근로자도 16%(최저임금 상승률)의 인상 효과를 고스란히 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원하청구조, 소비자가격 등에 전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산정범위가 넓어지면, 경영계는 현재대로 유지되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쪽의 주장이 맞다면, 어떻게 되던 '혼란'은 생기는 셈이다.

이 정책실장은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하급심이 다 차이가 있고, 통상임금 산정 범위도 불명료한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은 (위반 사업주가) 형사처벌이 되는 중차대한 문제인데 최저임금 범위를 확대한다고하면 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본부장은 "영세한 기업의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않은 기업은 상여금을 기본급화해서 인상효과가 되지 않게 할 것"이라며 "생활 안정이 필요한 연 1600만원 연봉의 근로자가 실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노동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위,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3개안 공개

노사간 양보 없는 설전이 이어진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산정 범위 개편안들도 공개됐다. 최저임금위원회 산하 제도개선위원회 18명의 전문가들이 논의를 거친 결과물이다.

첫 번째 안은 현행대로 최저임금 산정 범위를 유지하는 것, 두 번째 안은 매달 지급된 정기 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포함시키고, 숙박비 등은 제외하는 것. 세 번째 안은 원칙적으로 모든 임금과 수당, 금품을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첫 번째 안이 노동계, 세 번째 안이 경영계 입장을 대변한 것이라면, 두 번째 안은 절충안 성격을 띈다. 이 세 가지 안 가운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향후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는게 최저임금위원회의 입장이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첫머리에서 "지난 30년간 임금제도와 일자리 문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해 큰 변화는 거의 없었다"며 "많은 안건들이 있는데 어떤 쪽으로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고, 여러 말씀을 해주시면 제도 개선안 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최저임금, #산입, #상여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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