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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주에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세입자와 주거시민단체들이 지난 정부부터 세입자 주거안정의 제도화를 위해 줄기차게 요구해 온 계약갱신청구권 (현 2년의 임대차기간을 세입자가 원하면 갱신가능)과 전월세상한제도입을 포함하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해양부 장관은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를 하면서 말미에 "12월 중에 임대차시장의 투명성. 안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집이 없는 분들도 적정한 임대료를 내면서 오랫동안 안심하고 살 수 있고, 집주인은 정당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발표하겠다"면서 이 달에 추가발표를 예고했다.

김 장관이 언급한 내용 중에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은 임대차 관련 자료( 임대인과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데이터)를 제도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이는 임대인이 임대사업등록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대차 시장의 안정성은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말하여, 구체적으로 세입자의 임대기간이 현 2년에서 더 늘어나서 안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이는 계약갱신청구권도입을 통해 가능하고, 임대료도 폭등하지 않고 소득대비 부담가능한 적정수준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전월세상한제의 제도화를 의미한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 정부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도입·전월세상한제 시행을 주거안정공약으로 내건 바 있고, 문재인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조건부로 이를 공약한 바 있다. 이는 지난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부양 때문에 국민의 40%인 세입자들이 겪어야 했던, 전세가격 폭등, 전세의 월세화, 비자발적 이주, 월세부담 등 주거불안정을 해소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6개월이 지난 현재, 정부와 여당은 주거안정 공약에 대한 이행여부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제외하고,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제도화와 연계하려 하고 있다.

즉 먼저 임대차등록제를 실시하여, 임대차관련 내용 등 투명성 자료를 확보한 후에 주거안정 (임대기간연장 , 임대료통제)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도로 파악 된다 . 임대차등록제의 핵심내용은 임대인들이 기존임대주택을 세무서와 행정관청에 등록하고, 법으로 정한 일반임대사업자(의무 임대기간5년), 준공공임대사업자(의무임대기간 8년, 10년, 연5%인상률 제한 )중 택일해서 의무임대기간을 채우면, 임대사업자에게 세제(취득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임대소득세 등 )감면과 사회보험료(의료보험료)감면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임대차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이유는, 임대인이 임대주택을 단기 매매 –양도차익 목적-에서, 장기임대 –주거안정-으로 전환하려는 의도이다. 정부는 개인소유가 많은 기존 임대주택뿐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대규모로 신축하는 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임대차등록을 유도하기 위해서 인센티브( 세제감면, 부지, 금융지원, 용적률 상향 등)를 제시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 ), 서울시의 2030역세권 청년주택 등이 그 예로 준공공임대주택 요건인 8년간의 의무임대기간과 연5% 인상률상한을 정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이런 방식으로 기존 임대인들이 임대주택을 단기간에 순탄하게 임대주택으로 등록하고, 대규모의 신축 임대주택들이 임대차등록이 되어 세입자들에게 장기간의 임대기간이 보장된다면, 별도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불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임대차등록 대상주택에서 임대료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전월세상한제도입과 같은 입법효과가 나올 수 있다 .

문제는 얼마나 빨리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는가 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주택택정책등 사회분야를 총괄하는 김 수현 사회수석은 저서에서 임대차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이 핵심이라며, 선 임대차시장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그 실현 수단인 임대차등록제를 시행하고 관련 세제가 정착하려면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 "부동산은 끝났다". 2011년. 출판사 오월의 봄. 342 페이지. )'

김 수석이 예상한대로 10년 안팎이 걸린다면, 그 기간 동안 임대차투명성 제고를 위해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희생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세입자들은 계약기간이 법적으로 2년이기 때문에, 재계약을 원하는 경우 임대인이 듣기에 불편한 의견을 말할 수 없고 참아야 한다. 이는 세입자의 인권문제이기도 하다. 비자발적 이사는 세입자의 존엄성을 떨어뜨린다.

소득대비 부담스러운 임대료 – 전세대출, 전세의 월세화로 추가월세부담, 월세주거비부담 –도 세입자의 경제 불안을 지속시킨다. 현재의 주거현실에서 세입자들은 정착지 없는 불안한 난민이다.

임대차등록을 통한 임대주택 재고량 확대는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 세입자의 자율성 확대, 자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세입자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고 임대인과 사회 세력 간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임대차등록제와 함께 병행해서 임대차안정화 (계약갱신 청구권, 전월세 상한제)가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는 12월 임대차투명화, 임대차안정화 정책을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발표 시기를 계속 연기한 만큼, 임대차 투명화를 통한 임대차안정화 실현의 현실적 경로와 방도를 포함할지 기대하는 마음 한편으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정부는 임대차등록제를 통해 단기간 안에 순탄하게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실현할 방도에 대해서, 주거안정을 통해 삶의 안정을 강력하게 열망하는 세입자들에게,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해온 주거·시민단체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납득을 시켜야 할 것이다.

세입자가 바라는 정부의 임대차 투명화, 임대차안정화 발표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동수 기자는 서울세입자협회 대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서울시 임대주택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주거복지로드맵, #임대차등록제, #임대차안정화, #임대차투명화, #계약갱신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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