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토크콘서트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를 꼭 껴안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다음 스토리펀딩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토크콘서트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를 꼭 껴안고 있다.
ⓒ 장진영

관련사진보기


"믿을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존 실명 피해자 이현순씨의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이현순씨를 비롯한 6명의 청년들은 2015~2016년 삼성전자·LG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었다.

지난달 29일 <오마이뉴스>는 기존 피해 발생 1년 전인 2014년에도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시력을 잃은 파견노동자 남아무개씨가 있다고 보도했다([단독] 삼성 하청업체 메탄올 실명 노동자 또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4년 사고 이후 메탄올 취급 사업장에 대한 점검을 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면, 이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5~2016년 시력을 잃은 기존 피해자와 가족들이 새로운 피해자가 나타났다는 <오마이뉴스> 보도에 충격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5일 오전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검찰에 박근혜 정부 당시 방하남·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덕희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장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에 나선다.

박근혜 정부, 뭘 숨기려고 했나

기존 피해자와 새롭게 드러난 피해자의 공통점은 삼성전자·LG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한 파견노동자라는 것이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 파견 금지를 규정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른바 '불법 파견'이다.

불법 파견은 위험의 외주화·사업주의 안전관리 소홀과 함께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제조업에서 불법 파견이 만연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관리 감독을 뜻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2013년 12월 55살 이상 노동자 파견 업종 확대 정책을 발표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파견 확대를 강조했다. 불법 파견에 따른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은 박근혜 정부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2014년 남씨의 실명 사고 당시 고용노동부 산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이 조사·수사를 하지 않은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산지청은 당시 사고가 근로감독관 집무 규정에 따른 정기·수시·특별감독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일반재해조사대상 선정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정애 의원은 "팔목 절단 사고는 조상 대상에 포함하면서 두 눈을 실명한 사건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2016년 2월 우리 사회에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도 고용노동부는 불법 파견 사실을 숨겼다. 고용노동부는 2월 4일 밤 보도자료로 3명의 메탄올 중독 실명 노동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불법 파견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사고 원인으로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내용을 강조했다.

이는 이튿날 노동건강연대가 발표한 성명에서 '불법파견의 무법지대에서 일어난 징후적 사건'으로 규정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고용노동부가 불법 파견을 숨긴 것은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2월 3일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찾아 파견법 확대를 강조하며 "중소기업 하는 분들은 애국자인데, 이렇게 피눈물 나게 하는 게 맞는 일입니까"라고 지적했다.

또한, 동행한 함진규·김명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게 "두 분이 가셔서 오늘 얘기 열심히 보고 (야당에) 전달을 하시고 피를 토하면서 연설을 하세요"라고 밝혔다. 당시 노동건강연대를 이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하는 노동개악이 가져올 지옥의 단면임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달 25일 추가 실명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도 불법 파견 사실을 보도자료에 담지 않았다.

산재 사고 국가 책임 인정될까

피해자들이 지난해 4월 파견·사용사업주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선고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만약 법원이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을 인정할 경우, 이는 산재 사고에서 국가책임을 묻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박용호 변호사는 "2014년 사고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재해조사의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대한민국은 재해조사를 하지 않아 동일한 재해가 반복됐다. 주의의무를 위반한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4~6월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삼성·LG전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은 파견노동자 청년 6명을 조명하는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기획 기사 시리즈를 내놓았다. 다음 스토리펀딩에도 연재해 1745만 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클릭] '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기획기사와 후속보도 모아보기


태그:#누가 청년의 눈을 멀게 했나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