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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인연(因緣)이라 한다면 사람과 고양이와의 연을 묘연(猫緣)이라고 부른다. 억지로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고 운명적으로 사람과 고양이가 연을 맺는다는 뜻이다. 유기묘를 입양하여 연을 맺었든 길고양이를 구조하여 연을 맺었든 아니며 고양이 스스로 집사를 간택하여 집안으로 들어왔든 모두 특별하다.

역사적으로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동물로 개를 꼽지만 개와 사람의 연을 특별히 지칭하는 단어가 없는 것으로 보아 고양이와 사람의 연은 무언가 특별하다는 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서점에도 묘연을 맺은 도서들이 많이 입고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제주에서 올라온 책들이 많다.

인스타그램 10만 팔로워를 거느린 우주대스타 고양이와 제주 집사의 3년간의 기록을 담은 책부터 고양이의 시점으로 동물들의 삶을 일기와도 같은 형식으로 이야기하는 책 그리고 고양이그림책모임에서 만든 그림책 독립출판물까지 모두 특색 있는 책들이다. 그럼 왜 하필 제주 고양이 책일까?

'제주도는 돌이 많고, 바람이 많고, 여자가 많다'라는 오래된 얘기가 있다. 화산 활동의 영향으로 현무암이 넓게 분포되어 있으니 돌이 많고, 삼면이 바다라 태풍이 잦아 바람이 많고, 바다로 나가 어로 작업을 하던 남자들이 조난, 사망하는 일이 많았으니 상대적으로 여자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허나 요즘은 '제주도는 카페가 많고 게스트하우스가 많고 중국인이 많다'라는 우스갯말로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옛날의 제주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얘기다. 마음만 먹으면 오늘 당장이라도 제주도 가는 항공편을 구할 수 있고 서울에서 부산을 열차 타고 가는 시간보다 빨리 제주도에 도착할 수 있다. 육지의 번잡한 도시와 치열한 현실에 회의를 느낀 젊은층들은 상대적으로 한적하고 여유로운 제주에 하나둘 둥지를 틀었다.

둥지 틀기에 글쓰는 사람, 음악하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들도 동참했다. 조금 더 풍경이 좋고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곳을 찾다 보니 그곳은 고양이들도 함께 살아가는 시골 마을이었다. 고양이들과 자주 마주하며 그들을 챙겨주게 되었고 보살피게 되었으리라. 그렇게 고양이와 사람의 묘연이 제주도에서도 시작되었다.

저자 이신아 ㅣ 출판사 야옹서가
▲ 히끄네 집 저자 이신아 ㅣ 출판사 야옹서가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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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네 집> 저자 이신아 ㅣ 출판사 야옹서가
꿈이 없었던 저자는 도망치듯 제주로 왔고 시골마을에서 길 위를 배회하는 희끄무레한 고양이를 만났다. 그 이후 히끄와 가족이 되어 함께한 3년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평범한 사람과 평범하지 않은 고양이가 만나 함께 사는 이야기이다. 고양이 전문 출판사 야옹서가의 첫 번째 책으로 고양이책으론 이례적으로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출간 직후부터 화제가 되었다.

저자 손명주 ㅣ 작업실서툰
▲ 잘 지내요 저자 손명주 ㅣ 작업실서툰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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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요> 저자 손명주 ㅣ 작업실서툰

집사를 따라 제주로 온 반려 고양이와 우연히 그 집의 담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온 길고양이의 만남을 각자의 시점으로 이야기한다. 두 고양이의 일기와도 같은 이야기가 때론 슬프게 때론 유쾌한 어조로 동물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독립출판물이지만 입소문이 자자하여 독자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다.

저자 오유선
▲ 봉이 저자 오유선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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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저자 오유선

5년 전 훌훌 털고 제주섬으로 간 한 사람이, 한 고양이를 길에서 만나 가족이 되고, 함께 살게 된 이야기를 그림으로 담아낸 아코디언 북이다. 제주 고양이 그림책 모임 멤버가 만든 독립출판물이다.

저자 김아현
▲ 안녕, 고양이 저자 김아현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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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고양이> 저자 김아현

만성신부전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제주 고양이 '후추'이야기. 반려묘 '후추'를 잘 보내는 방법으로 그림책을 만들었다는 저자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반려묘를 잃은 슬픔을 위로했다. <봉이>와 마찬가지로 제주 고양이 그림책 모임 멤버가 만든 독립출판물이다.

제주 고양이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서점 안으로 들어왔다. 책을 통해 제주 고양이들과 묘연을 쌓았다. 서점 오픈 첫날부터 마치 자신을 거둬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서점을 드나들더니 이제는 먹고 자고 놀고 그렇게 낮과 밤을 보내는 '둥이'도 나와 묘연이다.

서점에 와서 '둥이'를 직접 본 손님들도 '둥이'와 묘연이다. 소개한 고양이 책을 읽고 제주고양이를 알게되는것도 어찌보면 묘연이다. 서점을 찾는 사람과 고양이는 묘연으로 얽혀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반려동물 전문서점 <동반북스>의 지기입니다.



히끄네 집 - 고양이 히끄와 아부지의 제주 생활기

이신아 지음, 야옹서가(2017)


태그:#히끄네집, #잘지내요, #봉이, #안녕고양이, #제주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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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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