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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IPC 가을학기 기념사진 IPC에서는 매 학기가 끝날때마다 다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한다. 학생들은 자유로움이 넘치는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의 개성을 숨기지 않는다.
▲ 2016년 IPC 가을학기 기념사진 IPC에서는 매 학기가 끝날때마다 다함께 모여 기념촬영을 한다. 학생들은 자유로움이 넘치는 다양한 모습으로 각자의 개성을 숨기지 않는다.
ⓒ IPC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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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학교를 엽니다. 학교의 이름은 '자유학교'이고, 한국에서 경험하는 덴마크식 인생학교입니다. 저는 친구들을 덴마크에서 만났습니다. 혹시 기억하신다면 저는 2016년 봄에 '전직 대안학교 교사, 덴마크 자유학교 학생이 되다'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덴마크 세계시민학교 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는 17.5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갈 수 있고, 학생의 선택에 따라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까지 시험과 경쟁, 학위과정 없이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지내는 곳입니다.

저는 처음 3개월간의 학교 생활을 바탕으로 하여 기사를 썼었고,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중에는 IPC에 입학원서를 쓰고 덴마크로 날아왔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IPC에 계속 남아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던 저는 그분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제가 한국에 청년들을 위한 인생학교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연습했던 것처럼 노인문제와 북한이탈주민 문제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 세계 30개국이 넘는 곳에서 온 학생들에게 한국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습니다. 세월호, 삼성,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 결혼 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 그리고 국정농단사태까지.

촛불이 광화문을 달굴 때는 우리도 학교에서 촛불을 켰습니다. 우리는 또한 외국 친구들이 들려주는 그들 나라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대만과 중국, 폭격이 그치지 않는 시리아 내전에 대한 이야기를 그곳에서 온 친구들에게 직접 들으며 우리는 점점 학교가 목표로 하는 '활동하는 세계시민(active global citizen)'에 다가갔습니다.

IPC에서 밝힌 민주주의의 촛불 2016년 11월, 한국학생들은 IPC 전체모임에서 국정농단사태와 촛불혁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광화문 현장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당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은 시시각각 전세계로 보도되고 있었다.
▲ IPC에서 밝힌 민주주의의 촛불 2016년 11월, 한국학생들은 IPC 전체모임에서 국정농단사태와 촛불혁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광화문 현장을 재현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당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은 시시각각 전세계로 보도되고 있었다.
ⓒ 정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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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친구들은 주말이면 함께 길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행복의 비결을 찾아 덴마크까지 날아온 우리는 무언가 간절히 얻어가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스반홀름 공동체를 방문하고, 덴마크 포크하이스쿨 협회를 방문하고, 선생님들에게, 또 덴마크 어르신들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덴마크 같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요.

우리는 절박했습니다.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아니, 수렁에 빠진듯한 내 인생이라도 구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심오한 어떤 것을 손에 쥐고 돌아가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애써 무언가를 얻으려 하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다는 것을요. 다른 학생들은 그저 인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다시 돌아온 한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길지 않은 외국생활이었지만 우리는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이 변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변화를 말로 설명해 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변한 채로, 한국사회에서 생존해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먹고 살기 위해 취직을 해야 했고, 누군가는 대학에 갈지 말지 고민해야 했고, 누군가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모색하며 전국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자유학교 입학 설명회 모습 지난 11월 25일 을지로 위워크에서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입학 설명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 자유학교 입학 설명회 모습 지난 11월 25일 을지로 위워크에서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입학 설명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 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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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서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자유학교'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지방에 살고 있던 친구들은 사전 설명회가 있던 지난 11월 25일 한달음에 서울로 달려갔습니다. 설명회가 시작되고, 덴마크의 학교에서 매일 아침 조회시간에 했던 것처럼 다 함께 노래 부르기가 시작되자 알 수 없는 감정에 북받쳐 눈물이 흘렀습니다.

모두 함께 참여하며 나와 우리를 알아가는, 나를 깨우고 우리를 연결하는 공통수업,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12개의 수업, 사람책, 초청강연, 소셜다이닝, 주말여행, 개인/팀 프로젝트로 구성되는 12일간의 프로그램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설명회에 참여하신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덴마크 인생학교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게 있을 줄 알았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무언가가 없어서 좀 실망스럽다고. 자유학교 프로그램은 나 혼자서도 다른 곳들을 찾아다니며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저는 그 분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덴마크 시민학교를 다니며 가졌던 의문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친구들이 만드는 자유학교 프로그램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어울리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173년전인 1844년, 덴마크에서 18명의 농민들이 입학했던 첫번째 시민학교부터, 오늘날 덴마크 전역에 흩어져 있는 70여 개의 시민학교 모두를 관통하는 그룬트비의 핵심적인 교육철학과 깊이 닿아 있습니다. 죽어있는 말로 가득한 교과서가 아닌, 학생 한명 한명, 교사 한명 한명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살아있는 말'을 통해 함께 생활하며 배우는 것입니다. 여기에 덴마크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뿌리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촛불에서 경험했듯,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입니다. 깨어있는 시민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 내가 소중하듯 다른 사람도 소중하다는 것을 압니다. 이는 나 자신이 온전히 한 인간으로 존중받아본 경험을 통해서만이 가능합니다.

나를 이루는 것은 나의 경험입니다. 나의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나의 삶이 서로에게 가 닿아 울리는 순간은,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나눌 때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존중받을 때입니다. 19세기 중후반, 황폐한 땅 덴마크에서 손으로 땅을 일구던 농부들은 시민학교에서 처음으로 인간적인 대접을 받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이 다른 유한계급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시민학교에서 민주주의에 눈을 뜬 농민들은 서로 힘을 합해야만 험난한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협동조합을 만듭니다.

저와 친구들도 IPC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의 기숙사방에 모여 앉아 맥주캔을 기울이며, 학교가 있던 헬싱거 마을 골목 골목을 산책하며, 그리고 겨울이 깊어졌을 땐 따뜻한 난로가에 모여앉아 차를 마시며, 끝도 없는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그리고 그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짓누르는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상처가, 우리의 나약함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럴때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만났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그 먼나라에서 우리는 서로 기대고 의지해야 했으니까요. 한국에 돌아온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저는 압니다. 이것이 덴마크 시민학교의 힘이라는 것을요. 19세기 말, 척박하고 막막한 삶을 헤어쳐가야 했던 덴마크의 젊은 농민들도 저처럼 느끼지 않았을까요?  

작년 봄 IPC에서 수학여행을 떠났을 때였습니다. 무거운 짐을 끌고 기차역안을 걸어가던 중 자꾸 뒤로 쳐지는 저를 끝까지 기다려주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는 십대 후반의 덴마크 청년이었습니다. 가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코펜하겐 시내에 놀러갔다가 길에서 넘어진 적이 있는데, 다가와서 일으켜 세워준 사람도 10대 덴마크 소녀였습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누가 남들보다 얼마나 잘났느냐에 관심이 없다고. 우리는 그냥 보통만큼 해내면 만족하는 걸 자랑으로 삼는 사람들인데, 누군가 뒤에 혼자 남거나 힘들어하고 있다면 그것은 용납 못한다고. 한 선생님은 '덴마크 시민학교란 무엇인가'라는 강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있잖아,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마. 대신 서로가 서로를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렴."

'자유학교'를 만드는 사람들 덴마크 시민학교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직접 IPC 및 Krogerup 시민학교에 다녀온 사람들이 한국에서 처음 시작하는 덴마크식 인생학교인 '자유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 '자유학교'를 만드는 사람들 덴마크 시민학교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직접 IPC 및 Krogerup 시민학교에 다녀온 사람들이 한국에서 처음 시작하는 덴마크식 인생학교인 '자유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 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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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운전대를 잡았던 날이 기억납니다. 덴마크에 가기 전 저는 초보운전 상태에서 지리산 일대의 한적한 시골에서만 운전을 했습니다. 그래서 일년을 쉬다가 고향 마을의 읍내로 차를 몰고 나가려니 두렵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때 제 마음속에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도로에 나서면 사람들이 모두 교통규칙을 지킬 거잖아. 내가 좀 서투르거나 느리더라도 규칙과 사람들을 믿고 도로에 나서면 괜찮을거야.'

귀국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저의 이런 믿음과 서로 기대고 의지하려는 마음은 별 탈없이 잘 지내고 있을까요? 내가 당신보다 잘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 무언가 엄청 위대한 것을 성취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 대신 뒤에서 혼자 힘들어하는 사람을 챙기고 싶은 마음 역시 잘 지내고 있을까요?

저는 자유학교 입학 설명회에서 프로그램 소개를 듣고 눈에 띄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하시던 한 참가자분의 말을 귀하게 기억합니다. 맞아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특별하지 않은 것이, 내가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것이, 오늘날의 덴마크를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민학교라는 공간에 함께 모여서, 누가 더 잘났고 못났냐를 판단하지 않고, 같이 어울리며 노래하고 이야기나누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다닌 학교라는 공간에서 시험점수로 판단받지 않고, 친구들과 선생님이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나요? 학교라는 공간에서, 내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점수를 더 올리지 않아도 이대로도 괜찮다고 느껴본 적이 있나요? 누군가가 나의 인생을 점수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긴 한가요?

저는 친구들이 준비한 '자유학교' 입학 설명회를 응원하기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IPC 동기들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지난 1년간 친구들이 겪었을 마음 고생이 눈에 훤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고 있는 친구들의 얼굴엔, 뭔지 모를 여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온전히 지지받아본 한 사람의 얼굴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역시 불안한 현실 속에서 먹고 살며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그래도 서로를 보듬고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인생이 그런 순간들의 연속이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우리를 짓누르는 불안 속에서도 파티를 할 수 있는, 불안보다도 두려움보다도 훨씬 더 큰 존재입니다.

덴마크 시민학교의 프로그램이 획기적인 무엇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더 그것을 한국에서 실천해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청년들이 덴마크까지 가지 않고도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존재만으로 온전히 지지받는 경험을 선물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살길입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자기 자신이 한명의 인간으서 온전히 존중받는 바탕 위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의지하고 믿고 살아가는 법을 끊임없이 배워갈 때야만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덴마크 정부가 오늘날까지 시민학교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서만 작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유학교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지난 11월 25일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입학설명회 응원차 전국에서 모여든 친구들.
▲ 자유학교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지난 11월 25일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입학설명회 응원차 전국에서 모여든 친구들.
ⓒ 강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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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썼던 기사에서 저는, 선생님이 있어서 참 좋다고 썼습니다. 저는 덴마크에서 각자가 자기 색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멋진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선생님들이 참 많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너무도 멀리 있습니다. 대신 이제 내 곁에는 친구가 있습니다. 나와 함께 행복의 열쇠를 찾아 먼길을 떠났던 친구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전생에 깨달음을 찾아 같은 길을 나섰던 구도자들이기라도 했던 걸까요? 이 친구들이 덴마크에서 배워 온 것을 한국사회에 나누려합니다. 저는 이제 친구들에게 의지합니다.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제 친구들의 학교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한국형 덴마크 인생학교 자유학교 1기

일시 : 2017년 12월 26일(화)~2018년 1월 6일(토) 11박 12일
장소 : 꿈틀리 인생학교(인천광역시 강화군 불은면)
입학신청마감 : 12월 15일(금), 선착순 30명 모집
문의 : 자유학교 온라인 커몬룸 https://open.kakao.com/o/gkxrYkD

자유학교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h ttps://www.facebook.com/freeschool1226/
자유학교 프로그램 https://docs.google.com/document/d/138eeInyJUqZy--8Pt_lBOM3_j-S8a2XbVRrNQbLZIm0/edit
자유학교 입학지원서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S1qxgrqojrQXsbzZua1pRfDG53SV97e-e6MacM-ZgvEh3fQ/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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