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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비엔날레2017 투어리즘 <코스 5 제주시 원도심 예술공간 이아>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첫 번째 작품은 박선영, 박진이 작가의 '관홍지광(觀紅之光)(2017, 혼합재료, 가변크기)'이었다. 꽃으로의 여행(Flower tourism). 온통 붉은 색으로 꾸며진 화려한 꽃 장식 앞에서 사람들은 일단 사진을 한 장씩 찍는다. 그렇다. 입구 바로 앞에 자리한 '관홍지광'의 화려한 환영(歡迎) 덕분에 갤러리는 유명 관광지처럼 활기찼다.

박선영 작가의 “관홍지광(觀紅之光)" 2017, 혼합재료, 가변크기
▲ 박선영 작가의 “관홍지광(觀紅之光)" 2017, 혼합재료, 가변크기
ⓒ 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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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술공간 이아 레지던시 입주를 계기로 제주에서 생활하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박선영 작가. 작가가 제주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자리 구하기. 맥도날드 매장 단시간 근로와 호텔 카지노 플로리스트를 동시 지원했는데, 맥도날드는 떨어지고 플로리스트가 됐다. 전시가 끝나기 전에 갤러리 현장에서 박선영 작가를 만났다.

-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갤러리 입구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장관이기도 하고요. 작품 제작 과정을 좀 더 이야기 해주세요.
"작품 위치를 조율할 때 다른 구역을 제안 받았어요. 하지만 현재의 위치로 옮기게 됐습니다. 호텔 카지노 중앙에 굉장히 화려한 꽃 장식들이 있어요. 안내데스크가 있는 지점마다 하나씩 있고, 큰 바(bar)에도 있고요. 카지노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환영하는 역할입니다. 카지노의 꽃 장식에 영감을 받았고, 재구성해서 갤러리로 옮겨보았습니다. 관객들이 환영받는 느낌을 받기를 의도했고요."

- 호텔 카지노를 안 가봤어요. 세계의 유명 관광지마다 존재하지만 경험한 적이 없어서 낯설게 느껴집니다.
"제주도는 한국 땅이고, 우리는 한국인이지만 입장할 수 없는 공간이 카지노예요. 외국인만 출입 가능합니다. 저 또한 고용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기간에 카지노 입장이 매우 번거로웠어요. 내국인이 방문하면 직원이 일대일로 따라 붙어 통제를 합니다. 아주 폐쇄적이죠. 도박에 관심 없으면 모르는 문화예요.

제가 근무했던 곳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곳이어서 인테리어에 황금장식이 많았어요. 빨강, 주홍, 노랑의 컬러 코드가 확정돼 있었고 그 외의 색은 사용할 수 없었어요. 바로 이 부분에서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주 획일적이고 통제돼 있죠. 꽃은 자연의 일부이지만 카지노 내의 장식들은 매우 인위적입니다. 전시를 통해 내국인은 볼 수 없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올해 사드 배치 내홍을 겪으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끊겼죠. 제가 다니던 곳에도 손님이 없어져서 해고당했습니다."

- 관객의 입장에서 정면에 마주하는 '관홍지광'을 지나면 저스틴 테일러 테이트(캐나다) 작가의 '야생초의 약속: 제주(2017, 수집한 식물 표본 등 혼합재료, 가변크기)'를 만나게 됩니다. 인위적인 '관홍지광'과는 대비되는 작품이라서 재미있어요. '야생초의 약속: 제주'의 일부로 전시되고 있는 드로잉들은 풀로 그린 것들이죠. 그려진 풀을 짓이겨서 색을 입혔어요. 두 개의 작품이 대조되며 상응하는 이야기들이 흥미롭습니다. 아주 잘 구성된 별도의 전시 같아요.
"작품 설치 시에 저스틴 작가와 함께 작업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식물을 소재로 작업을 하는데 전혀 다른 해석을 갖고 있어서 재미있었죠. 보통 채광이 들어오는 위치에는 작품 설치를 하지 않는데, 저스틴은 햇볕을 필요로 했어요."

- '관홍지광'은 박선영, 박진이의 공동 작업으로 명시돼 있지만 박진이 작가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어요.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죠. 아주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시선을 사로잡는 대규모 붉은 꽃 장식을 어떻게 이기겠어요. 하지만 배경이 투시되는 얇은 천 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우연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된 작품인 것 같아요.
"박진이 작가는 올 초 제주에 2주 정도 머물렀습니다. 그 기간에 함께 제주를 탐방하며 드로잉을 했어요. 전시된 작품은 그 여행의 결과물입니다. 개인적인 기억과 느낌을 표현한 것이라 추상적이죠. 천을 이어붙인 바느질로 화면이 구성돼 있는데, 한 장 한 장 제작한 드로잉을 엮은 것입니다. 색을 표현하는 방법도 우연적인 요소들이에요. 색이 천에 스미도록 둡니다. 색채가 바람에 의해 흔들리는 느낌을 표현한 것인데, 창밖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 저스틴의 '야생초의 약속: 제주'가 박진이 작가 작품의 역할을 확장·연결해주고 있군요.
"그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스틴 작가의 작품에는 반전이 있어요. 시각적으로는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여요. 자연의 요소들을 있는 그대로 취해서 친환경적인 비누와 술을 만들어냈죠. 순수한 노동력 만으로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공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비누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상품이에요. 전시기간에 판매됐죠. 저스틴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예술을 뭐라고 생각해?' 그는 이렇게 답변했어요. '기능하는 것. 나는 쓸모없는 것은 만들지 않아.' 저스틴 작업의 주요한 방향인 것 같습니다."

- 의아한 생각이 드네요. 결과로서의 미술작품은 주로 실생활에 쓸모가 없잖아요. '실용적'이라는 개념으로는 값을 매기기 어려운 심미적인 기능이 있죠. 저스틴의 설치 중에서도 드로잉은 심미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요? 실용성이 없잖아요?
"그의 말에 의하면 그 작품들은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기록을 위한 드로잉입니다. 그래서 '개념적 사실주의'라는 말을 사용했더라고요."

저스틴 테일러 테이트 Justin Tyler Tate 작가의 “야생초의 약속: 제주"  2017, 수집한 식물 표본 등 혼합재료, 가변크기
▲ 저스틴 테일러 테이트 Justin Tyler Tate 작가의 “야생초의 약속: 제주" 2017, 수집한 식물 표본 등 혼합재료, 가변크기
ⓒ 제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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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제주에서의 창작 활동은 어떠셨나요? 이아 레지던시 입주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개관 전시 이후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했어요. 지난 9월에는 지식공동체 문화공간 쿰자살롱(삼도2동 문화예술의 거리)에서 작은 전시도 있었고, 제주비엔날레에 맞춰 '관광과 문화'를 주제로 진로직업체험을 오는 학생들에게 멘토 역할도 해주었죠. 진로직업체험 진행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끌어내는 능력에 감탄했었습니다. 저는 그 때 레지던시 입주 작가의 역할 중 하나를 깨달았어요. 작가들이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활력을 주고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역할이요. 최근에는 바라문화예술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사회예술 프로젝트 <원도심 예술서핑>에 참여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와 협업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아요. 개인으로서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을 작업으로 끌어들입니다. 미술관, 갤러리, 레지던시 등 제도로 존재하는 미술 현장 외에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저는 옆집 문을 두드려보는 편이예요. 의외로 사람들은 '마침 내가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어'하며 마음을 열어줍니다.

사람들 만나는 일에 익숙하다보니 지역에 다가가는 일에도 거부감이 없었어요. 학생들을 만났을 때는 오히려 제가 배울 것이 많았어요. 하지만 타인으로서 한계가 분명히 존재해요. 그것을 채워주는 역할이 레지던시인 것 같습니다. 올해 이아를 통해 다양한 기회를 만날 수 있었어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내년 2월 '탐라국 입춘굿' 행사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퍼레이드의 일부를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구성하는 작업예요. 많이 바쁘지만 인생에서 다시 만나기 어려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작업과 삶이 굉장히 밀착되어 있는 것에 호감이 갑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작업으로 끌어들이다니,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이 곧 예술이 되네요. 우리는 모두 각자에게 주어진 '생',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내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살기 보다는 사는 대로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 만나게 되는 미적 체험은 각자의 삶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그래서 소중하죠. 예술가들은 생각하는 대로 사는 일에 온전히 집중해요. 이런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접하고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서요. 

이아 레지던시 1기 입주 작가 중 반달 팀을 제외하고는 유일한 여성인 박선영 작가는 12월 15일 개막 예정인 이아 레지던시 결과보고전에서 젠더 감수성에 대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 사회, 한국에서 여성성이 어떻게 읽히는지에 대한 연구다.

많은 사람이 미술작품은 이해하기 어렵고, 때문에 권위적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은 이 권위를 해체한다. 자신의 삶과 경험을 가감 없이 공개하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관객에게 말 걸기를 시도하고 대화를 기다린다. 신비주의나 예술지상주의는 없다. 그저 속세에 얽매이지 않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아니, 그것은 속세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론화하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예술공간 이아
예술공간 이아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옛 제주대학교 병원 건물을 개축 공사하여 만들어졌다. 조선시대 제주목사가 근무했던 관덕정 북쪽의 관아가 '상아(上衙)', 판관의 근무처 찰미헌이 있었던 두 번째 관아가 '이아(貳衙)'다. 이후 근·현대 100년 간 자혜의원, 도립병원, 제주의료원, 제주대학교병원으로 사용되며 제주도의 의료 중심지로서 도민들의 삶과 죽음, 건강을 살피는 기능을 해 왔다. 이아 터는 제주도민들에게 정치·행정으로서 돌봄, 의료로서 돌봄의 가치를 지닌 곳이다. 예술공간 이아는 그 돌봄의 역사를 계승하여 문화와 예술로 삶의 고단함을 해소하고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160평에 달하는 갤러리와 시각예술 작가 레지던시, 창의교육실과 연습실, 카페, 서점 등의 시설을 갖췄으며, 문화 예술을 매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공간대관도 가능하다.

제주시 중앙로 14길 21 예술공간 이아
문의: 064)800-9331~7
http://artspaceiaa.kr


덧붙이는 글 | 박선영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 서양미술사를 전공하고 미국 최고 수준의 미술대학 중 하나로 평가받는 메릴랜드 인스티튜트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멀티미디어를 공부했다. 미국의 BROMO SELTZER ART TOWER 스튜디오(2015), VERMONT 스튜디오 센터 레지던시(2016), PRACTICE 레지던시(2016)에 이어 한국에서는 예술공간 이아 레지던시(2017) 입주를 시작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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