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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를 검색하다가 아름다운 사진에 마우스가 멈춘다. 노~오란 유채 꽃밭에서 얼굴만 살짝 내밀고 찍은 여인의 사진이 아름다워서 댓글을 달아드리려다가 엊그제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있었던 사연이 불쑥 튀어 나왔다. 나는 <ㅇㅇ님께서 아름다우시니까 유채꽃도 아름답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아드렸다.

며칠 전에 내가 크게 뉘우치지 않았다면 아마 이렇게 썼을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유채 꽃밭에서 찍은 사진이 참 아름답습니다> 도대체 며칠 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라고 궁금해 하실 것이다.

충무로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혜화역으로 미끄러져 가던 전동차가 스르르르 멈추어선다. 출입문이 열리고 퇴근 시간이 아니므로 몇 사람이 오르는가 싶더니 경로석인 내 옆자리에 멋쟁이 할머니 한 분이 넘실거리는 미소를 한입 머금은 채 앉으신다.

6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할머니는 모자챙이 둥글고도 아주 넓은 회색모자를 깊숙이 눌러쓰셨고 얼굴에는 짙은 화장에 샛빨간 입술인데도 지나온 세월의 흔적은 감추지 못한 채로 깊게 패인 주름살이 지나온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더 깊고 선명했다.

할머니는 자리에 앉자마자 검정 가방을 열고 빨강색으로 장식한 접는 부채를 꺼내시더니 이내 나폴 나폴 부치시며 모자챙을 조금 밀어올리신다. 부채살이 몇 개 되지 않은 장식용 부채로 멋을 과시하시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부채가 참 멋지십니다"라고 했다.

할머니께서는 나를 힐끗 돌아 보시더니 "오빠! 참 서운하네요. 나보다 내 부채가 더 예쁘단말이요? 내가 부채보다 더 예쁘다고 했으면 술 한잔 살 텐데" 하시면서 크게 웃으시고는 동료인 듯한 옆에 계신 할머니에게 "안그래요?" 하시고는 또 크게 웃으신다. 아차, 하고 나는 후회를 한다.

그때 <사모님! 사모님께서 아름다우시니까 그 부채까지도 아름답네요> 했다면 그 할머니께서 얼마나 더 즐거워 하시면서 무슨 말씀으로 나를 기쁘게 했을까,라고 한참을 생각했었다.

말이란 전혀 돈이 들지 않으면서 상대방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도 하고 나를 좋은 이미지로 광고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슴 깊이 새겨둔 말을 오늘 댓글 쓰는 데 처음으로 응용했으며 앞으로도 나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태그:#말,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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