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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노동 뒤에 허기를 채워주는 새참이었던 막걸리는 함께 나누고 같이 마시는 술이었다. 막걸리 한 잔 시원하게 걸치고 집으로 가는 길 위에 인생이 있었다. 사발에 꾹꾹 눌러 채운 막걸리 한 잔 건네준 동료의 얼굴, 함께 한 잔 나누며 속내를 풀어내고 싶은 친구의 얼굴도 떠오른다. 막걸리는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술이다.



현재 양조장 모습
 현재 양조장 모습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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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양조장 과거 술빚는 모습
 신평양조장 과거 술빚는 모습
ⓒ 신평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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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시상식에서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시상식에서
ⓒ 신평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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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에도 아직 양조장이 있을까?! 했는데 있다! 언뜻 보면 별 보잘 것 없는 그냥 양조장 같지만 알면 알수록 놀라운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는 신평양조장이다. 무려 8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며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청와대 만찬주로, 어느 대기업의 사장단 만찬주로 선정되기도 했단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는 3년 연속 대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기도 했고, 농림식품부의 근대문화유산 복원 프로젝트인 '찾아가는 양조장'에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은 시골 동네 양조장이 온갖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고 살아남아 100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이 특별한 시간 속에는 미처 상상할 수도 없는 수많은 눈물과 회한이 담겨있으리라.

신평양조장 內 백련 양조문화원
 신평양조장 內 백련 양조문화원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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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만들기 체험 재료
 막걸리 만들기 체험 재료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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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이 특별한 곳에서 막걸리를 직접 빚어보는 체험을 해볼 기회가 생겼다. 미리 준비된 물이 담긴 통에 고두밥과 누룩, 효모를 넣고 버무려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여기서 기준보다 물의 양을 줄이면 술이 달아진다고. 이미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별다른 감미료 없이도 충분히 단 맛이 난다고 하니 취향에 따라 조절하면 되겠다.

고두밥 식히는 과정
 고두밥 식히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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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만드는 과정
 막걸리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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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물, 누룩과 효모라는 간단한 조합이 발효과정을 통해 알코올과 함께 전혀 새로운 영양물질을 만들어내면서 맛까지 기가 막히다니, 신기할 노릇이다. 막 담근 막걸리에 다양한 잡균들이 존재하는데 이는 발효를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알코올과 효모에 의해 깨끗하게 제거된다. 발효가 끝난 막걸리에는 몸에 유익한 균만 남는다. 고혈압 유발 효소나 각종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게 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막걸리 만드는 과정
 막걸리 만드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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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버무려진 막걸리는 첫 3일간은 하루 두 세 번씩 섞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뚜껑은 공기가 통할 정도로 살짝 얹어놓고 일주일 쯤 둔다. 그런 뒤에 원액을 걸러내고 먹으면 되는데 걸러낸 원액만큼의 물을 부어 적정 도수를 맞춘다.

막걸리는 여름보다 겨울에 빚어야 더 맛이 깊고 좋다고 한다. 여름엔 너무 기온이 높아 발효과정이 빨라지고 술맛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미묘한 온도 차이가 막걸리 맛을 좌우한다니, 과연 집으로 거처를 옮겨온 이 고두밥 반죽은 어떤 변화를 거쳐 막걸리로 탄생하게 될까.

신평양조장이 판매중인 막걸리
 신평양조장이 판매중인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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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칵테일 (좌: 첫사랑 우: 인당수)
 막걸리 칵테일 (좌: 첫사랑 우: 인당수)
ⓒ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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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만들기 체험을 하며 신평양조장이 생산하는 몇 가지 막걸리를 시음해보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페트병에 담긴 백련막걸리는 당진의 일반쌀로, 나머지 유리병에 담긴 백련 막걸리들은 품질 관리가 철저한 해나루쌀로 빚어지는 차이가 있다.

단일 상표 한 제품으로 살아남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다. 한 잔은 호기심으로, 두 잔은 맛으로 먹는다는 칵테일 막걸리.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칵테일 막걸리도 직접 만들어 보았다. 시음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렸지만 젊고 늙음의 구분이 딱 맞아떨어지진 않아보였다.

아들의 뒤에 선 아버지
 아들의 뒤에 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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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양조장
 신평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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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술을 빚기 위해선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는 애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이어온 삶이 100년을 내다보고 있다. 신평양조장은 술을 만드는 제조 공장이 아닌 장인의 작업장이다. 그렇기에 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누군가의 인생이고 자존심을 걸고 지켜야 할 우리의 문화다.

* 신평양조장에서는
막걸리 시음 및 전시관 관람
- 막걸리(단양주) 빚기 체험
- 막걸리 소믈리에 클래스 체험
- 증류주 체험
- 누룩전 빚기 체험
- 외국인의 경우 '영어'로 진행
- 15명 이상 체험 가능
(가족단위 개인 체험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 중)

[신평양조장]
http://koreansul.co.kr
충남 당진시 신평면 신평로 813
041-362-9063

덧붙이는 글 | 라이프뉴스에도 출고된 기사입니다.



태그:#신평양조장, #백련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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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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