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 감독과 선수로서 수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호 대전 구단주(왼쪽)와 고종수 신임 감독의 모습.

90년대 후반 감독과 선수로서 수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호 대전 구단주(왼쪽)와 고종수 신임 감독의 모습. ⓒ 대전 시티즌 공식 홈페이지


'풍운아' 고종수(39)가 감독으로서 축구인생 3막을 열었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시티즌은 지난달 24일 고종수 전 수원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수원 시절 '선수' 고종수를 지도했던 김호 대전 대표이사는 "고종수 감독과 내가 합심한다면 대전을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일 대전 감독으로 공식 부임한 고종수 감독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이라는 직함을 달고 기자들 앞에 섰다.

고 감독은 "선수와 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0'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지도자로서 생각을 잘 정리해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종수 감독이 이끌 대전은 올 시즌 챌린지 리그에서 10위를 기록하며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5년 2부 리그 강등 이후 매 시즌 부진한 성적을 거둔 탓에 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

고 감독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으로 승격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선수들을 잘 조합해 대전 축구의 부흥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현역 시절 축구팬의 큰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최고의 스타였다. 불과 20세의 나이에 수원의 리그 우승을 이끌며 MVP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같은 해 프랑스 월드컵에 주전 미드필더로 출전해 맹활약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킥, 시야, 패스, 드리블 등 모든 걸 갖춘 그의 이름 앞엔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이라는 수식이 따라 붙었다.

하지만 전성기는 짧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탈락하면서 선수생활의 최대고비를 맞이했고, 그 이후엔 소속팀(수원, 교토, 전남)에서 각종 불화와 잦은 부상으로 31세이던 지난 2009년 씁쓸히 축구화를 벗어야 했다. 

고 감독은 "선수로서는 어렸을 때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라며 "그때는 철이 없었던 부분도 있고 생각하지 못한 것도 많았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감독으로서는 선수 시절과 달리 성숙한 모습을 보이겠다. '선수' 고종수와 '감독' 고종수는 많이 다를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고 감독은 현역 은퇴 후 매탄고(수원 U-18) 코치와 수원 삼성 코치로 지내며 지도자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특히 서정원 감독의 부름을 받아 수원 코치로 합류한 고 감독은 염기훈, 권창훈 등에게 왼발 킥 비법을 전수하는 등 소속팀 선수들의 성장세를 이끌며 지도자로서 호평을 받았다.

고 감독은 "선수시절 수없이 많은 감독님들을 만나봤고, 코치하며 두 분의 감독을 보좌했기 때문에 다양한 걸 경험했다"라며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부분들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했다.

고종수의 감독 선임을 놓고 K리그 팬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년간 15명의 사령탑을 경질한 '감독 무덤' 대전에서 개성 강하기로 소문나고, 감독 경험도 전무한 고종수가 살아남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고 감독은 "처음 감독직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했다.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는 김호 대표이사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전술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험이 많은 김호 대표가 있으니 그 장점을 최대한으로 배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 감독의 눈빛엔 비장함이 가득 묻어났다. 물론 현역 시절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장난기도 여전히 남아있었다.

1996년 프로데뷔 이후 축구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고종수. 감독으로 돌아온 그가 내년 시즌 K리그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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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수 K리그 대전 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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