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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학교 학생들이 '합의서 이행'과 '부당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33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 학교 시설관리노조를 돕기 위해 1일 오후 학교 쪽문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남대학교 학생들이 '합의서 이행'과 '부당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33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 학교 시설관리노조를 돕기 위해 1일 오후 학교 쪽문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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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좀 해 주세요. 부당하게 해고된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 주세요."

매서운 영하의 찬바람이 몰아치던 1일 정오. 대전 대덕구 오정동에 위치한 한남대학교 교정에 세 명의 학생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점심식사를 하러 학교 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학생들을 향해서 연신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홍보물을 나눠주며 학생들을 설득했다. 이들은 홍보물을 통해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라는 제도를 악용하여 학교는 자신들의 이익만 취하고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며 "여러분의 소중한 서명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호소했다.

모두가 여학생인 이들은 한찬송(영문 4) 학생과 노경수(영교 3) 학생,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학생이다. 이들은 학교 앞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을 보고 그냥 외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농성장을 찾아갔고, 사연을 들었다. 그리고는 함께 할 학생들을 모아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현재 8명의 학생들이 함께 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과대 학생회를 찾아가 함께 도와 줄 것을 호소했으나 대부분 안타까워하면서도 나서는 것은 거절했다. 그래서 폐이스북에 '한남대 학생 인권 수비대'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지난 27일 처음으로 성지관 앞에서 오프라인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이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문제는 학교의 전기와 통신, 설비, 조경, 일반노무 등의 일을 담당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들에 관한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 한남대학교지회(지회장 오성근)는 현재 학교 앞에서 33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노조와 한남대 총장이 지난 2015년 9월 21일 합의한 '합의서'를 이행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2주간 파업을 벌였던 노조는 김형태 전 한남대 총장과 4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그 중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은 4번째 조항으로 '고용불안 해소'다. 다시 말해 용역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고용승계'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남대는 다음해인 2016년 9월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과업지시서'를 공고하면서 시설노동자들의 정년을 60세로 명시했다.

기존 업체에서는 정년이 63세이었으나, 업무 특성상 매년 재계약을 통해 그 이상도 일해 왔다. 그런데 새롭게 용역계약을 맺은 중앙종합관리는 취업규칙을 제정하면서 정년을 60세로 낮춘 것.

이로 인해 60세가 넘는 시설관리 노동자 3명이 재계약을 맺지 못하고 학교를 떠났다. 또한 2017년 9월에도 1명의 노동자가 정년을 맞아 재계약이 이뤄지지 못해 해고됐고, 오는 12월 31일이 되면 또 다시 1명의 노동자가 정년을 맞아 학교를 떠나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용역업체의 취업규칙변경은 '불법'임이 드러났다. 정년을 낮추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근로자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그런데도 이 용역업체는 일방적으로 정년을 낮췄다. 대전지방노동청도 이를 조사해 적발하고 이 업체 대표를 입건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 한남대지회(지회장 오성근)는  '총장과의 합의서 이행'과 '부당해고 철회', '노조파괴 갑질 중단' 등을 주장하며 정문 앞에서 33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 한남대지회(지회장 오성근)는 '총장과의 합의서 이행'과 '부당해고 철회', '노조파괴 갑질 중단' 등을 주장하며 정문 앞에서 33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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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노조는 불법적으로 변경된 정년단축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해고된 노동자 역시 '부당 해고'이기에 '복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노동자들이 타 사업장에서는 63세까지 일하고 있는데, 유독 한남대에서만 정년을 60세로 낮춘 것은 한남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한남대가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정년을 낮추게 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60세로 정년이 낮아지면서 12월 31일로 정년을 맞는 노동자가 오성근 지회장이다.

오 지회장은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 중 대전대는 정년이 65세이고, 경희대는 70세다. 국회도 65세다. 그런데 왜 유독 한남대만 60세로 정년을 정해야 하느냐"며 "정부에서조차 청소나 시설노동자들의 정년을 65세로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지어 총장이 나서서 '고용승계'와 '고용안정'을 합의했고, 정년을 낮추는 일을 노동자들과 상의 한 번 한 적 없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고 부도덕한 일"이라며 "이제라도 부당하게 해고된 해고자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서 이행'과 '부당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33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 학교 시설관리노조를 돕기 위해 서명운동에 나선 한찬송(영문 4, 왼쪽), 노경수(영교 3) 학생.
 '합의서 이행'과 '부당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33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 학교 시설관리노조를 돕기 위해 서명운동에 나선 한찬송(영문 4, 왼쪽), 노경수(영교 3)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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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생들의 서명운동에 동참한 학생은 약 700여 명이다.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은 언제까지 서명을 받을지, 언제 이 서명을 어떤 방식으로 학교 측에 전달할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다만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학교에서 일어났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고 싶어 일단 서명을 받고 있다는 것.

이들은 이화여대 등의 사례를 들면서 학생들이 나서면 학교 측에서도 계속해서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학생들의 서명을 독려하고 있다.

이날 한찬송 학생은 "앞으로 교사를 할 계획인데, 내가 과연 이렇게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을 외면하고 어떻게 떳떳하게 학생들 앞에 설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노경수 학생은 "서명운동을 시작한 이후 학교 측 관계자와 만나, 학교의 입장을 들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화가 나고 눈물이 났다"며 "간접고용 노동자로서 온갖 차별을 당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도 묵묵히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일해 오신 분들에게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남대 측은 합의서의 모든 조항을 다 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년 단축을 통한 해고자 발생은 원청으로서 한남대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 학교는 시설업무의 특성상 안전문제 등이 있어 근로자의 정년을 낮출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용역계약을 위한 '과업지시서'에 정년을 60세로 정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남대 관계자는 "학교는 시설노동자들과의 합의서를 충실히 이행해 왔다. 임금도 전향적으로 인상했고, 고용승계도 전원 이행했다"며 "다만, 시설업무의 특성에 따라 유사 사례를 검토, 정년을 정했다. 직종별로 업무의 난이도가 달라, 정년의 기준을 달리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 대해서는 "학교는 과업지시서에 정년을 정하고 공고를 냈을 뿐, 용역업체에 '지시'나 '요구'를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 달 30일 노조대표와 총장이 만나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나눴다"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학교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한남대, #시설용역노동자, #한남대학교, #부당해고, #취업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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