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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연간 평균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폐기조차 국회에서 쉽사리 합의를 이루지 못 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이렇게 회사나 사업장마다 맡겨놓아야만 하나? 법적으로 노동시간을 규제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가능할까? 한국보다 연간 300~400시간 적게 일하는 다른 나라의 노동시간 기준은 어떻게 돼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외국의 노동시간 관련 기준을 한국 현황과 비교해보는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교대제, 노동시간 양적 규제, 휴일과 휴가 규정, 모성 보호와 노동시간 등 다양한 주제로 해외 사례와 비교하여 한국의 규제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하고,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기자말

과로로 쓰러질 당시 재해자의 나이는 45세였다. 제조업 생산직 노동자로 10년을 넘게 일해온 그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다. 재해자의 업무는 만들어진 제품의 검수와 포장, 운반 등이었는데 끊임없이 나오는 제품을 처리하려면 화장실 다녀올 틈도 없었다. 이미 3개월이 넘도록 주 60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을 해왔지만, 일감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한창 일하고 있던 오전 11시쯤 무거운 상자를 나르는 과정에서 재해자는 의식을 잃었다. 45세의 젊은 나이에, 그것도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고 혈압약 하나도 먹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던 그가 쓰러진 원인은 뇌출혈이었다.

표준형 일반 노동자의 노동 시간

재해자의 근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뇌출혈이 발생하고도 남을만하다. 쓰러지기 전 1주간은 주6일 출근, 62시간 18분 근무했고 그 전 4주간은 총 24일, 261시간 27분 근무하여 1주 평균 65시간 21분을 근무했다. 그 전 12주간은 총 778시간 32분 근무하여, 1주 평균 65시간을 근무했다. 함께 일하는 파트너가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못 견디고 자주 바뀌면서 재해자의 업무 강도가 더욱 강해지기도 했다. 결국, 여러 정황으로 재해자의 뇌출혈이 업무 관련성 질환으로 승인되긴 했지만, 발생 전에 이러한 장시간 노동을 못 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

재해자는 일반 제조업 노동자이다. 이러한 제조업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상 노동 시간에 대한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일반 노동자 표준형 시간 기준을 따른다. 이에 따르면 기본 노동시간 주 40시간에 연장 가능한 노동시간 12시간을 더해 최대 주 52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다. 그 이상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어 고용노동부의 징계 대상이 되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철저히 관리 감독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정 근로 시간이 주 52시간에 휴일 근무(8+8) 시간을 더해 주 68시간이라는 말도 안 되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이렇게 일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OECD 국가 중 연간 근로시간 1, 2위를 다투는 한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먼저 EU의 권고안을 살펴보자. EU에서 권고하는 노동시간 기준은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주 48시간이다. 특별한 예외가 없는 일반 제조업에서는 이러한 기준이 더욱 철저하게 적용되며 만약 예외가 적용되어 주 48시간을 넘는 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초과한 근무 시간은 4개월 이내에 보상되어야 한다. 즉, 약간의 노동 시간 증감이 있더라도 4개월의 평가 기간 이내에서 평균 노동 시간은 주 48시간으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권고는 여러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의 경우 주 40시간 근무, 4개월간 138시간의 연장 근무가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주 40시간에 연장 근무는 138시간/17주(4개월)=8.12시간/주, 즉 주당 8시간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4개월간 연장 근무를 포함한 48시간의 근무를 규정하고 있다. 핀란드는 이에 더해 연간 연장 근로를 33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어 4개월 138시간의 연장 근무도 1년 내내 가능하지는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국은 17주의 평가 기간 평균 주 48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독일은 6개월 평균 주 48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일시적인 장시간 근로는 가능하지만, 4개월 혹은 6개월간의 규정된 평가 기간 이내에 충분한 휴식으로 보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로 사회 벗어나기, 적정 노동시간부터

이러한 노동 시간 제한 방식을, 앞서 이야기한 재해자의 근무 형태에 적용해 보자. 재해자는 이미 4개월간 최대로 할 수 있는 노동 시간 816시간(= 48시간 * 17주) 중 778시간을 12주 동안 끝내버렸다. 남은 5주간은 38시간만 근무하고 쉬어야 하고, 월급은 급여에 연장근로 수당까지 모두 포함해서 받게 된다.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을 적용한다고 해도 17주 중 3주 이상 강제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

적어도 그만큼은 쉬어야 인간다운 삶,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일찍이 이러한 내용으로 주당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해도 주 52시간 이내의 근로가 입법되었지만, 이를 기만하는 행정해석으로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입법 보완이 안 되면 행정해석이라도 제대로 하겠다고 했던 정부가 2021년까지 52시간 상한제 시행에 합의했다고 하고 있다. 주당 16시간이나 더 일할 수 있도록 할 때는, 손쉽게 뚝딱 행정해석 내리더니, 잘못된 절차를 되돌리는 것은 이렇게 어려워한다. 질질 끄는 그 시간만큼 과로사회 벗어나기는 멀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권종호 님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월간 '일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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