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 기자 말

 신인가수 '로시'

신인가수 '로시' ⓒ 도로시컴퍼니(주)


어느 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스산한 날씨 속에 화려했던 나뭇잎을 모두 벗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보노라면, 내게 붙은 모든 치장들을 벗겨낸 '진짜 나'의 모습, 그리고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그래서 일까? 겨울을 포근히 감싸주는 애절한 발라드가 강세인 요즘, 10대 신인가수 로시의 데뷔곡 'Stars(작곡 신승훈, 작사 김이나 원태연)'와  50대 국민가수 신승훈이 최근 발표한 'Polaroid' 두 노래의 가사가 유독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두 곡은 '나를 찾는 여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10대와 50대, 신인가수와 대한민국 대표가수라는 차이만큼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사 공감' 첫 번째 이야기는 신인가수 로시의 'Stars'에서 시작한다.

내 별자리는 상처투성이 자리
내 혈액형은 a, b, o, 또 a b 형
날 들킬까봐 매일 나를 숨겼어 I'm sorry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
그런 사람이 되면 행복해 질까
내 목소리로 내 마음에 속삭여 all right

길을 잃어버렸니 그럴 수도 있어
사람들의 그림자 뒤 따라가지마
잃어버린 나를 찾아줘

아무것도 아닌 게 내겐 어려워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
울고 싶을 땐 울어버리고
웃고 싶지 않을 때는 웃지 마
밤하늘에다 나를 난 그려봐,
내가 만드는 나의 별자리
아무도 지우지 못할 나만의 빛으로

엄마 방에 불빛이 이제 꺼졌어
그 고단했던 하루가 잠들었어
난 왠지 그걸 보고서야 잠이 와 그냥

잘은 모르겠지만 안쓰러운 마음
뭔진 모르겠지만 잘하고 싶은 맘
이 마음이 소중한거야 - 로시의 'Stars' 가사 중 일부

상처를 인정하고 감정에 충실하기

진정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사람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 어두웠던 과거, 상처받은 모습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억압하려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이 부정적이고 어두운 모습을 외면하면 진정한 내가 아닌 주변의 기대에 맞춰 살고 있는 반쪽의 자기 모습만 보게 된다.

18세 신인가수 로시의 데뷔곡 'Stars'는 놀랍게도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정체감을 찾아가는 심리치유의 과정을 노래하고 있다. 먼저 로시는 '내 별자리는 상처투성이 자리'라며 자신의 상처를 부끄러워했던 과거를 고백한다. 그리고 그동안 '날 들킬까봐 매일 나를 숨겼어'라며 이 점에 대해 'I'm sorry'라고 자기 자신에게 사과한다.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걸까'라며 자신에 대한 성찰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었음이 드러난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한 첫 단추는 먼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다. 내가 어떤 때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로시는 '울고 싶을 땐 울어버리고 웃고 싶지 않을 때는 웃지 마'라며 반복해서 노래한다.

내가 언제 울고 싶고, 언제 웃고 싶은지, 그 감정에 충실해지면 나라는 존재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시작한다. 로시가 '밤하늘에다 나를 난 그려봐. 내가 만드는 나의 별자리'라고 노래하듯, 내가 누구인지 그려볼 준비가 이제 된 것이다.

부모, 환경이 내게 미친 영향 인식하기

하지만 정체감은 나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하다고 해서 온전해지지는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유일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양육과정에서 부모나 형제자매, 교육, 환경 등의 영향을 받아 정체감을 형성해 간다.

특히 부모의 영향은 지대하다. 한 개인의 정체성은 부모와 환경으로부터 영향 받은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를 알고, 이를 건강하게 소화해내거나 때로는 거리를 둘 수 있을 때 더욱 명료해진다.

로시는 2절을 시작하며 이점을 지적한다. '엄마 방의 불빛이 이제 꺼졌어. 그 고단했던 하루가 잠들었어. 난 왠지 그걸 보고서야 잠이 와 그냥'으로 시작하는 2절은 부모로부터 자신이 받은 영향을 인정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엄마에게 나는 영향을 받았지만, 엄마의 고단함은 엄마의 것이고 나는 분리된 사람이라는 인식의 반영이다.

그러자 그동안 '내 잘못인 줄만 알아서' 힘들었던 것들이 양육환경,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이지 내 탓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로시는 주변 환경의 부정적 영향에서 비롯된 것들에 죄책감을 갖고 후회하는 것 따위는 다시 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이제 다시 그런 거 하기 싫어'라는 다짐은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삶의 의미를 추구하기


이제 로시는 나의 상처를 인정하고, 감정에 솔직해졌으며, 환경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알아챘다. 그러자 '밤하늘에서 날 보며 빛나는 내 얘기를 다 아는 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즉, 나는 고유한 존재이고, 나의 존재가치를 빛내주는 어떤 삶의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삶의 의미'에 대한 자각이 시작된 것이다.

'내 이야기를 다 아는 별 하나'는  태초부터 내게 정해진 삶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살면서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하기는 힘들더라도, 나는 의미 있는 존재이며, 이 의미는 초월적인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영성'이라고 부른다. 이 느낌을 가지고 있을 때 사람은 삶의 모호함과 불확실함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가치 있게 여기며 살아갈 수 있다. 로시는 이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셈이다.

진짜와 가짜 사이의 나

로시는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한다. '절반은 거짓말 절반은 진짜 말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나'라고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이 고유한 모습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사회와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존재다. 따라서 자신의 고유한 모습인 '참자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요구에 맞춰 사는 '거짓자기'로 살아가기도 한다.

'참자기'로만 세상을 살면 가장 편하겠지만, 사회적 상황에 따라 때로는 '거짓자기'를 실행해야 적응이 수월할 때도 있다. 로시는 아마 이것마저 간파한 것이 아닐까? 살아간다는 건 때로는 '진짜 나'와 '거짓 나'의 조화라는 걸 말이다.

아마 우리 모두는 '진짜 나'와 '가짜 나'의 어느 지점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진짜 나'의 정체감을 추구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진짜 나'와 '가짜 나' 모두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로시가 결론지었듯 나를 찾고자하는 이런 노력만으로도 이미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아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은 한 번 로시처럼 자신을 다독여 주는 건 어떨까? '잘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 꼭 안아주고 싶어'라고 말이다.

* 신승훈의 'Polaroid'를 통해 보는 성인기의 나를 찾는 여정은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로시 STARS 자아정체감 심리학 신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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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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