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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날아온 출석요구서 언젠가부터 일부 정치인들이 고소를 국민 입막음 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 느닷없이 날아온 출석요구서 언젠가부터 일부 정치인들이 고소를 국민 입막음 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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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5일, 느닷없이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가 날아왔다. 누군가 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 것이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깜짝 놀랐다. 나를 고소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우택 의원이었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웹툰만화가를 준비 중인 작가지망생이다. 아직 정식 데뷔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을 시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치 이슈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시사만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나는 정우택 의원이 걸핏하면 협치라는 단어를 꺼내드는 모습을 풍자하고자 그의 지난 행적을 토대로 협치를 주제로 하는 미니 웹툰을 만들었다. 정 의원은 그 웹툰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고소했다.

일방적 고소, 국회의원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아니다

 협치를 강조하는 정우택 의원을 풍자하는 정치만화 중 한컷.
 협치를 강조하는 정우택 의원을 풍자하는 정치만화 중 한컷.
ⓒ 강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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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 소개된 그의 에피소드는 모두 언론에 이미 공개된 것으로 사실에 기반하는 것이었다. 하물며 욕설이나 인신공격보다 늘 협치를 강조하는 그의 정치적 신념을 지금까지의 그의 행적을 두고 풍자적으로 풀어낸 것이었다.

그는 국회의원이다. 더욱이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그의 발언과 행동이 일반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국민은 이에 대해 당연히 알 권리가 있다. 이 만화는 1차적으로는 내 개인적인 직업활동에 기인하지만, 2차적으로는 이 사회의 공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그는 문제를 제기하는 누리꾼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고소고발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 한 누리꾼은 '정우택 폭탄주' 관련 글을 올렸다가 고소당했단다. 이 사람이 올린 글에는 "나도 같은 것으로 경찰조사 받고 왔다"는 누리꾼들이 댓글을 달았다.

그는 마치 '함부로 입 놀리면 다친다'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에나 있었을 법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진정으로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해명 혹은 반성이지 일방적인 고소가 아니다.

결국 나는 지난 11월 29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나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나왔다.

광대 입을 막았던 정치인들은 어떻게 됐나

우원식 방으로 향하는 정우택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 열리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국회 의원회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방으로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 우원식 방으로 향하는 정우택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관련 열리는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국회 의원회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방으로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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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가지 덧붙인다. 사람 잘못봤다. 난 속된 말로 이런 일로 쉽게 쫄지 않는다. 나는 2년 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풍자하는 포스터를 건물옥상에서 살포했다가 기소돼 항소심까지 갔던 전력이 있다(관련 기사 : '박근혜 전단'에 300만원 벌금, 참지 않겠습니다). 내가 쪼는 건 권력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무관심이다.

어쩌면 정우택 의원 정도의 권력자라면 더이상 내가 이 나라에서 작품활동을 할 수 없도록 다른 방식으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을지 모르겠다. 아직 이 사회는 권력자의 입김 하나가 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할만큼 문화계 저변이 빈약하다. 내 실력과 상관없이 그 어디에도 작품을 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근데 난 아직 예술가까지는 못되더라도 광대까지는 된다. 하고 싶은 얘기 못 하면서까지 작품할 생각은 없다. 세상에 넘쳐나는 권위적이고 억압적이고 답답한 것들 조롱하고 엿먹이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광대의 입을 막았던 정치인들은 어느 시대에나 결국엔 무너졌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 <오마이뉴스>는 1일 오전 정우택 원내대표 측에 고소고발 취지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전화를 걸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전달한 뒤 회신하겠다'고 말했지만, 오후 6시 현재 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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