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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바야흐로 선거 시즌입니다. '당의 반장'을 뽑게 될 자유한국당 얘기인데요. 오는 12월 1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경선 출마를 저울질 하는 주자들부터 이를 후방에서 지원하는 이들까지. '친박 vs. 비박'을 넘어 '친홍(친 홍준표) vs. 비홍(비 홍준표)' 색깔을 선명하게 뽐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신기하게도 '얼굴'보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얼굴 책(페이스북)'에서 싸웁니다. 욕하면서 닮는다더니, 당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에 물든 모양새입니다.

페이스북으로 '예열'한 홍준표 "암 덩어리" 발언으로 카운터 펀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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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첫 시동은 홍준표 대표의 몫이었죠.

"계파갈등을 부추겨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11월 25일, 페이스북)

'막말'로 악명 높은 홍 대표에게 이건 애교 수준이죠. 큰 반향이 없어서 일까요, 홍 대표는 발언 수위를 살짝 높입니다.

"박근혜 사당 밑에서 요직 다 차지하며 전횡하던 사람들과 소신 없이 바람 앞에 수양버들처럼 흔들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홍준표 사당화 운운하다니 가소롭다. 아직도 철없이 미몽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박근혜 정권이 왜 망했는지 알 것 같다." (11월 26일, 페이스북)

'수양버들, 미몽, 가소롭다' 등으로 페이스북 '예열'을 마친 홍 대표는 당 공식 행사에서 카운터펀치를 날립니다.

"고름과 상처를 그대로 두고 적당히 봉합해 가면 상처가 덧난다. 암 덩어리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새로운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겠느냐, 도려내야한다." (11월 27일, 당 홍보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친박계를 '암 덩어리'와 '고름'으로 규정하고 도려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친박 원내대표는 안 된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나경원 "보수 품격 떨어트려"... 이주영도 "당 비호감으로 만들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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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나경원 의원이 '더는 못 참겠다'며 대거리에 나섰습니다.

"홍 대표는 '고름, 암 덩어리' 막말을 쏟아냈다. 보수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다. 보수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 이상은 인내하기 어렵다." (11월 28일, 페이스북)

나 의원, 원내대표 출마 준비 하고 있죠. '비박'은 물론이거니와 '비홍' 기류가 조성 중인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나 의원이 '대안 후보'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가만히 있을 홍 대표가 아니죠. 반격에 나섭니다. 이번에는 '탤런트' 공격입니다. 누구를 겨냥하는지는 말 안 해도 아시겠죠.

"아무 역할도 못하고 보수 팔아 선수만 채운 건지 반성해야 할 사람들이 당 대표 공격해 원내대표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 탤런트 경연대회도 아니고." (11월 8일, 페이스북)

홍 대표의 공격 레이더망에 잡힌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주영 의원입니다.

"내 개명절차에 헛소문이 많아 해명한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어느 분이 자기가 내 이름을 개명해 주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다." (11월 28일, 페이스북)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페이스북.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페이스북.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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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판표에서 홍준표로 개명한 뒷배경을 구구절절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분이 자기가 개명해줬다'고 꼬집었는데 '어느 분'이 바로 이주영 의원인 것이죠. 평소 이 의원이 사석에서 홍 대표 개명에 도움을 줬다고 말해왔다는데, 해묵은 얘기를 굳이 지금 들춰내는 이유가 뭘까요?

이 의원도 묻습니다. "정치적 의도가 있냐"고요. 페이스북 글 제목부터 비장합니다.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 요즘 홍준표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에 대해서 걱정하는 당원들이 많다. 특히 막말에 가까운 일부 표현들은 당의 이미지를 더욱 비호감으로 만들고 있다. 개인적인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저를 거짓말쟁이로 만들려는 정치적 의도라도 있나?" (11월 29일, 페이스북)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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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덧붙입니다. "원내대표 경선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견제용입니까?"

네 맞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죠. 이 모든 '페이스북 설전'이 원내대표 선거용이라는 것을요. 홍 대표가 평소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은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구 친박계 후보들과 단일화 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홍 대표가 '친박-이주영 연대론'에 불쾌한 심기를 대놓고 드러낸 것이지요.

결국 면전에서 "품격 갖추라" 비판으로 이어져... 홍 대표 '절필' 선언?

홍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는 결국 서로 얼굴 붉히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29일 당대표·최고위원·3선 의원 연석회의에서 "대표가 품격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지적이 홍 대표 면전에서 나온 것이죠.

"그래 나는 품격 없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품격이 있었던 사람은 이회창 전 총재였고, 가장 품격이 없었던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두 사람의 대결에서 노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정치는 품격으로 하는 게 아니다."

홍 대표는 한 마디도 지지 않습니다. 이러다 '품격 없는 정치'의 시대가 도래하는 걸까요. '페이스북 정치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에도 "공격을 받아도 나보고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냐"라고 발끈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당내 '면전 비판'이 조금은 따끔했는지 홍 대표는 한 측근에게 "앞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하는 건 그만하겠다"고 했다네요. 실제, 회의 후 홍 대표 페이스북은 잠잠합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터집니다. 홍 대표 측근 이종혁 최고위원이 '암 덩어리를 암 덩어리라고도 못하냐'고 항변합니다.

"대통령을 지켜야할 때 납작 엎드려 바퀴벌레 같은 짓을 하는 자들이 있어 바퀴벌레 같다 하고, 우파정당을 망하게 만든 암적 존재들이 있어 암 덩어리라 하고 도저히 생살로 돋아날 희망이 보이질 않아 고름이라 지적하는 당대표의 정치적 수사를 막말이라 대드는 분들은 그게 자신들을 겨냥한 것 같아 아프신 모양이죠?" (11월 29일, 페이스북)

홍 대표는 회의석상에서 "부당한 공격에 맞서 나도 친위대를 구성하겠다고"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이 최고위원이 그 주인공이었나 봅니다. "페이스북 비판 그만하겠다"는 말은 아마 본인이 '직접' 안 하겠다는 말이었나 봅니다.


태그:#홍준표, #페이스북 정치, #나경원,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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