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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가 계신 산타빌리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계신 산타빌리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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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도 이제 제법 깊어졌다. 첫눈도 내리고 사람들의 눈길도 그윽해지면서 어느덧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송이 사람의 맘을 흔들어 놓는다. 맞다. 이제 혼족들은 저주하고 커플들은 더욱 똘똘 뭉치고 부모님들은 아이들 선물 걱정에 한숨만 늘어 간다는 크리스마스의 계절이 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하나. 산타 할아버지이다.

21세기 사는 마당에 누가 아직도 산타클로스를 믿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아이들은 영악하다. 그냥 믿는 척하기만 해도 12월 25일 날 선물이 저절로 배달되는데 누가 나서서 "난 안 믿어"라는 고백을 하겠냐 말이다. 그러니 그냥 다들 믿는 척하자. 게다가 2014년엔 전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얼마나 빨리 달려야 산타 할아버지가 전 세계 아이들에게 선물을 다 배달할 수 있는지 계산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그 발표에 의하면 산타 할아버지는 37만 톤의 선물을 싣고 초속 1050 킬로미터의 속도로 31시간 동안 달리면서 배달을 하면 최소한 9180만 가구에 사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할 수 있다고 한다. 물리학적으로 불가능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걸 믿어야 동화이고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여기 핀란드 로바니에미이다.

북극 권역으로 가는 길은 삭막하다
 북극 권역으로 가는 길은 삭막하다
ⓒ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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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로부터 900 킬로미터 떨어진 로바니에미는 북극이 시작하는 경계선에 바로 위치한 마을로 라피 주의 주도이다. 하지만 워낙에 인구가 3만에서 4만 정도에 불과한 한적한 마을인지라 눈 덮인 겨울에 오면 정말 북극에 사는 산타클로스의 본고장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이곳을 가는 방법은 세 가지. 자동차를 이용, 육로로 가는 방법이 있고 저가 항공을 이용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눈 덮인 길을 자동차로 900여 킬로미터를 운전해 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보통 비행기나 기차를 이용한다. 그중에서도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 관광객들에게는 인기가 있다. 깔끔한 북유럽식 야간열차를 타고 약 1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산타 할아버지는 상상하던 딱 그 이미지 그대로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상상하던 딱 그 이미지 그대로이다.
ⓒ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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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자체엔 볼거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부터 이곳이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단 하나의 이유는 물론 산타클로스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공항 혹은 기차역에 내리면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산타 마을로 향하니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시내버스를 타고 약 3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사실 산타 마을이 그렇게 크진 않다. 산타 할아버지가 계신 메인 빌딩과 부속 건물, 우체국, 기념품 샵 등으로 이뤄진 진짜 소박한 마을이다. 마을에 도착했다면 우선적으로는 산타 할아버지를 뵙는 게 우선이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접견실 중앙에 떡 하니 앉아 있는 산타를 보게 된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매년 새롭게 선발된다는 산타클로스를 마주하게 되면 잠시 잠깐 "진짜가 나타났다"라고 착각에 빠질 정도로 평소 생각한 딱 그 이미지의 산타 할아버지가 나타난다. 그러니 아이들은 흥분하지 않겠는가? 그 앞에선 어느 누구도 착해질 수밖에 없다. 말썽꾸러기들은 주눅 든 목소리로 착한 아이게 될 것임을 다짐하고 나름 착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어떤 선물을 달랠까 고민하기에 여념 없다. 그런 아이들의 표정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푸근해진다.

한국에서 왔다니 간단하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도 하고 서울, 부산, 인천 등의 도시 이름도 아시길래 한국 사람들도 제법 왔다 간 모양이라고 하니 정색을 하며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방문하는데 왜 모르겠냐고 너스레도 떤다. 하지만 아쉽게도 개별 사진은 금지! 일정 금액을 내야 산타의 전속 사진사가 동화 속 인물과의 한 컷을 추억으로 남겨 준다.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들 선물 살 돈을 어디서 구하는지 궁금증이 풀린다.

엘프가 부지런히 편지를 분류하고 있다.
 엘프가 부지런히 편지를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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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를 모티브로 한 상품들도 이곳의 주 수입원이다.
 산타클로스를 모티브로 한 상품들도 이곳의 주 수입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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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를 상품화한 다양한 상품들을 기념품 샵에서 만날 수 있다.
 산타 할아버지를 상품화한 다양한 상품들을 기념품 샵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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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 이곳 로바니에미가 위치한 이 땅을 그렇게 부른다. 로바니에미를 기점으로 북부로 뻗어나간 스칸디나비아반도의 광활한 개활지. 지금은 현대적인 국경 구분에 따라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러시아 등지로 나눠져 있지만 본래 그 개활지에서 순록을 치며 살아가는 것이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사미족)의 가장 전통적인 삶이다.

산타 빌리지를 나와 순록 썰매 체험을 위해 마을 외곽으로 나오면 그들을 만나게 된다. 소리마저도 눈 속에 갇혀 고요해진 라플란드의 숲. 사방 팔방 둘러봐도 보이는 것이라곤 눈 덮인 들판과 조용히 되새김질하는 순록의 푸드덕거리는 소리 그리고 온통 하늘을 물들이는 석양. 이곳에는 자연과 나 그 둘 밖에 없다. 이곳에서 뭔가를 하겠다고 혹은 뭔가를 보겠다고 돌아다니는 것은 무의미하다.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그저 웅장한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겸허한 마음을 배워가는 수밖에...

순록 썰매 타기는 로바니에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다.
 순록 썰매 타기는 로바니에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다.
ⓒ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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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모빌 타기도 여기서 경험할 수 있는 옵션 투어 중의 하나다
 스노모빌 타기도 여기서 경험할 수 있는 옵션 투어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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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플란드를 지키며 살아온 사미족. 다른 듯 같은 그 모습에서 왠지 친근함을 느낀다.
 라플란드를 지키며 살아온 사미족. 다른 듯 같은 그 모습에서 왠지 친근함을 느낀다.
ⓒ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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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가사는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daro424 에도 중복 기재된 내용입니다.



태그:#핀란드 여행, #라플란드, #로바니에미, #산타 마을,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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