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30일 개최된 제19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식에서 김종현 집행위원장과 박병선 대회장이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개최된 제19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식에서 김종현 집행위원장과 박병선 대회장이 개막을 선언하고 있다. ⓒ 박장식


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그러나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이었던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게 개최되는 아동, 청소년 대상 영화제가 서울의 가을 하늘을 꽉 채웠습니다. 11월 30일부터 12월 10일까지 개최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SIYFF)에 개막부터 폐막까지, 그리고 상영된 영화 리뷰나 감독/배우의 인터뷰까지 오롯이 담아냅니다. 세번째 순서로 폐막한 영화제의 총정리를 할까 합니다. - 기자 말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아래 청소년영화제)가 지난 10일 아쉬운 폐막을 맞았다.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개막한 청소년영화제는 인사이트홀, 한국영상자료원, 마포청소년수련관 등 다양한 상영관에서 11일간 상영됐다. 국내 초청작과 경쟁작을 비롯해 장편 영화, 해외 영화 등 다양한 작품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영됐고, 개중에는 이미 개봉한 작품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에서 처음 상영관에 걸린 작품도 있다. 수백 여 편의 장편과 단편은 영화제를 방문한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개막 이후 여러 작품들을 상영했던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총정리를 해 본다. 지금까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관련 기사에서는 개막작, 장편 작품, 국내 작품 등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영화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특별히 기록하려 한다. 11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개막식은 '이게 왜?' 하지만 개막작은 역대급 수작

 지난 10일 폐막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지난 10일 폐막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 박장식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개막식은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진행되었다. 영화제의 얼굴이 바로 개막작과 개막식이기 때문에 많은 주목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개막식 시작부터 끝까지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줄이 길게 늘어섰는데, 노트북 컴퓨터 한 대 만으로 관람객의 정보를 대조하는가 하면 레드카펫 때문에 줄 선 사람들이 밀리기도 했다.

개막식 축하공연 현장은 더욱 당혹스러웠다. 개막식의 축하공연에서는 청소년 영화제임에도 불구하고 트로트 가수만 세 팀이 출연했다. 더욱이 영화제 행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협찬성 한복 패션쇼가 뜬금없이 이루어져, 관람하던 시민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개막식장을 찾은 한 청소년은 "청소년 영화제인데 축하공연을 트로트 가수가 와서 하는 공연을 해서 깜짝 놀랐다. 청소년 영화제라고 해서 개막식을 보러 왔는데, 청소년 취향의 축하공연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본행사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김종현 집행위원장과 박병선 대회장이 개막을 선언하며 행사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종현 집행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국가 지원이 3년간 끊겼었다"며 "올해 영화제를 개최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많은 청소년 감독님들 덕분에 개최할 수 있었다. 내년에 더 내실있고, 알찬 영화제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섹션 상영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 마포청소년문화의집에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섹션 상영이 진행되고 있다. ⓒ 박장식


여러 의원들도 참여했다. 국민의당 유섭엽 의원이 참여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했고,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많은 다양한 경험과 많은 예술적 소양,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영화제를 통해 배우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고 축사를 통해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식이 끝나고 개막작이 상영되었다. 개막작은 희귀 암과 맞서 싸웠던 10대 피겨선수 칼리 엘리슨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키스 앤 크라이>였는데,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영화였다.(관련 기사: 암 투병 이겨낸 피겨선수, 다시 '키스 앤 크라이 존'에 서다) 개막작만큼은 그간 최고의 상영작들을 선보였던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위력을 보여줬다.

사람 없어 '썰렁한 영화제'

이번 영화제는 전년 영화제에 비해 홍보가 거의 전무했다. 아는 사람도, 찾는 이도 거의 없었다.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객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홍보도 전무했지만 작품을 내놓았던 감독들과 배우, 스태프들도 영화제 기간이 대학교와 고등학교의 기말고사 시험기간과 겹친 탓에 자신의 영화를 보러 오지 못했다.

이로 인해 수백 석 규모의 한국영상자료원 상영관에 10명 이하의 시민들이 방문하여 영화제를 관람하는가 하면 청소년수련관에서는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다. 더욱이 몇몇 사람들이 찾았던 국내 장편이나 국내 단편 작품과는 다르게 해외 장편과 단편 작품들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사람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진행된 서울 인사 아트홀의 모습.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진행된 서울 인사 아트홀의 모습. ⓒ 박장식


당시 전석이 무료로 운영되었으나 홍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프로그래머들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프로그래머는 "열심히 준비해서 올린 작품들인데 홍보가 잘 되지 않아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홀로 상영관을 지키고 있어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작품은 '역대 최강', 운영은 '매우 아쉬움'

이번 영화제는 '역대급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운영상의 어려움과 대비되게, 지난 18회 영화제에 비해 더욱 나은 작품들을 스크린에 올렸다. 개막작이었던 <키스 앤 크라이>뿐만 아니라 <국정교과서 516일: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초등학생들의 우정을 다룬 <우리들>, 쌍용차 사태를 중학생의 시선에서 본 <안녕 히어로> 등 다양한 작품들이 올랐다.

해외 작품 중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렸다. 한 남학생에게 일어난 6일간의 이야기를 다룬 < Good Boy >, 반군을 피해 온 한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 Lane 1974 > 등 다양한 작품들이 객석을 찾았다. 이외에도 이란 성장영화 특별전이 개최되어 정글의 이야기를 다룬 < Kelileh and Demneh > 등 다섯 편의 이란영화가 관객을 기다렸다.

단편 영화 역시 뛰어난 작품성을 지녔다. 청소년, 어린이, 대학생 등 다양한 시선에서 본 청소년의 이야기를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특이하게도 '아이의 신병'을 주제로 다룬 한국 애니메이션 고등학교의 <행>,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서울 공연예술고등학교의 <윤정>, 가족의 이야기를 동명의 영화에 이입한 경기예술고등학교의 < 8월의 크리스마스>(13+ 경쟁부문 대상)등이 상연되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13+ 경쟁작 부문의 GV가 프로그래머 K의 진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13+ 경쟁작 부문의 GV가 프로그래머 K의 진행으로 진행되고 있다. ⓒ 박장식


하지만 이에 비해 대회 운영은 매우 아쉬웠다. 앞서 말했듯 일자나 무료 관람 등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경쟁 작품이 한창 상영되는 6일 오후 6시 30분에 시상식이 이뤄져 대부분의 감독, 배우들이 영화 관람 대신 시상식을 찾기도 했다. 상영관들 역시 거리가 멀어 이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영화제는 전체적으로 순조롭지 못한 면이 있었다. 매년 진행되어 한효주, 박보영 등의 스타를 배출했던 청소년 영화 캠프 역시 올해에는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김종현 집행위원장이 "이번 영화제는 개최에 큰 의의를 두었다"지만, 너무 초라해져 좋은 작품들을 담고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영화제의 모습이 매우 아쉬웠다.

'성료'라고 하기엔... 20회 기대하는 수밖에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13+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경기예고 송혜린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의 스틸컷.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13+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경기예고 송혜린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의 스틸컷. ⓒ 송혜린


올해 대회는 변변한 폐막 행사 없이 마지막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내년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20번째 막을 올리게 된다. 끊겼던 정부와 지자체지원도 다시 수혈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데다가 그간 쌓인 노하우로 최상의 작품 선구안을 보이고 있어 다시 재기할 가능성이 보인다. 스무 살 생일이 중요한 분수령이 된 셈이다.

하지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예전의 위상으로 돌아오려면 피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안앙국제청소년영화제가 지자체의 막강한 지원을 바탕으로 두 번째 영화제도 성공적으로 끝냈고,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도 부산광역시와 교육부의 지원 아래 12번째 영화제를 성료했을 정도이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의 재기에는 짧지는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다시 새로이 돌아올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다시 극복하여 20번째 행사를 가장 크고 성대한 규모로 치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회 행사에서는 더 다양한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는 커다란 함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다음 편에서는 상영작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갑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청소년 영화 영화제 SY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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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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