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김승준이 1대0으로 앞서나가는 선취골을 성공 한 후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9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김승준이 1대0으로 앞서나가는 선취골을 성공 한 후 동료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시즌 막바지 너무 무리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더니 선수들이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부산 아이파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기회에 두 마리 토끼를 잡자고 했다. 그런데 그 두 마리 모두 놓치게 될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이러다가는 보호 장구도 하나 없이 호랑이굴에 맨몸으로 들어가게 생겼다.

이승엽 감독 대행이 이끌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가 29일 오후 7시 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17 KEB하나은행 FA컵' 울산 현대와의 결승 1차전 홈 경기에서 1-2로 패하고 말았다. 오는 12월 3일, 2차전 기회가 남아있다고 하지만 그 장소는 바로 '호랑이굴'이라 불리는 울산 문수 월드컵경기장이다. 26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통한의 승부차기 패배를 당하고 겨우 사흘 뒤에 또 다른 난관에 부딪친 셈이다.

부산 아이파크, 악재 겹치다

홈팬들 앞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승리를 위해 뛰었다. 하지만 출발점부터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했다. 간판 골잡이 이정협과 공격형 미드필더 임상협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한 것이다. 부산이 한 시즌 대미를 장식하는 모든 경기(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FA컵 결승)에 올라오기까지 핵심 멤버들이 골병이 든 것을 숨길 수 없었다.

부산 아이파크는 이정협 대신 최승인을 맨 앞에 내세우고 박준태를 바로 아래에서 뛰게 했지만 노련한 수비수 강민수가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의 짠물 수비를 쉽게 떨쳐버리지 못했다. 부산 아이파크의 실질적인 플레이 메이커 호물로가 마음대로 패스하지 못하도록 울산 미드필더들이 한꺼번에 둘 이상 달려드는 맞춤형 압박 전술을 펼쳤기 때문이기도 했다.

경기 시작 후 20분만에 슛 각도조차 예상하기 힘든 곳에서 먼저 골을 내주는 바람에 부산 아이파크의 FA컵 우승 희망이 멀어지고 말았다. 울산 현대 공격형 미드필더 김승준이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오른발 슛을 절묘하게 차 넣은 것이다.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 구상민의 다리 사이를 노린 것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갈 길 바빠진 부산 아이파크는 이후에도 악재가 겹쳤다. 전반전도 끝나기 전인 35분에 한지호마저 부상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 대신 이동준이 예상보다 일찍 들어온 것이다.

후반전에 뒤집기를 노려야 하는 부산 아이파크는 레오 카드까지 내밀며 보다 과감한 공격을 주문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1선과 2선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형편, 바로 부산 아이파크의 현실이었다.

이동준의 골이 기적의 불씨로 타오를 수 있을까?

 29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이종호가 부산 차영환의 수비에 넘어지고 있다.

29일 오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경기. 울산 이종호가 부산 차영환의 수비에 넘어지고 있다. ⓒ 연합뉴스


홈&어웨이 시스템으로 결승전을 치르는 대회 규정상 어웨이 경기에서 먼저 골을 넣은 울산은 비교적 느긋하게 상대의 조급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57분에 나온 역습 한 방이 바로 이 양상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었다.

54분에 선취골의 주인공 김승준을 빼고 오르샤를 들여보낸 울산은 단 3분만에 부산 아이파크의 약점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오르샤의 절묘한 역습 패스가 부산 아이파크 '정호정-모라이스' 수비 라인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 공을 받은 골잡이 이종호는 홈 팀 골키퍼 구상민까지 따돌리며 추가골을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초겨울 밤 바람을 뚫고 구덕운동장을 찾아온 2721명 홈팬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경기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부산 아이파크 벤치에서는 70분에 박준태까지 빼고 윤동민을 들여보내는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그나마 85분에 이동준의 골이 나왔기에 희망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고군분투하던 미드필더 호물로의 왼발 중거리슛을 울산 현대 골키퍼 김용대가 왼쪽으로 쓰러지면서 쳐냈고 이동준이 반대편에서 기다렸다는 듯 빈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제 두 팀은 오는 12월 3일 오후 1시 30분 장소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결승 2차전을 치르며 올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 어웨이 경기에서 2골이나 넣은 울산 현대가 이 대회 첫 우승의 감격과 함께 2018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낼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04년 부산 아이콘스 시절에 부천 SK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이후 13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하늘 나라로 간 조진호 감독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꿈꿀 수밖에 없다. 묘하게도 13년 전 부산을 우승 팀으로 만든 골키퍼이자 MVP 수상자 김용대 선수가 지금 울산 현대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이들 앞에 또 축구장의 기구한 운명이 얽혀 있다.

 2017 FA컵 결승 1차전 결과(29일 오후 7시 30분, 부산 구덕운동장)
★ 부산 아이파크 1-2 울산 현대 [득점 : 이동준(85분) / 김승준(20분), 이종호(57분,도움-오르샤)]
◇ 결승 2차전 일정(12월 3일 오후 1시 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 현대 - 부산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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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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