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리그는 WBC 1라운드 탈락, '금전거래' 최규순 전 심판 사태 등의 악재 속에서도 한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경신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원정 관중이 많은 KIA와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정규 시즌 마지막 날까지 치열한 순위경쟁도 이어졌다. 이승엽 은퇴 투어 등 다양한 볼거리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KIA의 한국시리즈로 2017 KBO리그가 마무리된 지 한 달이 넘었다. 2017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시즌 KBO리그를 돌아보는 의미로 마련한 팀별 결산 시리즈, 마지막 팀은 8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한 KIA 타이거즈이다.

FA 최형우의 가세로 일찌감치 KIA는 우승후보로 분류됐다. 여기에 좌완 선발 양현종까지 잔류를 택하면서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 도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팀으로 급부상했다. 시즌 도중에 단행한 두 번의 트레이드로 팀의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보강했고, 기존 선수들의 활약까지 더해져 올시즌 KIA는 시즌 초반부터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한때 위기를 맞이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KIA는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을 차지해 8년 만의 통합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이들의 2017년을 정리해본다.

 최형우의 가세로 타선 무게감을 더한 KIA는 이명기, 김주찬, 김선빈 등이 곳곳에서 맹활약하며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통합 우승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형우의 가세로 타선 무게감을 더한 KIA는 이명기, 김주찬, 김선빈 등이 곳곳에서 맹활약하며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통합 우승을 이끈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 KBO


최형우와 이명기의 가세, 그리고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KIA 타선

지난 시즌 후반기에 군 문제를 해결한 안치홍과 김선빈이 합류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팀에 큰 보탬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희망을 본 동시에 전력 보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KIA는 지난해 겨울 FA 시장에서 좌타 외야수 최형우를 영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중장거리 타구를 때릴 수 있는 로저 버나디나를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고, 지난 4월에는 SK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이명기를 영입했다. 노수광을 내준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컨택 능력이 뛰어난 이명기의 활약을 기대한 선택이었다. 여기에 이홍구와 이성우 두 명의 포수를 내주고 SK에서 백업으로 활약하던 김민식이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은 시간 동안 KIA 타선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에는 팀에 없었던 이명기, 버나디나가 김주찬과 함께 상위 타선에 배치되고 최형우, 나지완, 이범호, 안치홍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김민식과 김선빈이 8번과 9번을 맡으며 타선을 완성했다. 물 흐르듯 짜임새 있는 타선이 시즌 초에 완성됐고, 덕분에 KIA는 일찌감치 힘을 내며 선두권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1번과 2번을 오갔던 이명기는 115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2 9홈런 63타점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이적하자마자 줄곧 선발 우익수로 출전하며 뛰어난 컨택 능력과 강한 어깨로 공-수 모두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지난해에 이어 100경기 이상 출장하며 타율 0.309 12홈런 70타점을 기록한 김주찬도 제 몫을 했다.

개막 이후 한 달간 타율 0.255 1홈런 9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는 5월부터 조금씩 자신의 타격감을 되찾았다. 그 이후에는 하락세 없이 페이스를 유지해 27홈런-32도루를 기록, 반등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FA 이적 이후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최형우는 타율 0.342 26홈런 120타점으로 KIA의 적극적인 투자가 통했음을 증명했다. 또한 25홈런 89타점을 기록한 이범호, 27홈런 94타점으로 데뷔 이후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한 나지완, 21홈런 93타점으로 데뷔 첫 20홈런 시즌을 보낸 안치홍까지 힘을 보탰고, 팀 내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무려 5명에 달했다.

'수비형 포수' 김민식의 타격 부진이 조금 아쉬웠다. 올시즌 타율 0.222로 공격만 따졌을 때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그러나 김민식의 뒤에는 '타격왕' 김선빈이 있었다. 0.370의 타율과 0.420의 출루율, 176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강한 9번 타자로 거듭났다. 쉽게 말해서, 김민식을 제외한 나머지 8명 모두가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타자들이었다.

 헥터와 함께 동반 20승을 달성한 양현종은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헥터와 함께 동반 20승을 달성한 양현종은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 KBO


불안했던 불펜, 그러나 탄탄한 선발진으로 '선발 야구'의 힘 보여줬다

물 흐르듯 순조로웠던 타선과 달리 마운드는 극과 극의 상황을 맞이했다. 선발진은 매우 강했고, 불펜은 매우 약했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넥센에서 김세현을 영입했으나 그 이후에도 불펜은 불안함을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다. 올시즌 팀 불펜 평균자책점 5.71, kt와 삼성에 이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수확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임창용, 김세현만큼이나 묵직한 공을 던진 김윤동의 성장,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홀드를 기록한 심동섭의 활약은 불펜이 거둔 성과였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이외에는 뚜렷한 결과물이 없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불펜이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쳤다면 KIA는 좀 더 빠른 시점에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다. 정규시즌 막바지에 펼쳐진 치열한 선두 경쟁이 펼쳐진 것도 KIA 불펜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KIA에게는 '선발 야구'가 있었다. 지난해 두산의 통합 우승 당시 70승을 합작했던 판타스틱4만큼이나 힘 있는 선발진을 갖췄다. '20승 듀오' 양현종과 헥터, 좌완 팻딘, '뉴페이스' 임기영으로 이어지는 4선발로 불안한 불펜의 짐을 덜어줬다. 차우찬을 영입하며 시즌 전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은 LG보다도 더 강력한 선발 야구의 힘을 보여줬다.

단일 시즌에 20승 투수가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올시즌 KIA에서는 20승 투수가 무려 두 명이나 탄생했다.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 그리고 토종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그 주인공이었다. 특히 지난해 시즌 종료 이후 FA 자격을 얻고 22억5천만원에 1년 재계약을 맺은 양현종의 역투가 시즌 내내 빛났다.

31경기에 등판해 193.1이닝 동안 20승 6패를 기록, 퀄리티스타트도 20차례나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좌완 에이스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무엇보다 에이스로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운드에 올라와서 승리를 이끌었다. 10월 2일 수원 kt전에서 선발 등판해 시즌 20승째를 달성하는 동시에 팀의 매직넘버를 1로 줄였고,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선발로 등판해 팀의 시리즈 첫 승을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5차전에서는 불펜으로 등판해 본인이 직접 경기를 끝내며 V11 달성의 마지막 퍼즐조각을 채웠다.

양현종의 활약 못지않게 반가웠던 것은 임기영의 등장이다. 외국인 투수 헥터, 팻딘도 잘했지만 임기영이 없었다면 KIA의 통합 우승 달성 여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폐렴 증세로 인해 한 달 정도의 공백기를 가져야 했고, 복귀 이후 시즌 초반만큼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했으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두산 타선을 꽁꽁 묶으며 무실점투를 펼쳤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이후에는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출전해 국제 무대를 경험한 의미있는 시즌이었다.

2017년 KIA 마운드는 극과 극의 상황 속에서도 강한 선발진을 갖춘 팀의 힘을 보여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 야구로 두산을 제압할 수 있었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8년 만의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양현종, 김주찬 재계약 문제와 연봉 협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다른 팀들보다 순조롭게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이제 KIA는 2연패에 도전한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8년 만의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양현종, 김주찬 재계약 문제와 연봉 협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다른 팀들보다 순조롭게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이제 KIA는 2연패에 도전한다. ⓒ KBO


1패 뒤 4연승, 양현종 호투와 타선의 응집력으로 일궈낸 8년 만의 KS 우승

KIA는 어렵게 1위 자리를 지켜낸 뒤 20일 넘게 휴식을 취하며 전력 재정비에 들어갔다. 불안했던 불펜은 물론이고 지친 야수들과 선발 투수들에게도 꿀맛같은 휴식이었다. 쉬는 기간 동안 체력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체 평가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헥터가 선발로 등판한 1차전을 패배하며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로 2차전을 시작했다. 선발 양현종의 호투에도 타선이 7회까지 무득점으로 침묵했고, 상대 선발 장원준 또한 호투를 이어갔다. 그러나 8회말, KIA는 상대 야수진의 실책을 틈타 선취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 개시 이후 처음 리드를 잡았다.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선발 양현종은 마지막 타자 양의지를 11구 승부 끝에 삼진으로 처리, 시리즈 첫 승을 가져오는 순간이었다.

비록 홈에서 2승을 거두진 못했지만 값진 1승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했다. 잠실로 장소를 옮긴 이후 이명기, 나지완의 활약을 앞세워 3차전을 6-3으로 승리한 KIA는 4차전(5-1)과 5차전(7-6)도 모두 승리해 시리즈를 5차전에서 끝냈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만큼이나 잠실구장에도 많은 KIA팬들이 세 경기 내내 관중석을 가득 메워 KIA의 V11을 염원했고, 팬들의 소망은 현실이 됐다.

2차전 선발로 나선 양현종은 5차전 팀이 7-6으로 한 점 차 앞서고 있던 9회말에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라 팀의 리드를 지켰다. 1사 2, 3루의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1사 만루 상황에서 박세혁과 김재호를 범타 처리하며 그토록 원했던 통합 우승을 8년 만에 달성했다. 1패 뒤 4연승, 단기전에서 흐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시리즈였다.

2연패 노리는 KIA의 2018년, 백업의 성장과 불펜의 활약이 필요한 때

양현종과 김기태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여러 시상식에 참가해서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고 있고, 특히 '정규시즌-KS MVP' 양현종은 시상식 12관왕에 등극하며 이번 겨울 가장 많은 상을 받았다. 잔류 여부가 불투명했던 외국인 3인방과 재계약을 한 KIA로서는 아직 재계약을 하지 않은 양현종까지 팀에 남는다면 전력 이탈 없이 새 시즌을 맞이할 수 있다. 시상식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양현종에게 남은 것은 재계약 문제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들뜬 마음으로 40여 일의 시간을 보낸 KIA는 이제 차분하게 2018시즌을 준비한다. 양현종과 김주찬의 재계약 문제, 연봉 협상 등 스프링캠프 이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다 끝난 게 아니다. 이 과제들을 끝내고 캠프로 떠나야 편안한 마음으로 시즌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

장기 집권을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 2018시즌에는 주전 야수들의 뒤를 받칠 백업 야수들의 성장과 올시즌 KIA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불펜의 활약이 절실하다. 우승이라는 결과만큼이나 우승을 달성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중요한데, 올시즌 KIA는 과정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선발 야구로 한을 풀었고, 장기 집권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전히 KIA의 전력은 강하고, 내년 시즌에도 단연 우승 후보이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단점을 보완해 더 완벽한 전력으로 돌아온다면 KIA의 왕조 시대 개막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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