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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의 눈물> 아내가 남겨 놓은 편지. 그에 대한 답장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아담의 눈물> 아내가 남겨 놓은 편지. 그에 대한 답장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 한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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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진정한 친구를 발견한 사람이다. 그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자기 아내가 친구임을 발견한 사람이다." - 슈베르트

많은 남자들은 첫사랑을 못 잊는다. 잡지 못한 아련함에 평생을 아쉬워한다. 적지 않은 남성들은 헤어져 놓고 후회한다. 자신이 못 했던 일을 곱씹으며 땅을 친다. 그리고 남성들은 지금 곁을 지키는 여인의 소중함을 모른다. 그 사람이 떠난 후에야 돌아오기만을 바란다. 대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수컷들이 철이 없다는 말이, 사랑에 있어선 유효한 대목이다.

흔히 이별 후의 심정을 '가슴이 미어지듯 아프다'고 한다. 심리적인 아픔이 너무 커 신체적인 고통마저 느끼게 한다는 비유다. 실제 과학자들은 이별로 인한 마음의 고통이 신체 아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만남은 헤어짐 자체만으로도 슬프다. 행여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함부로 던진 돌이 있다면, 기억은 결국 자신에게 불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알고 있으면서도 '잡은 물고기니까', '늘 곁에 있는 사람이니까' 등 안일한 생각을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아픔과 그로 인한 깨달음은 예술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가수는 목 놓아 노래 부르고, 무대에선 절규하며 독백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선 떠난 이의 사진을 품고 오열한다. 하지만 이 모든 역할을 구현하는 기본적 방식은 글이다.

하늘로 간 아내, 그녀가 남겨 놓은 편지를 열다

소설 <아담의 눈물>은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53세 방철만은 철만 안 들었다. 실향민 외아들로 명문대와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박사까지 됐지만 40대 초반까지 지방대 시간 강사로 전전했다. 결국 모교 교수가 되지 못하고, 40대 이후 학원 강사로 나서며 밥벌이를 시작했다.

자신을 알아주지 못한 세상이 원망스러웠지만, 묵묵히 뒷바라지해주는 아내와 명문대 법대를 다니는 외동딸이 있었기에 그럭저럭 삶을 유지했다. 하지만 날벼락이 떨어졌다. 아내가 암 투병 이 년 만에 세상을 떠난 것. 아내가 없는 집은 자신마저 거부하는 듯하다.

'아내가 사라지자 내 존재가치도 사라져버렸다. 이 집은 주인 잃고 넋 놓은 충견이었다. 식음을 전폐하는 개도 있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한사코 내 출입을 불편해했고 눈 마주치기를 거부했다.' - 본문 12쪽

슬픔은 겹쳐서 다가왔다. 아내가 떠나기 전, 꿈을 찾겠다며 법대를 때려치우고 연극판에 뛰어든 딸. 그 바닥에서 만난 사내와 동거에 들어갔다. 눈이 뒤집혀 노발대발했더니 딸은 사실상 의절해 버렸다. 방철만은 삶의 의욕이 없다. 간신히 빚 갚고 아파트 한 채 장만해 행복을 꿈꿨는데, 믿을 수가 없다.

아내의 사십구재에도 집에 오지 않는 딸. 방철만은 집 정리 중 아내가 남겨 놓은 편지함을 발견한다. 와병 중 틈틈이 써놓았다며, 하늘로 답장을 해달라던 아내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주저하며 연 편지, 아내의 향기가 확 밀려든다.

펼치며 눈물 흘렸고, 읽으며 입을 틀어막았고, 끝내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 울었다. 아직 아내의 편지는 많이 남았다.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편지를 펼칠 때마다 답장을 적어내려 간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다시 아로새겨진다.

편지로 인해 다시 열리는, 지난날의 이야기

책은 크게 두 단락으로 구분된다. 아내의 사망 이후 홀로 남겨진 방철만의 현재, 편지로 이어나가는 아내와의 이야기다. 죽음을 직감한 아내는 방철만을 처음 봤을 때부터 연애시절, 신혼 초의 기억들을 깨알처럼 기억해 손 글씨로 남겼다. 울고 웃으며 답장을 보내는 남편.

'내가 사람이 아니었던 거지. 당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알고 나니 기가 막혀. 술에 찌들어 새벽까지 안 들어오는 나를 기다리며 자영이 안고 울었을 당신 생각하니 너무 송구해서 소름이 돋아.' - 본문 246쪽

답장은 아내의 바람이기도 했지만, 바뀌기 위한 자신의 처절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자책으로만 끝났다면 아쉬웠겠지만, 방철만은 하늘과 주고받는 편지로 비로소 사랑을 깨우쳤다. 함께 살았기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알았기에 사랑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간다. 그 마음은 두 사람의 결실인 딸에게로 서서히 스며든다.

소설의 큰 분량을 편지가 차지하는 것이 이채롭다. 아내에게 바치는 글이지만, 동시에 자신을 향한 일기도 된다. 방철만은 편지 형식을 통한 일기를 적으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홀로 될 남편을 염려한 아내의 마지막 배려가 아닐까.

시대 트렌드에 맞춰, 보는 소설을 지향한 <아담의 눈물>

드라마에서 순간순간 나오는 과거 이야기를 플래시백 효과라 한다. <아담의 눈물> 작가 이동환씨는 TV 드라마처럼 '보는 소설'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힌다. 때문에 현실의 눈물바람에 그치지 않고, 곳곳에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지난 시절이 물들어 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여성 독자라면 글이 그려내는 그림에 빠질 법하다.

굳이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지 않았지만, 지은이 소개와 작가의 말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애초 작가 개인의 삶과 철저히 유리 된 글은 존재하기 힘들다. 인간은 경험에서 소재를 뽑아 올려 사유의 영역에서 결을 다듬기 때문이다.

작가 이동환은 국어 강사를 거쳐 현재 입시 논술 강사로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문학에 뜻을 두었으나 먹고사는 일에 휘둘려 먼 길을 돌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운명처럼 써야 했던 초고를 깁고 더해 드디어 자신의 첫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당연히 아내에게 바치는 글이기도 하다.

"평론가들보다는 독자들로부터 순수한 평가를 받고 싶다. 호평이든 악평이든 21세기 신파극이라는 평을 듣는다면 춤을 추겠다. 말초 자극만 난무하는 한국 소설계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 사람 냄새 나는 한 철을 선물하고 싶다. 땅에 발 디딘 사람 이야기로,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고 싶다."

자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책장 사이마다 자판 위로 떨어졌을 눈물 자국이 배어나고, 숨죽였을 끅끅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진솔하게 슬프고, 쓸쓸하게 아픔이 전해온다. 겪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후회와 반성이 문장에 녹아들어있다.

작가의 말처럼 어느덧 가슴으로 쏟아내는 울음이 잊혀가는 사회다. 빠르게 깔깔대고, 짧게 감동하며, 쉽게 짜증내고, 쿨하게 잊는다. 공감이 메말랐고, 귀를 쉬 열지 않는 풍토다. 이런 시대에 작가가 정조준 하는 사람 냄새 나는 21세기 신파는 통할 것인가. 신파(新派)의 의미가 과거와 구분되는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이니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동환 지음, 한솜미디어 펴냄, 값 12,000원, 2017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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