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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교육청은 아이들이 중심인 '잘 놀고, 잘 배울 수 있는' 유아 성장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또 인권이 존중되는 안전한 유치원, 소통하고 공감하는 유치원을 강조한다. 공교육 현장에서 유아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오마이뉴스>가 충남 유아교육 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탐방은 11월까지 월 두 차례 연재 예정이다. [편집자말]
충남 공주 중동초등학교병설유치원 원아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공개 참여수업을 하고 있다.
 충남 공주 중동초등학교병설유치원 원아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공개 참여수업을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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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충남 공주 중동초등학교병설유치원(원장 서동성, 공주시 웅진로 146-5).

유치원 입구에 학부모들이 서성였다. 학부모들이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과 학부모참여 공개수업을 하는 날이다. 이 유치원에는 만 3, 4, 5세 유아 60여 명 유아들이 다니고 있다.

평일 한낮인데도 학부모들이 참 많았다. 눈대중으로도 유아수와 비슷해 보였다. 이날 참여수업의 주제는 '토피어리 만들기'다. 식물을 다듬고 예쁜 모양으로 만드는 수업에 학부모와 유아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몰입도가 높다.

"거의 다 참여해요. 저희 반의 경우 오늘 스물다섯 명의 원아 중 스물네 분의 학부모가 참여하셨어요. 나머지 반도 비슷해요. 우리 유치원은 학부모님들의 참여율이 참 높아요." (고은미 교사)

- 매번 이렇게 참여율이 높나요?
"그럼요.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들도 많지만 미리 일정을 조정하시고 참여하세요. 올해 들어 금요일 예술제도 몇 차례 했는데 대부분 다 참여하셨어요."

중동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는 학기별 학부모 참여수업, 학부모 공개수업, 가족사랑 한마음 체육대회, 중동 예술제, 학부모 연수 등 여러 프로그램에 대부분 학부모가 참여하고 있다.

충남 공주 중동초등학교병설유치원 학부모들이 '유아성장발달 책임교육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충남 공주 중동초등학교병설유치원 학부모들이 '유아성장발달 책임교육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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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미 교사는 이렇게 참여율이 높은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유아성장발달 책임교육제'(아래 책임교육제)를 들었다. 책임교육제는 삼위일체 유아교육을 꾀하고 있다. 유아-교사-학부모가 함께하는 맞춤형 교육 방법으로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개개인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충남교육청의 특색사업이다.

- '맞춤형'인 건 알겠는데 유아마다 다른 성장발달을 어떻게 진단하죠?
"먼저 기초조사와 진단검사를 하고, 연령별 교육과정 5개 영역을 진단해요."

진단에는 표준화(BGT:Bender-Gestalt Test)된 방법이 사용된다. 만 3세 유아의 의사소통 진단표를 보니 '그림을 보고 단어 말하기', '자기 이름 찾아보기', '선 따라 그리기' 등의 진단 내용이 담겨 있다.

교사들은 진단 내용을 토대로 유아들을 관찰해 기록한다. OO이의 관찰 기록 일부를 엿보았다. 기록이 매우 꼼꼼하다.

"그룹 활동 : 손을 들고 적극적으로 발표하지 않으나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할 수 있음. 노래 부르기 즐거워함. 생각하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음. 친구 관계 : 00이를 잘 챙겨줌. 놀이를 주도하려고 해 친구들과 종종 분쟁이 생김. 간식 : 우유를 잘 먹음. 점심은 잘 먹지 않음."

이후 진단 결과와 관찰 기록을 토대로 유아는 물론 학부모와 반드시 면담을 한다. 학부모들에게 자신의 자녀 발달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알게 하고 교육에 공동 노력을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다. 면담을 통해 성장발달에 맞게 개인별 목표를 정한다.

"학부모에게 유아의 진단 결과를 설명해 드리고 가정에서 해야 할 책임교육 과제를 말씀드려요."

공주 중동초 병설유치원 학부모들이 원아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
 공주 중동초 병설유치원 학부모들이 원아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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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목표 또한 반드시 유아의 의사를 물어 결정한다.

"만 3세 한 유아의 경우 신체 운동과 관련해 부모님께 가정에서 놀이를 통해 세발자전거를 타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두 손으로 공을 잡을 수 있게 놀아 달라'는 목표를 함께 정했어요."

도달 목표가 정해지면 지원 활동을 벌인다. '음식 골고루 먹기'가 도달 목표일 경우 유아는 핵심성취 목표를 '사랑의 수첩'에 기재한다. 또 요리 재료도 직접 산다. 학부모는 유아가 사 온 요리 재료로 요리한 후 먹어 보도록 권한다. 먹을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교사는 편식에 대한 동화를 들려주고, 건강에 대한 노래를 함께 부른다.

"한 유아의 경우 말을 할 때 눈을 맞추지 않아요. 이 유아의 행동발달 목표는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었죠. 지금이요? 엄청 좋아졌죠. 유치원은 물론 가정에서 유아가 함께 목표를 정해 노력을 하니 좋아질 수밖에요."

틈틈이 학부모와 전화 또는 면담을 통해 의견을 주고 받으며 두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학부모와 소통한다. 성취되지 못한 유아의 개별 목표는 2학기까지 연장해 지도한다. 목표가 달성되면 또 다른 목표를 정한다.

고은미 공주 중동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
 고은미 공주 중동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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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교사만 알고 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유아와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게 포인트죠. 또 하나는 꾸준히 해야 해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요!"

책임교육제 시행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게 또 있다.

"학부모들이 교사들을 믿고 아이들을 맡겨요. 교사들의 판단을 신뢰하고 따르죠."

충청남도교육청의 지원도 뒤따른다. 충청남도교육청은 책임교육 매뉴얼을 제작해 일선 유치원에 보급하였고, 책임교육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의 평가 자율성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실제 교육이 이루어지는 유치원 현장과 교사의 판단을 그만큼 중시해 교육에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정계숙 유아교육팀장은 "책임교육제는 유아 개개인의 균형적 성장과 전인발달을 도모하는 것으로, 유아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유아·교사·학부모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그:#충남도교육청, #유아교육, #누리과정, #공주 중동유치원, #성장발달 책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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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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