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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윤 전 대표가 현광식 전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는 공무원 블랙-화이트리스트들.
 조창윤 전 대표가 현광식 전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는 공무원 블랙-화이트리스트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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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윤 전 찔레꽃(감물염색 전문업체) 대표는 '메모광'에 가깝다. 날마다 자신이 한 일은 물론이고,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 등을 다이어리나 취재수첩에 꼼꼼하게 적어놓는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저녁에 가서 정리하려면 잊어버리기 때문"이란다.

특히 '이중'으로 메모하는 점이 각별하다. 사람을 만난 뒤에 반드시 작은 메모지에 중요한 내용을 간략하게 적고 저녁에 그것을 취재수첩 등에다 다시 정리하는 방식이다.

그런 '메모광'인 조 전 대표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작성한 다이어리와 취재수첩을 <오마이뉴스>가 입수해 살펴본 결과, 현광식 당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비서실장이 그에게 공무원들에 관한 여론동향이나 인사안 등을 요구한 흔적이 발견됐다.

지난 16일 제주시에서 만난 조 전 대표는 "현광식 전 비서실장에게 '화이트리스트'는 물론이고 '블랙리스트'도 전달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현 전 비서실장이 절친인 건설업자를 통해 그에게 총 2750만 원을 건넨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 전 비서실장은 "그런 것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라고 부인하면서도 '명단을 전달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조창윤씨는 페이퍼를 작성할 능력이 없다"라고도 했다.

블랙리스트(Blacklist)는 부정적 의미로 작성하는 명단을 가리키는데, 대상을 감시하거나 불이익을 줄 목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 반대로 화이트리스트(Whitelist)는 긍정적인 의미로 작성하는 명단이다. 이원재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지난 9월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이트리스트는 블랙리스트와 동전의 양면처럼 한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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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20일자 메모 '서귀포시 읍·면·동 책임자 여론 동향 전달'

조창윤 전 대표가 현광식 전 비서실장의 요구로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서귀포시 읍.면.동장 분석' 문건.
 조창윤 전 대표가 현광식 전 비서실장의 요구로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서귀포시 읍.면.동장 분석'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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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조 전 대표의 다이어리와 취재수첩은 각각 3권과 9권 분량이다. 취재수첩은 1000쪽이 넘을 정도로 그 분량이 방대하다. 그의 다이어리와 취재수첩은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는 비망록(備忘錄)의 일종이다.

취재수첩이나 다이어리에 적힌 인사들은 대부분 제주 지역 공무원들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조 전 대표가 가장 많이 만난 인사는 현광식 전 비서실장이었다. 그는 "약 2년 동안 하루에 한 번 이상 만났으니 최소한 500번 이상은 만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전 비서실장을 만난 장소는 주로 제주도청 4층 옥상이었다.

먼저 지난 2015년 7월 9일자와 20일자 취재수첩에 적힌 메모가 주목된다. 당시 원희룡 지사를 가장 가깝게 보좌하는 비서실장이었던 현 전 비서실장이 서귀포시 읍·면·동 책임자들에 관한 내부평가와 여론동향 등을 조 전 대표에게 요구한 흔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주까지 서귀포 읍면동장 여론 취합. 화요일까지 전달 <여론 취합층 등 명시 직원, 주변 관변단체장, 주민>(2017년 7월 9일자)

조 전 대표는 "현 전 비서실장의 요구에 따라 직원 내부평가('직원'), 읍·면·동 관변단체장들의 평가('주변관변단체장'), 일반 주민들의 여론('주민') 등 세 가지를 취합했다"라며 "공무원 내부평가의 경우 서귀포시 안에 협조해준 사람들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창윤 전 대표의 2015년 7월 9일자(위)과 20일자(아래) 취재수첩 메모. '서귀포시 읍.면.동장들 여론 동향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창윤 전 대표의 2015년 7월 9일자(위)과 20일자(아래) 취재수첩 메모. '서귀포시 읍.면.동장들 여론 동향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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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1일 뒤인 7월 20일 조 전 대표는 현 전 비서실장에게 관련자료를 전달했다. 같은 날 취재수첩에도 이러한 내용이 또렷하게 적혀 있다.  

'현광식 T타임 <서귀포시 읍·면·동 책임자 여론 동향 및 2차 블랙리스트 전달>'

조 전 대표가 현 전 비서실장에게 전달한 자료는 '읍면동별 분석'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읍장(대정읍·남원읍·성산읍)과 면장(안덕면·표선면), 동장(송산동·정방동·중앙동·천지동·효돈동·영천동·동흥동·서흥동·대륜동·대천동·중문동·예래동) 등 공무원 17명을 평가한 내용이 '공무원 관점'과 '주민 관점'으로 나뉘어 서술돼 있다.

효돈동장인 한아무개씨의 경우에는 "적극적인 업무처리로 직원들이 신임 얻음"(공무원 관점), "대민행정도 적극적으로 전 동장에 비해 좋은 편임"(주민 관점) 등 긍정적으로 평가돼 있다. 반면 천지동장인 김아무개씨에게는 "권력을 좇아가는 성향이며 양지만 추구하는 이중적 인간", 예래동장 강아무개씨에게는 "상반기 음주단속 걸려 언론에 회자되는 장본인", 대륜동장인 이아무개씨에게는 "민선 5기 서귀포시장 비서실장 출신으로 조배죽 하수인, 전형적인 눈치보는 스타일"이라는 부정적 평가가 내려졌다.

이아무개 대륜동장을 평가한 대목에서 나온 '조배죽'이란 '조직을 배신하면 죽는다'에서 따온 말로 제주 지역에서는 우근민 전 지사와 그를 따르는 전·현직 공무원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조 전 대표는 "우근민 전 지사가 2014년 6월 민선 5기를 마무리하면서 핵심 간부들과 술자리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우 전 지사가 '조배죽'이라고 외치면 간부들이 '죽는다'고 제창한 데서 생긴 용어가 '조배죽'이다"라고 전했다.

제주도청 운전직 3명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

조창윤 전 대표가 작성한 '2차 블랙리스트'. 도청의 4.5급 간부들과 운전직 명단이 적혀 있다.
 조창윤 전 대표가 작성한 '2차 블랙리스트'. 도청의 4.5급 간부들과 운전직 명단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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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2015년 7월 20일자 취재수첩 메모에는 '2차 블랙리스트 전달'이라는 적힌 대목이 나온다. 이것은 조 전 대표가 서귀포시 내부인사의 협조를 받아 작성한 '읍면동별 분석' 문건에 적시된 17명의 읍·면·동장을 가리킨다. 물론 이 문건에는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긍정적 평가가 담긴 화이트리스트가 섞여 있다. 조 전 대표는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할 때 자연스럽게 블랙리스트도 포함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조 전 대표가 취재수첩에 적은 것처럼 현 전 비서실장에게 '2차 블랙리스트'를 전달했다는 것은 '1차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얘기다. 조 전 대표는 "1차 블랙리스트는 2015년 8월 인사를 앞두고 현 전 비서실장에게 전달한 도청 간부 인사와 운전직 명단을 가리킨다"라고 말했다. '1차 블랙리스트'는 지난 2015년 6월 29일 현 전 비서실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같은 날 그의 다이어리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김○○ 고△△ <사무관 리스트 받을 것> (중략) 현광식, T타임 고△△ 저녁' 

조창윤 전 대표의 2015년 6월 29일자 다이어리 메모. '사무관 리스트 받을 것'이라는 메모가 있다.
 조창윤 전 대표의 2015년 6월 29일자 다이어리 메모. '사무관 리스트 받을 것'이라는 메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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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대표는 "오전에 김아무개와 고아무개를 만나 도청 간부 블랙리스트를 받은 뒤 오후에 현 전 비서실장을 만나 내가 최종 정리한 블랙리스트를 전달했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1차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도청 간부(6급 계장 2명 포함)는 총 11명이다. 여기에는 홍아무개 한라도서관장과 이아무개 문화예술진흥원장, 김아무개 교통체계개선팀장, 이아무개 자치행정과장, 김아무개 기업지원과장, 양아무개 지역균형발전과장, 김아무개 관광지관리사무소장, 현아무개 문화정책과장 등 4급과 5급 간부들이 포함돼 있다.

조 전 대표는 "2012년-2014년 민선 5기 감사원 행정감사 자료를 기반으로 1차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라며 "감사원 행정감사 자료를 보면 인사파트 멤버였던 홍아무개, 김아무개, 이아무개, 정아무개, 장아무개 등이 장난을 쳤다"라고 지적했다.

"1차 평가(근무평정)는 80점이고, 2차 평가(경력평정)는 20점이야. 그런데 1차에서 1등을 한 사람을 2차에서 45등, 50등으로 밀어버려. 이렇게 밀어버리는 방법은 간단해. 1차에서 1등을 한 사람에게 2차에서 7.2점을 줘. 업무성취도가 아주 떨어지고, 근무태도가 불성실하다고. 근무평정(1차)에서 1등을 했는데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반면 1차에서 40 몇 등을 한 사람이 2차에서는 승진 순번에 들어가. 2차에서 19.9점을 줘서 순번이 4등, 6등으로 뛰는 거야. 감사원이 '이런 인사는 절대 안해야 한다'고 지적했어."

조창윤 전 대표의 2015년 5월 18일자 취재수첩 메모. '제주도청 운전직 중 우근민 멤버들의 인사 관련 확인'.
 조창윤 전 대표의 2015년 5월 18일자 취재수첩 메모. '제주도청 운전직 중 우근민 멤버들의 인사 관련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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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은 1차 블랙리스트에 도청 공무직(무기계약직)인 운전직 3명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아무개씨와 변아무개씨, 김아무개씨 3명은 도청 총무과 소속이다. 실·국장이나 과장 등 간부급도 아닌 이들이 1차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유가 뭘까? 그 실마리는 역시 조 전 대표의 취재수첩 메모에 있다. 2015년 5월 18일자 취재수첩 메모를 보자.

'현광식→메시지 보냄. 제주도청 운전직 중 우근민 멤버들의 인사 관련 확인'

조 전 대표는 "그 전에 현 전 비서실장이 '원희룡 지사의 중요 내용이 밖으로 새는데 어디서 새는지 알아보라'고 했다"라며 "원희룡 지사가 차로 이동하면서 전화를 받는데 이 통화내용들이 다 샌다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런 것을 알아보는 것도 당시 내 역할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조 전 대표는 "이후 인사에 정통한 도청 고위직 인사를 통해 운전직 3명의 명단을 받아 추적해 보니 민선 5기(우근민 도정)에서 민선 6기(원희룡 도정)로 바뀌었는데도 민선 5기에서 관용차를 운전한 사람들이 교체되지 않고 그대로 원희룡 지사 관용차를 운전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도지사 관용차 운전직을 통해 원희룡 지사의 중요 통화내용이 밖으로 샜다는 것이다.

"총무과 소속 공무직도 나름대로 패거리 서열이 있어. 공무직 인사를 운전직 3명이 좌지우지했어. 공무직 인사 때가 되면 운전직들이 총무과에 인사안을 전달하면 그대로 시행돼. 특히 운전직 중에서도 실세는 관용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야. 그런데 이 3명이 우근민 도정 때 우 지사 관용차를 번갈아 운전했다고. 도청 내부 인사에 정통한 사람이 '운전기사가 누군데 그 사람한테 샜을 거다'고 얘기해서 확인해 보니 맞아."

조 전 대표는 "원희룡 지사 관용차를 운전한 사람은 2015년 8월 인사 전에 교체했고, 나머지 운전직 2명은 (도청이 아닌) 다른 데로 보냈다"라며 "이들이 도청에서 엮이지 않도록 먼 데로 찢어놨다"라고 말했다. 도청 운전직 3명의 명단이 적힌 문건에도 '외곽에 분리배치하면 틀이 와해될 것임'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실·국장 이어 '사무관 화이트리스트'도 작성했다 

조창윤 전 대표가 작성한 '사무관 우수인력' 명단.
 조창윤 전 대표가 작성한 '사무관 우수인력'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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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대표의 다이어리와 취재수첩, 증언에 따르면, 현 전 비서실장에게는 블랙리스트만 전달된 것은 아니었다. 2015년 1월과 8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각각 작성한 '실·국장 인사 명단'과 '우수 사무관 인사 명단'은 화이트리스트였다.

조 전 대표는 "2014년 10월 현 전 비서실장이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으로 있을 때 나에게 2015년 1월 도청 실국장 인사 명단을 작업해 달라고 요청했다"라며 "2014년 원희룡 도정이 출범한 직후 단행된 인사는 박아무개 기획조정실장의 사심이 개입된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서 2015년 1월 인사는 정말 '원희룡표 인사'를 하자는 취지에서 도청 실국장 화이트리스트를 만들어 보라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대표는 실·국장 인사 명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시 제주도청에 근무하고 있던 간부 김아무개와 고아무개의 협력을 받았다. 그는 "김아무개와 고아무개로부터 명단을 건네받아 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인사들을 제외시킨 뒤 15명의 명단을 작성했다"라며 "화이트리스트 1번이 김아무개 기획조정실장, 2번이 오아무개 도의회 사무처장, 3번이 송아무개 감사위 사무국장, 4번이 김아무개 자치행정국장 등이었다"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월 인사에서 거의 그대로 이뤄졌다.

"원희룡 도정 인사는 '세 축'에서 하고 있었어. 첫 번째 축은 '송일교'야. '송'아무개 교수와 제주'일'고 출신, '교'회 멤버들을 가리켜 '송일교'라고 해. 원희룡 지사가 교회에 다니잖아. 두 번째 축은 우근민·김태환 전 도지사쪽이야. 그 양쪽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있어. 그리고 세 번째 축은 내가 작성한 화이트·블랙리스트지. 원희룡 도정은 이 세 축에서 들어온 명단을 크로스체킹하고 공통분모를 찾아서 1월 인사를 했어. 원희룡 지사도 1월 인사에 만족하면서 '이렇게 크로스체킹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고." 

조 전 대표는 "현 전 비서실장이 '이번에 제대로 된 리스트를 올렸다'고 칭찬했다"라며 "내부에서 두 명이나 협조해서 내부평가나 업무장악력 등을 평가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리스트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2015년 1월 원희룡 지사의 실·국장 인사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현 전 비서실장은 2015년 8월 과장급(사무관) 인사를 앞두고 또다시 화이트리스트 작성을 의뢰했다는 것이 조 전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1월 인사가 좋아서 현 전 비서실장이 사무관 화이트리스트도 의뢰했다"라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15년 하반기 인사 사무관 우수인력' 명단에는 총 19명의 과장급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자치행정과(양아무개)와 관광산업과(이아무개), 문화정책과(김아무개, 한아무개), 경제정책과(강아무개), 기업지원과(최아무개), 에너지산업과(양아무개), 카지노감독과(현아무개)부터 협치정책기획관실(강아무개), 예산담당관실(이아무개), 소통정책관실(현아무개), 정책기획관(강아무개) 등 다양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인사도 각각 2명씩 포함돼 있다. 

"조창윤씨가 뭘 안다고 인사안을 짜나?"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현광식 전 비서실장.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현광식 전 비서실장.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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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제주시에서 만난 현 전 비서실장은 조 전 대표의 '읍·면·동장 여론 동향 분석 지시' 주장에는 "제가 그렇게 업무지시하듯 얘기한 적이 없다"라면서도 "다만 조창윤씨가 읍·면·동장 평가를 얘기하길래 '읍·면·동에서 잘하는 게 있거나 잘못 한 거를 알고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얘기했을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조창윤씨가 내게 페이퍼(명단)를 줬는지는 모르겠다, 진짜 기억이 없다"라며 "페이퍼를 줬다고 해도 들여다보지도 않았을 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그분을 응대하는 것이 귀찮고 힘들었다"라며 "그분과의 대화를 빨리 끝내고 일을 했어야 했다"라고 토로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조창윤씨가 고위직 공무원들한테 가서 어떻게 하는지 보라"라며 "이쪽 공직자한테 10개 얻어서 다른 공직자한테 100개인 것처럼 얘기한다, 그런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 전 비서실장은 '2015년 1월 실·국장 인사 화이트리스트 작성 지시' 주장에도 "조창윤씨가 뭘 안다고 그 사람에게 실·국장 인사안을 짜라고 하냐?"라고 반박하면서도 '번호가 매겨진 실·국장 인사안을 받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조창윤씨는 페이퍼를 작성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대신 이런 일은 있을 수 있었겠다"라고 운을 뗀 뒤 "'일을 잘하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나한테 귀띔해 달라' 혹은 '정말 사회에서 문제가 있는 사람들, 평이 안 좋은 분들이 있으면 저한테 귀띔해 달라, 개인적으로 참고하겠다'고 얘기했을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은 제가 다니면서 늘상 했던 이야기"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조창윤 전 대표의 취재수첩(9권)과 다이어리(3권).
 조창윤 전 대표의 취재수첩(9권)과 다이어리(3권).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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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윤씨 얘기 중 포장되고 부풀려진 경우도 많았다"

현 전 비서실장은 "조창윤씨가 많이 알고 있기도 하지만 자기 과시가 크다"라며 "제가 선거캠프에서 활동할 때 조창윤씨가 우근민 도정에 대한 본인의 분노를 얘기하면서 본인이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얘기했는데 그 중에는 사실관계에 맞는 것도 있지만 포장되고 부풀려진 경우도 많았다"라고 주장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제가 제주의 공직자 사회 관련 여러 가지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라며 "우리는 잘 모르고 그 사람(조창윤)은 많이 아니까 그 사람에게 맞장구를 쳐준 것은 있다"라고 말했다. 

현 전 비서실장은 "서귀포시장이 전화상으로 '조창윤씨가 당신을 자주 들먹거린다, 리스키(risky, 위험한)한 사람이니 가깝게 지내지 마라'고 얘기해서 제가 '저도 같은 생각이다, 너무 귀찮고 시끄러워서 (그냥) 응대하는 차원에서 대하고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특히 현 전 비서실장은 '조 전 대표를 사적 정보원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에는 "도에 물어봐도 웬만한 것은 다 아는데 왜 그 사람을 정보원으로 이용하나?"라며 "기본적으로 저는 그 사람을 응대하는 것이 귀찮고 (응대나 대화를) 자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조 전 대표가 작성한 다이어리와 취재수첩과 관련해서도 현 전 비서실장은 "제가 얘기한 것을 편집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신뢰성을 일축했다.


태그:#현광식, #원희룡, #조창윤, #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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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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