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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끝자락에 찾아간 두륜산 해남 대흥사의 오색 단풍이다
 가을 끝자락에 찾아간 두륜산 해남 대흥사의 오색 단풍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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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엔 이곳이 좋다. 두륜산 자락의 해남 대흥사다. 가을 끝자락에 찾아간 이곳은 아직 지다 만 단풍잎이 매혹적이다. 절집 입구에 들어서니 형형색색의 오색 빛깔로 가을 단장을 한 단풍잎이 그 자태를 뽐낸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속세의 번뇌는 이미 잊은 지 오래다.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 부처님 뵙는 것도 잊은 채.

이곳은 남도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다. 절집으로 오르는 길 주변은 경치가 빼어나 관광객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그 곱던 단풍잎은 대부분 이파리를 갈바람에 내주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마지막 단풍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입구 쪽은 아직 단풍이 매혹적이다. 

떠나는 가을이 아쉽다면 해남 대흥사에 가라

푸른 맥문동 이파리와 붉은 오색단풍의 대비가 멋스럽다.
 푸른 맥문동 이파리와 붉은 오색단풍의 대비가 멋스럽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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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두륜산 자락이다. 아직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진다. 떠나는 가을과 아쉬운 작별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마지막 가을의 끝자락이 떠날 채비를 서두르지만 아직 이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줄기 갈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단풍잎들이 팔랑이며 하나 둘 떨어져 내린다. 멋진 단풍잎에 홀려 승용차에서 내려 길을 따라 걷는다. 이는 아마도 더 가까이서 늦가을을 한껏 느끼고 싶은 마음에서다. 또한 아름다운 빛깔은 걸어야 제대로 보이는 법이니까.

"어머 이쁘다~, 어머 정말 이쁘다."

단풍잎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더 아름답다. 한 관광객은 그 모습이 정말 예쁘다며 연신 탄성을 내지른다. 사실 어느 꽃이라고 이토록 고울까.

물소리길이다. 오붓한 오솔길은 걷기에 좋다.
 물소리길이다. 오붓한 오솔길은 걷기에 좋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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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풀섶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 숙여 주워든 마른 나뭇잎에서 가을 향기가 묻어난다. 사람들은 그냥 무심한 듯 지나친다. 울긋불긋 멋진 단풍잎들만 찾아서간다. 귓전에 맴도는 계곡의 물소리가 어느새 시리다. 겨울이 가까워지고 있음이다. 계절의 변화가 실로 새삼스럽다.

제4장춘교를 지나 강화교에 이르니 물소리길이다. 오붓한 오솔길이다. 코끝을 스쳐가는 가을 향기가 좋다. 이따금씩 무리지어 사람들이 지나간다. 가을 길은 비움이 있어서 좋다. 숲에서는 이름 모를 새소리만이 요란하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은  걸까 사람들도 새들처럼 쉼 없이 조잘댄다. 잠시 후면 묵언의 수행 공간에 다다를 텐데. 대흥사 백화암 가는 초입에는 부도전이 있다. 그 앞을 지날 때면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삼산두륜탁주에 먹는 녹두전은 이 세상 최고의 별미

일주문을 지나자 또 다시 수많은 부도탑을 마주하게 된다.
 일주문을 지나자 또 다시 수많은 부도탑을 마주하게 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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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관을 지나니 피안교다. 유선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이다. 신선이 노니는 여행자의 집이라니, 고풍스런 한옥의 자태처럼 그 이름도 멋스럽다. 잠시 후면 대흥사 일주문에 다다르게 된다.

일주문을 지나자 또 다시 수많은 부도탑을 마주하게 된다. 이어 돌다리인 반야교를 지났다. 반야교 건너 포근한 느낌의 흙길이 새삼스럽다. 흙길을 굽이도니 대흥사 절집이다. 절집은 두륜산 산자락 아늑한 곳에 자리 잡았다. 입구의 단풍나무들과는 다르게 이곳의 나무들은 허허롭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가 나목으로 서있다.

관음 33응신전을 지나면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한 초의선사 동상과 마주하게 된다. 가부좌를 튼 채 지팡이를 들고 있다. 초의선사는 일지암을 39세(1824년)에 지어 이곳에서 40년 동안 머물렀다.

해남 대흥사 대웅보전이다.
 해남 대흥사 대웅보전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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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뒤란 끝자락에 매달린 단풍은 가을 햇살을 받아 곱디곱게 빛난다.
 대웅전 뒤란 끝자락에 매달린 단풍은 가을 햇살을 받아 곱디곱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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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대흥사 절집은 두륜산 산자락 아늑한 곳에 자리 잡았다.
 해남 대흥사 절집은 두륜산 산자락 아늑한 곳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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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이다. 뒷산은 아직 단풍으로 붉게 타오른다. 대웅전 뒤란 끝자락에 매달린 단풍은 가을 햇살을 받아 곱디곱게 빛난다. 개울가에도 단풍이 흐드러졌다. 푸른 맥문동 이파리와 붉은 오색단풍의 대비가 멋스럽다.

해남 두륜산 자락에 자리한 대흥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22교구 본사다. 해남과 영암, 강진 등 9개 시군의 말사를 관할하고 있다. 원래 대둔사로 불리다 근대 초기에 대흥사로 사찰 이름을 바꿨다.

절을 가로지르는 금당천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 양쪽에 크고 작은 절집들이 배치되어 있다. 경치만 구경하지 말고 대웅보전의 석가불·아미타불·약사불로 구성된 삼세불좌상과 보물 제1807호인 천불전 등을 여유롭게 돌아보면 좋다. 

경내를 한바퀴 돌아보고 나오는 길이다. 유선관 근처 대둔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탁주 한잔에 녹두전이 생각나서다. 삼산두륜탁주에 먹는 녹두전은 이 세상 최고의 별미다. 탁주는 상큼한데다 은은한 한약 향기를 머금었다.

삼산두륜탁주에 먹는 녹두전은 이 세상 최고의 별미다.
 삼산두륜탁주에 먹는 녹두전은 이 세상 최고의 별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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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해남 대흥사, #대둔휴게소, #녹두전, #단풍,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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