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더 잘 들리는 소리가 있다. 시계 초침소리나 냉장고가 웅웅거리는 소리 말이다. 아침에도 분명히 났던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이유는 소리가 들어올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무엇이든 듣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뮤지션 테림의 음악은 준비하게 만든다. 그의 첫 앨범 <오드 투 테(ODE TO TE)>의 마지막 곡 'THE DESERT ISLAND HOTEL'의 이름처럼 이번 앨범은 마치 사막에서 울려퍼지는 소리 같다. 그래서 귀를 더 기울이게 된다.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뮤지션 테림을 지난 12일 서울 연남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테림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Intro. 26살 이태림

 테림 1집 <오드 투 테(Ode to Te)> 앨범 스틸 이미지.  테림은 앨범 제목에 대해 '나 자신에게 바치는 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테림 1집 <오드 투 테(Ode to Te)> 앨범 스틸 이미지. 테림은 앨범 제목에 대해 '나 자신에게 바치는 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NAYEON KIM


-이름을 TE RIM으로 쓰더라구요. 무슨 뜻이에요?
"본명이에요. 이름이 이태림이에요. 원래는 제 이름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뮤지션으로 활동을 할 때는 다른 이름을 생각을 해봤는데, 어떻게 해도 오글거리더라구요. 그래서 본명으로는 하는 대신 '태'를 '테'로 바꿨어요. 평소에 해외 음악을 많이 듣기도 하고 해외로 어필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기왕이면 글로벌하게 들리면 좋겠다 싶었서요. 실제로 터키에는 테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테림이라고 쓰게 되었어요."

-TE RIM이라고 띄어쓰는 이유는요?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미학적으로 좋게 보이는 걸 선호해요. 붙여도 써보고 띄어서도 써봤는데 띄어서 쓰는 게 예뻐 보여서 그렇게 썼어요. 재밌는 건 외국인들과 대화를 할 땐 그냥 저를 '테'라고 부르더라구요. 띄어쓰니까 림을 성이라고 생각한 거죠."

-혹시 오글거렸다는 다른 이름을 밝힐 생각이 있나요?
"밝힐 수 없습니다(웃음) 그 이름으로 작업해서 낸 곡들이 있는데…."

-(음원사이트에) 등록이 돼있나요 그럼?
"네. 등록돼 있는데 말을 안 하려고 합니다(웃음)"

-헤어밴드를 많이 사용하시더라구요.
"헤어밴드는 머리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아요. 작업할 때 머리카락이 계속 앞으로 내려오니까 불편해서 집에서 쓰는 용도로 헤어밴드를 쓰기 시작했죠. 근데 밖에 돌아다니면 머리가 날리니까 밖에서도 쓰기 시작했고. 편하고 저한테 잘 어울리는 거 같아서 계속 쓰고 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쇼미더머니6>에서 노란색-빨간색 헤어밴드 쓴 모습을 봐서 그 헤어밴드를 쓴 모습이 많이 노출되긴 했을 거예요."

-밴드가 얼마나 있어요?
"한 열 몇 개 있는 것 같은데."

-주로 구입하는 쇼핑몰이 있어요? 저도 헤어밴드 하나 사고 싶은데요.
"아니요.(웃음) 그냥 지나가다 보이면 사고 그랬어요. 제가 헤어밴드 많이 쓰는 거 보고 최근에 팬분이 헤어밴드를 선물로 주시기도 했어요."

 테림 1집 <오드 투 테(ODE TO TE)> 앨범 커버 이미지. 테림은 타이틀곡 '에비타(Evita!)'에 대해 아르헨티나 전 영부인 에바 페론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테림 1집 <오드 투 테(ODE TO TE)> 앨범 커버 이미지. 테림은 타이틀곡 '에비타(Evita!)'에 대해 아르헨티나 전 영부인 에바 페론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 Pyjama Lounge Records


#1. 테림의 음악적 사고

-음악은 언제부터 좋아했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긴 했어요. 아버지가 음악을 정말 좋아하셨어요. 클래식과 제3세계 음악도 좋아하시고 항상 집에 오디오시스템을 구축해놓고 계속 틀어놓으셨어요. 제목이 기억나진 않지만 많이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클래식 피아노를 치게 됐어요. 그때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콩쿠르 등을 나가고 반복되는 연습을 하면서 클래식 피아노가 한창 싫증이 나는 시기였어요. 중학생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보다는 공부를 했어요. 지금은 클래식 피아노를 치는 건 아니지만 작곡을 하면 건반을 치게 되잖아요. 제가 다시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때는 싫증나고 귀찮아서 포기했었는데."

-그럼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고등학생 때 다시 음악이 하고 싶어졌어요. 그때 MP3로 해외밴드 음악을 많이 듣던 시기였는데, 친구가 한국 뮤지션인데 제가 좋아할 것 같다며 추천해줘서 서태지의 음악을 듣게 되었죠. 제가 서태지 세대가 아니고, 어릴 적 '울트라맨~' 하고 친구들이 놀던 그 시절에도 서태지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그때 처음 서태지의 음악을 제대로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고 이런 음악이 있구나 싶었죠. 제가 꿈꾸던 음악들을 찾고 있었는데 서태지의 음악이 100퍼센트 일치하지는 않지만 되게 다양한 시도를 한국에서 한 사람이 있었구나 싶었죠. 그 때 그 사람의 퍼포먼스나 음악을 뒤늦게 알고 많이 좋아하고 그랬죠. 그래서 그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어졌어요."

-음악을 하고 싶게 만든 것에 서태지 음악이 큰 영향을 미친 거네요.
"그렇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되게 컸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좋아하시겠어요. 지금 음악을 하고 있잖아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가 너무 심했고 사실 지금도 불안해하시니까요. 근데 절대 허락을 안 해주실 줄 알았는데 허락을 해주신 것도 부모님이라서… 응원은 해주시는 것 같아요."

#2. 테림과 우원재

-Mnet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6>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도 <쇼미더머니6>를 통해서 테림이라는 뮤지션을 알게 되었고. <쇼미더머니6>가 테림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다른 장르에 비해서는 관심이 적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제 인생에 <쇼미더머니6>랑 얽힐 일이 있을 거라곤 아예 생각을 안 했어요. 근데 갑자기 이렇게 되어서. 원재 덕분이 크죠."

-우원재씨가 방송에서 '왜 힙합을 하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지금 내 상황에서 하고 싶은 말에 가장 적합한 장르가 힙합인 것 같다'와 비슷한 말을 했는데, 테림씨도 힙합만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네. 오히려 저는 힙합 쪽이 아니에요. 원재랑 한 음악도 힙합이라고 하기에는 뭐한 음악이잖아요. 원재가 저의 작업을 좋아해주고 같이 해보자고 해서 했지만 사실 힙합보다는 다른 음악들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았어요. 힙합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냥 좋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장르를 굳이 이게 힙합이다 아니다 따지기는 싫고. 그냥 멋있는 음악 하고 싶은 게 커요."

-'테림의 음악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처음에 음악을 할 때 '너는 어떤 음악을 해?'라고 물으면 딱히 한 마디로 정의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자꾸 나를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는 장르를 찾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어떤 음악을 하든 나는 그 순간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것이고 그냥 '테림이라는 뮤지션이 하는 음악'이니까요. 주변에서 제가 하는 음악을 들으면 순간순간은 다르지만 일관성이 있다고 말하거든요. 그래서 그 말을 믿기로 했어요. 내가 어떤 음악을 하든 내가 하는 음악임을 잃지 않으면서 여러 음악을 할 수 있겠구나, 이게 내 색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기로 했어요. 장르를 한 마디로 말하고 어떤 바운더리 안에 넣을 수 있으면 편하긴 하겠죠."

 테림은 지난 2일 발표된 우원재 싱글 앨범 <불안>에 수록된 '불안'과 'paranoid' 두 곡을 작곡했다.

테림은 지난 2일 발표된 우원재 싱글 앨범 <불안>에 수록된 '불안'과 'paranoid' 두 곡을 작곡했다. ⓒ AOMG


-그럼 우원재와 테림, 두 분은 어떻게 만났어요?
"학교(홍익대)에 브레인스워즈(Brainswords)라는 흑인 음악 동아리가 있어요. 예전에 신입생 때나 학교 다닐 때는 그 동아리에 관심이 없었는데 전역할 때쯤에 프로듀싱을 시작을 했고 복학을 하고 나서는 브레인스워즈에 들어갔죠. 그때 아마 제가 (우)원재한테 물어봤을 거예요. 그때 걔는 이미 동아리에 있던 앤데, 제가 '저는 랩은 안하고 프로듀싱을 하는데 어느 팀에 들어가야 될까요'이런 식으로 물어봤을 거예요. 그때만 해도 원재랑 저는 서로 존대하고 얼굴만 하는 사이였고."

-동아리 들어가서 만난 거네요?
"네. 그리고 제가 활동을 잘 안 해서 친한 애가 거의 없었어요. 저는 발만 담그고 가끔 제 음악 들려주고 그런 정도였는데 나중에 원재한테 연락이 왔었어요. 믹스테입을 만들려고 하는데 혹시 프로듀싱을 같이 해서 음악을 만들 수 있느냐라고 어렵게 연락이 왔었죠. 저는 믹스테입을 만들자고 제의를 받은 것도 처음이어서 흥미로워서 만나봤어요. 그 당시에는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조심스러웠죠. 그런데 알고 나니까 의외로 애가 힙합이라는 바운더리에 갇혀있다기 보다는 여러 가지 실험하고 싶어하고 음악도 저랑 잘 맞아서 그 이후에 작업을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친해지면서 나중에는 같이 살게 되고 그런 건가요?
"네. 자주 놀러오다가 옆방 작업실로 오게 되고, 이사 가서 같이 살게 되고 그랬죠.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던 와중에 <쇼미더머니>에 나갔고 갑자기 그런 많은 변화들이 있었죠. 지금은 원재에게 소속사가 있기 때문에 따로 살아요."

 테림은 지난 22일 발매된 자신의 첫번째 앨범 <오드 투 테(ODE TO TE)>에 수록된 7곡 모두 전곡 작곡했다.

테림은 지난 22일 발매된 자신의 첫번째 앨범 <오드 투 테(ODE TO TE)>에 수록된 7곡 모두 전곡 작곡했다. ⓒ NAYEON KIM


#3. 테림에게 쓴 앨범

-타이틀곡은 뭔가요?
"타이틀곡은 '에비타(Evita)'라는 곡이에요.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었던 후안 페론(Juan Peron)의 영부인 에바 페론 (Eva Peron) 의 삶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음악이에요. 마돈나가 출연한 아주 유명한 동명의 뮤지컬 영화도 있어요. 에바 페론의 파란 만장한 삶을 그린 뮤지컬 영화인데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엄청 엇갈려요. 그래서 아르헨티나에서는 한 편에서는 그 사람을 민중의 여신으로 추앙하고 또 한편으로는 포퓰리즘적인 정치인이었다고 평가해요. 에비타라는 곡은 그 사람의 삶 자체에 대해 쓴 곡이 아니고, 그런 사람의 삶을 보면서 인생의 이면에 대해, 제가 겪고 느낀 걸 쓴 음악이에요. 그리고 "Life is inevitable"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제목이 굳이 느낌표가 들어간 'Evita!'인 것은, '조심해!' '피해!' 라는 삶을 경고하는 뉘앙스를 주고 싶어서 의도한 것도 있어요."

-그 곡을 타이틀곡으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번 앨범에서 말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포괄하기도 하고 있어요. 물론 'EVITA!' 가사에는 사실 제가 은유적으로 담았지만요. 인생에 양면 이런 것들을 담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에 주제가 적당히 무겁고 적당히 진지하다고 생각해서 타이틀로 했어요."

-뮤직비디오도 촬영을 끝냈는데, 내용은 어때요?
"뮤직비디오는 감독님이 자유분방하고 칠(chill:오싹한-편집자 주)한 느낌을 담고 싶어 했어요. 내러티브보다는 음악이 주는 무드에 집중했죠. 필름으로 촬영을 했는데, 필름이라 모니터를 할 수 없어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의식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 편하게 찍었던 것 같아요. 그냥 친구들이랑 놀고, 연주했어요. 1980년대의 레트로한 홈 비디오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EVITA!'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테림이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EVITA!'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테림이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다. ⓒ NAYEON KIM


-필름으로 했다는 것도 실험적인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필름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필름만이 줄 수 있는 느낌이 분명 있고, 그게 노래랑 잘 맞아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뮤직비디오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김나연이라는 분이에요. 애쉬뮤트라는 밴드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죠. 예전에 우연히 포트폴리오 사이트에서 보게 봤는데, 포트폴리오의 영상이나 그림을 보고 너무 제가 원했던 느낌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때 그 사이트를 즐겨찾기를 해놨어요. '나중에 앨범을 만들면 이 분한테 아트웍이나 뮤직비디오를 부탁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저장을 해놓고 한참 뒤에 앨범 윤곽이 어느정도 나왔을 때 연락을 했어요. 작업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분도 저처럼 본격적으로 필드에서 활동하는 친구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랑 잘 맞고 잘해서 꼭 같이 하고 싶었죠."
김나연 감독 인스타그램 instagram.com/nayeonkxx / 포트폴리오 nayeon-kim.com

-그럼 타이틀곡 말고 다른 곡에 대한 소개도 부탁해요.
"1 2 3 4번 트랙은 파리랑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던 곡들이고, 5번 트랙은 'Portuga!'라는 곡이고 클로이 초라는 미국 시카고에 있는 뮤지션이 피쳐링을 해줬어요. 6번은 타이틀곡 'EVITA!'. 5번과 6번은 둘 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 대한 얘기인데, 5번은 성장기의 꼬마에 대한 내용이라면 에비타는 그 꼬마가 커서 성인이 됐을 때 하는 얘기라서 순서를 그렇게 배치했어요. 에비타 다음에는 마지막 트랙 'The Desert Island Hotel'이라는 곡이에요. 니체의 '낙타-사자-어린 아이'에 대한 비유를 음악으로 청각화했어요."

-낙타 사자 어린아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니체가 낙타, 사자, 어린아이에 빗댄 인간의 정신의 3단계 비유가 흥미로워서, 항상 언제나 마음에 담고 생각해요. 사회의 질서, 규칙, 법칙 등에 얽매여있고 순종하는 단계의 낙타에서 사막을 거쳐 사자가 되어요.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를 가장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라고 느끼는 단계가 사자인데 사실은 그게 가장 높은 단계가 아니라는 거예요. 결국 니체가 말하는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단계는 망각하고, 유희하는 어린 아이가 다시 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그 철학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런 비유를 통해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게 재밌고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곡 자체는 바다에서 사막을 지나가는 인간을 떠올리며 음악으로 만들었어요. 가사가 있는데, 그거를 제가 독백으로 읊어서 가청 범위에서 절대 들리지 않게 음악 속에 숨겨놓았어요. 그래서 가사를 보면 텍스트가 있지만, 음악에선 들을 수 없어요. 그냥 재밌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해봤어요."

-앨범 제목은요?
"<오드 투 테(ODE TO TE)>라고 지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에비타'라고 하려고 했는데, 근데 곡 하나의 제목을 전체를 대변하는 제목으로 하기보다는 책 제목처럼 하나의 말을 정하고 싶었어요. 애들이 저를 테(TE)라고 부르니까 '나 자신에게 바치는 시'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쓰기에도, 발음하기에도 예뻐서요. 저는 아무리 뜻이 좋아도 미학적으로 보기 안 좋거나 발음하기 안 좋으면 안 하거든요. 근데 오드 투 테는 괜찮은 것 같아요. '오드 투'가 00에게 바치는 송시 그런 뜻도 있고, 옛날에 크렌베리스(아일랜드의 얼터너티브 록밴드-기자 주) 노래 중에 '오드 투 마이 패밀리'라고 있었고, '오드 투 유스'라고 하면 청춘예찬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작업이 안 될 때 뭐해요?” “제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동네 산책하거나 영화 보거나 축구 보거나 그래요. 그리고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작업을 해야 작업이 되거든요.(웃음)”

“작업이 안 될 때 뭐해요?” “제가 재미없는 사람이라 동네 산책하거나 영화 보거나 축구 보거나 그래요. 그리고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작업을 해야 작업이 되거든요.(웃음)” ⓒ 김석준


Outro. TE RIM

-최근 몇 개월 중에 있었던 일 중에 기억나는 한 가지 장면이 있나요?
"이건 엄청 최근인데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저를 도와주는 여러 친구들이 있었어요. 뮤직비디오 감독이랑 저랑 친구인 사람들이 다들 와서 도와주는데, 촬영 현장에 있다가 그 친구들을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이 모든 일을 벌렸단 말이야? 나 혼자 한다고 했지만 이 모든 건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이 자리에 이 순간에 나를 위해서 도와주러 와있구나.' 유니언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해 질 쯤이었는데 혼자서 멀리서 그 사람들 보면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기다리는 장면이 있다면요?
"이건 음악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한 건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야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하는 거예요. 옆에는 바다가 있고 해 질 녘이고. 망상일 수도 있는데(웃음) 이런 이미지를 생각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냥 보기에 마음이 좋고 생각하기에 재밌어요. 주인공이 제가 아니더라도 어떤 밴드가 그런 무대를 한다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고 설레잖아요. 그런 상상을 음악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을 했어요. 아직은 멀었죠. 아직은 멀었는데 언젠가 길게 보고 음악을 하다 보면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 바다 옆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외국일 수도 있고, 제가 외국 음악을 항상 들어서 그런지 외국의 풍경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에 도시 이름을 쓰는 방식이 많이 보여요. 예를 들면, 필터 중에도 아날로그 제주, 아날로그 도쿄 그런 게 있잖아요. 앨범도 도시 이름으로만 구성된 앨범을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막 들었어요.
"제가 그거 비슷하게는 했어요. 시크하게 '파리', '바르셀로나' 이런 건 아닌데, 파리에서의 좋았던 느낌을 표현한 건 'Paris Paradis'라는 게 있고, 또 다른 파리에 관한 곡은 'Sliding Doors'라고 파리의 메트로에서 느꼈던 분위기를 가지고 와서 상상해서 쓴 스토리에요. 그리고 1번 트랙에 Bunker라는 곡이 있는데, 바르셀로나에 분케르 언덕이라는 곡이 있는데 거기 올라가면 바르셀로나 전체 시내 야경을 볼 수 있어요. 진짜 너무 좋아서 같이 올라간 사람들이랑 두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야경을 봤거든요. 너무 좋아서 그때 기억을 쓴 곡이 그 곡이에요. 밤 열 시쯤부터 새벽까지 봤는데, 불빛이 바닷가까지 보이고 그 근처의 불빛들이 같이 출렁이는데 신기하고 그런 기억이 나요."

-진부하지만 중요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해 볼게요. 테림에게 음악이 무엇일까요.(웃음)
"음악은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지만 음악이 아니면 난 죽을 거야 이런 건 아니에요. 음악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은 아니에요. 행복하게 사는 게 우선이죠. 자우림의 김윤아님이 하셨던 말인 것 같은데 제가 진심으로 행복한 상태라면 음악을 안 해도 행복할 수 있고, 음악을 하고 싶을 때만 하는 삶. 사실 그게 제일 좋은 거잖아요. 음악은 지금 제가 제일 좋아하고 잘하는 거지만 거기에 흡수되어버리긴 싫은 그냥 그런 평생 같이 가야 하는 그런 것 같아요."

덧, 테림의 SNS를 통해 그의 음악적 행보를 지켜보자.
http://www.instagram.com/terimlxx
http://www.soundcloud.com/terimlxx
http://twitter.com/terimlxx
http://www.facebook.com/terimlxx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석준 시민기자의 브런치(brunch.co.kr/@byulp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테림 인터뷰 우원재 쇼미더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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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안녕의 안녕」 작가.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씁니다. https://brunch.co.kr/@byul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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