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하는 상주 상무 26일 경북 상주시민운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상주 상무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서 승리한 상무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환호하는 상주 상무 26일 경북 상주시민운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상주 상무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서 승리한 상무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 경기에서 가장 잔인한 승부라 할 수 있는 승부차기까지 온 것은 너무도 가혹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음 시즌 뛰어야 할 리그를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다. 거기까지 와서 사연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무조건 이겨야 했다. 그리고 주민규의 마지막 승부차기가 골문을 갈랐다.

김태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상주 상무가 26일 오후 3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 경기에서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끈질긴 싸움 끝에 5-4로 이겨 극적으로 K리그 클래식에 살아남았다.

아! 오프 사이드

지난 수요일(11월 22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주장 여름의 결승골로 이기고 돌아온 상주 상무 선수들은 부산 아이파크의 반격을 막아내기 위해 매우 신중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1골 승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만 않는다면 크게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진호 감독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반드시 역전승을 거두고 감격의 K리그 클래식 승격 소식을 하늘에 전하고자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 결과 경기 시작 후 14분만에 귀중한 페널티킥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정협이 상주 상무 골문 앞에서 공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다가 수비수 윤영선의 밀기 반칙에 넘어진 것이다.

이에 김성호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의 조언 절차까지 거치며 페널티킥 판정을 내렸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부산 아이파크의 왼발잡이 미드필더 호물로였다. 그의 왼발 슛은 비교적 높게 날아가 골문 오른쪽 위에 꽂혔다. 이로써 두 경기 합산 점수가 1-1이 되면서 잔류와 승격을 함부로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는 후반전에 두 차례의 오프 사이드 VAR 판정이 양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62분에 상주 상무 김태환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유준수가 멋진 오른발 슛을 성공시켜 합산 점수 2-1로 달아나는 듯 보였지만 유준수 바로 앞에서 솟구친 여름의 오프사이드 반칙이 VAR 판독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4분 뒤 반대쪽 골문으로 또 골이 들어갔다. 부산 아이파크의 측면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박준태의 왼발 밀어넣기가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도 VAR 판독이 이루어지면서 박준태의 골 직전 호물로의 프리킥이 발끝을 떠나는 순간 1차 헤더 슛을 시도했던 임유환의 오프 사이드 반칙이 발견되어 취소된 것이다.

승부차기 그리고 눈물

결과론이지만 부산 아이파크 입장에서는 두 번째 오프 사이드 VAR 판독이 통한의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프리킥 크로스가 올라가는 순간 많은 선수들이 아슬아슬한 오프 사이드 라인 근처에 몰려있다가 뛰어들어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부산 아이파크 이승엽 감독 대행은 77분에 득점 무표 판정을 받은 박준태를 빼고 고경민을 들여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바로 그 고경민이 연장전 이후 승부차기에서 유일하게 득점하지 못한 선수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연장전 전반에 정석화 대신 들어간 브라질 출신 공격수 레오는 승부차기 2번 키커로 나서서 오른발 슛을 시원하게 성공시켰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K리그에서 승강 플레이오프가 도입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것인데 FIFA(국제축구연맹)의 바뀐 규정에 따라 ABBA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부산 아이파크의 호물로부터 시작된 승부차기는 네 번째 키커에서 그 비운의 주인공이 나왔다.

상주 상무의 네 번째 키커 김호남의 오른발 슛까지 모두 들어갔지만 부산 아이파크 네 번째 키커 고경민의 오른발 킥은 부담감이 너무 큰 나머지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곧바로 이어진 부산 아이파크의 다섯 번째 키커 임유환이 침착하게 인사이드 킥을 성공시켰지만 상주 상무의 마지막 키커 주민규의 오른발 강슛을 부산 아이파크 골키퍼 김형근이 막아내지 못했다.

이로써 상주 상무는 승강 플레이오프 4년의 역사 중 처음으로 K리그 클래식 11위 팀이 잔류하는 기쁨을 누렸다.

2015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2부리그 K리그 챌린지로 내려갔던 부산 아이파크는 2년만에 다시 1부리그로 올라올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러나 부산 아이파크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FA(축구협회)컵 결승전에 올라 울산 현대(2017 K리그 클래식 4위)와의 홈&어웨이 일정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눈물을 닦고 또 다른 목표를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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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결과(26일 오후 3시, 상주시민운동장)

★ 상주 상무 0-1 부산 아이파크 [득점 : 호물로(17분,PK)]
- 두 경기 합산 점수 1-1, 연장전 이후 승부차기 5-4로 상주 상무 승리

◇ 2018 K리그 클래식 12팀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 블루윙즈, 울산 현대, FC 서울, 강원 FC, 포항 스틸러스, 대구 FC, 인천 유나이티드 FC, 전남 드래곤즈, 경남 FC, 상주 상무

◇ 2018 K리그 챌린지 10팀
광주 FC, 부산 아이파크, 아산 무궁화, 성남 FC, 부천 FC 1995, 수원 FC, FC 안양, 서울 E랜드 FC, 안산 그리너스, 대전 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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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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