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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만내골 주민들은 돼지 농장 때문에 한여름에도 문을 닫고 생활해야만 하는 등 30여 년 동안 고통을 받던 중 농장 측이 돼지분뇨를 무단으로 폐기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1년 전 겨울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1년여 동안 대부분 7, 80대의 어르신들로 이루어진 '만내골 주민 대책위'는 돼지농장 이전을 요구하면서 쉼 없는 투쟁을 이어왔지만, 홍천군과 강원도의 미온적인 태도로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겨울 시작한 투쟁은 4계절을 돌아 다시 겨울이 돌아왔지만 해결된 것은 핵심적인 증거인 잣 껍데기 더미만 사라졌을 뿐이다.

24일 홍천군청에서 열린 만내골 투쟁 1주년 기념 기자회견
 24일 홍천군청에서 열린 만내골 투쟁 1주년 기념 기자회견
ⓒ 인언연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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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1년, 증거는 사라지고 군청은 뒷전

홍천군 돼지농장인 '만내농장' 불법 운영 실태 고발 1주년 경과보고 및 특혜 이전 및 이중허가 방지와 만내농장 폐쇄를 위한 규탄 대회가 24일 오전 홍천군청 앞에서 열렸다.

만내골 주민대책위(아래 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금까지 만내농장의 불법 운영 실태에 대한 홍천군과 농장의 대응은, 환자로 따지면 몸속 내장기관은 다 썩었음에도 환자의 얼굴에 난 종기만 제거하고 나서는 다 고쳐준 양 말하며 방치하는 현상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의 수준이 낮은 것인지 환자가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찌 되었던 속이 다 썩은 근본적 병에 대한 원인 규명과 치료 방법에 대하여는 접근조차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계속해서 "지자체는 하천으로 분뇨의 고의적 유출이나, 분뇨 침출수가 유입된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를 주저해 왔다"면서 "이제는 유출 여부 확인 및 유출경로를 추적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지자체에 넘겨졌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지난 7개월 동안 피해주민들이 하천으로 유입 여부 조사를 지자체에 수없이 요청하였음에도 묵살하여 왔다"면서 "만내농장은 홍천군민의 식수원인 상수도 취수장까지 5km 내외에 위치한 농장으로서 공공수역으로 유입된 것이 확인된다면, 만내농장의 이전 논의가 선행 조건이 아니라 먼저 농장 영업정지나 폐쇄를 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자체는 선 농장 폐쇄 후 농장 이전을 추진하라"면서 "불법운영의 진원지인 농장 내부 시설 어디에서 분뇨가 유출되는지 고의로 방출한 것인지에 대한 확인 작업이 행해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지자체와 농장주는 피해주민을 님비 현상과 개인의 사욕으로 몰고 가지 마라"면서 "농장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였고 똥물 침출수 제거 명령을 내리고 농장주는 오염된 토양을 치환하고, 불법건축물에 대하여 과태료와 철거 명령을 내리고, 지자체와 농장은 이전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만내농장 피해주민은 세월호가 아니다"면서 "다시는 홍천군에 다시는 만내골에 물 한 병에 떨어진 검은 잉크 한 방울 같은 부도덕한 농장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시고, 검은 잉크 한 방울 같은 공무원이 국민과 주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고 연금 받지 않도록 이 국가와 홍천군의 주인이신 여러분이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만내골 주민대책위 이제국 위원장. 그는 이날 위원장직을 물러났다. 더 큰 투쟁을 위해서다.
 만내골 주민대책위 이제국 위원장. 그는 이날 위원장직을 물러났다. 더 큰 투쟁을 위해서다.
ⓒ 인언연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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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내골 주민대책위원회 이제국 위원장은 "잣 껍질을 쌓아놓고 무단으로 돼지 똥물을 버린 만내농장의 불법행위는 만내골 토양과 지표수는 물론 홍천군민의 식수원인 홍천강과 서울시민의 식수원인 한강까지 흘러 들어간다. 어디 그뿐인가, 주민들은 심각한 악취로 호흡기와 기관지 후두암과 갑상선암 환자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악취로 고통받고 똥파리가 득실거리며 돼지는 1급수, 홍천 군민은 3급수를 마셔야만 한다"면서 "한여름에도 창문에 비닐을 씌우고 살아야 하는 주민들의 고통에도 홍천군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해 왔다. 겉으로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척했지만 결국은 돈과 정보를 가진 돼지농장주의 편이었고 주민들은 뒷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더 나아가 이제는 만내농장 이전에 따른 또 다른 특혜를 주지 않을까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면서 "불법건축물과 돼지 사체 불법매립, 농장 하부의 심각한 오염은 현재도 진행되고 있으며 소하천으로 농장의 분뇨나 침출수가 흘러나오는 의심쩍은 곳이 발견되어 주민들이 직접 땅파기 작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끝으로 "홍천군과 강원도는 환경오염의 원인을 알고도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다"면서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홍천군과 강원도는 직무유기를 밥 먹듯이 일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내골 돼지농장 전경. 해당 농장의 사육두수는 3천마리로 알려진다.
 만내골 돼지농장 전경. 해당 농장의 사육두수는 3천마리로 알려진다.
ⓒ 인언연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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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과 강원도는 약자 편인가 강자 편인가

대회는 홍천군청 앞에서 열린 후 7km 정도 떨어져 있는 만내농장으로 이동해 길이 40m 높이 3m 이상인 퇴비장 하부에 심각하게 썩은 토양이 공개됐다. 이어 주민 30여 명이 괭이와 삽으로 수작업 및 굴삭기를 이용해 만내농장 분뇨 침출수로 인한 인근 하천의 썩은 토양 확인 작업이 이루어졌다.            

농장 침출수가 인근 토지를 거쳐 하천으로 유입되는 경로에 대해 확인하기 위한 굴착작업도 이루어졌다. 이날 이 같은 작업을 통해 지난 30년 동안 만내골 돼지농장의 분뇨 불법 폐기 등으로 인한 토양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 되었다.

현장 확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언연 특별취재팀의 취재가 이루어졌다
 현장 확인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언연 특별취재팀의 취재가 이루어졌다
ⓒ 인언연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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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율 원주녹색연합 상임대표는 "농장에 농장주는 살지 않고 직원이 상주해있다. 냄새 피해, 오염문제는 주민들이 떠안고 있다"면서 "분뇨에 대한 냄새 하천 오염 문제가 있다. 주민들은 홍천군에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달라 했는데 '법이 미비하니 국회나 행정관청에 의뢰해서 법부터 바꿔달라'고 답하더라"로 말했다.

이어 "오염수도 문제지만 농장 자체 폐사율이 30%다. 3천 두에 30%면 900마리다. 성돈도 있고 새끼 돈도 있지만 여태 처리한 실적이 없다. 관련 부서에서는 '비료화 했다'고 한다. 농장에 잣더미가 있다. 농장 측이 죽은 돼지를 파묻은 것을 동네 개들이 물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성율 원주녹색연합 상임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성율 원주녹색연합 상임대표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인언연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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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폐쇄지만, 다른 지자체처럼 분뇨장이 완전히 방수될 수 있도록 처리하고 냄새는 저감시설을 갖춰야 한다. 업체마다 수익이 다르지만 1년에 폐수나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게 되면 1억 1천에서 2천 정도 들어간다. 공무원이 '여기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적극 대처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만내골 주민 김흥진(81)씨는 "돼지농장이 처음 들어올 때 몇 마리인줄 알았는데 점점 커져서 기업이 되니 개인이 말릴 수 없게 됐다"면서 "토지오염, 수질오염, 개울바닥이 썩어 내려간다. 똥물이 내려가는데 지자체는 '기준치가 안 나온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군이)주민 편은 안 들어주고 농장주 편만 들어준다"며 "홍천군이 농장을 폐쇄, 이전하도록 해야 한다. 홍천군이 이전에 대해 뚜렷한 답을 해주지 않아 답답하다"며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만내농장 현황 모습
 만내농장 현황 모습
ⓒ 인언연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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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내농장의 돼지 분뇨처리장. 홍천군 관내에는 돼지농장이 150여곳에 이른다고 했다. 특히 현 홍천군수는 돼지농장을 경영한 사업가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만내농장의 돼지 분뇨처리장. 홍천군 관내에는 돼지농장이 150여곳에 이른다고 했다. 특히 현 홍천군수는 돼지농장을 경영한 사업가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 인언연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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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만내농장 불법운영에 따른 환경오염 실태 1주년 경과보고 내용이다.

다음은 만내농장 불법운영에 따른 환경오염 실태 1주년 경과보고 내용이다.



-2016.11.14 : 첫 집회 만내농장 윗부분에 송정농장(25년 이상 된 폐돈사) 입식 저지 투쟁

-2017. 4.18 : 기자회견 및 1차 굴착작업 실시. 만내농장 인근 토지 및 하천 오염여부 굴착작업(3개소에서 오염토양 및 분뇨침출수 확인). 토양 및 침출수 시료 분석의뢰( 주민측: 서울대학교, 지자체: 강원보건환경원). 결과: 먹는 물 기준 대비 암모니아성 질소(기준치 0.5mg/l 대비 294배 높은 147mg/l 검출)

-2017.4.27 : 홍천군청으로 군수 방문 면담.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만들어 달라는 주민요구를 관철시킴   -2017.5.11 : 민관합동 1차 대책회의 개최   -2017.5.19 : 민관합동 2차 대책회의 개최 ~   -2017.6. 2 : 지자체 대응 부진으로 2차 대대적인 굴착작업 실시(폭8m 길이40m)

-2017.6. 9 : 환경부 만내골 방문 민관합동 대책위 및 주민과의 대화(홍천군 환경과장 첫방문)

-2017.6.17 : 피해주민 및 가족과 농장주 1차 대화(농장주 참석, 중간에 자리 피함)

-2017.6.20 : 지자체 만내농장에 대한 침출수 제거 명령 내림

-2017.6.26 : 농장주 집 앞 첫 집회 -2017.6.28 : 홍천군청 환경과 만내농장주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

-2017.7. 1 : 피해주민 및 가족과 농장주 2차 대화(농장주 불참석)

-2017.7. 5 : 홍천군청앞 첫 집회 및 주 2회 집회시작

-2017.7.13 : 만내농장주 환경사범 고발(홍천군청-홍천경찰서-춘천지검)

-2017.7.16 : 꽃뫼공원 집회 및 시민 서명 운동 실시 (2,682명 서명)

-2017.7.18 : 민관합동 8차 대책회의 개최

-2017.7.21 : 홍천군 부군수 만내농장 현장 방문

-2017.7.26 : 청와대앞 상경 시위 및 만내농장 불법운영 실태 진정서 및 서명지 제출

-2017.7.28 : 옥수수 축제 행사장앞 집회

-2017.8. 4 : 춘천지검에 진정서 및 서명지 제출

-2017.8.7~16: 잣껍데기 더미( 퇴비화 재료 및 불법분뇨 투기 목적으로 적재) 제거작업 실시 (홍천군청-농장주)

-2017.8. 7 : 홍천군수 만내농장 오염 현장 첫 방문 주민과의 대화 (112일 만에 방문)

-2017.8.21 : 국무총리실 민정실에 진정서 제출

-2017.8.23 : 피해주민 홍천군의회앞 집회 및 군의장 면담

-2017.8.28 : 만내농장 불법 건축물 도로 불법점용. 미허가 토지내 건축에 대한 현황측량 실시결과 불법 드러남

-2017.8.30 : 홍천군의회 의장 및 군의원 만내농장 오염 현장 방문

-2017.9. 5~ 10.14 : 잣껍데기 더미 제거 하부 오염 토양 치환작업 시작

-2017. 9.18 : 퇴비장옆 우수관을 통한 불법 분뇨 방출 의혹 및 불법건축물 직무유기 진정서 제출(홍천군)

-2017. 9.29 : 농장주가 임차 사용하던 만내농장내 토지매입(2017.7.28)건 명도소송제기

-2017.10.14 : 잣더미 제거 하부 오염 토양 치환작업 종료. 퇴비장 하부 토양오염 심각 및 침출수로 현장 보전중이며, 인근토지 오염 심각으로 현장 보전중

-2017.11.14 : 만내농장 옆 하천 정비 작업 중 만내농장에서 흘러나오는 분뇨 침출수가 공공수역 하천으로 유입 하천 땅이 심하게 썩은 현장 발견

-2017.11.17 : 민관합동 12차 대책회의 개최

-2017.11.22 : 만내농장 이전 기한 협상을 위한 농장주와 주민대표 7차 협상 예정

-2017.11.24 : 만내농장 불법 운영 실태 고발 1주년 및 만내농장 특혜 이전 및 이중허가 방지와 만내농장 폐쇄를 위한 규탄 대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만내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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