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라운드 인터뷰) 처음 해봐서... 제가 누굴 보고 이야기해야 하나요?" 배우 장기용은 자리에 앉으면서 낯설어 했다. '라운드 인터뷰'(인터뷰이 한 명을 두고 기자들이 둘러 앉아 동시에 인터뷰를 하는 형식)가 처음이라며 어색해 하는 모습도 "'신인 배우' 장기용입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하는 모습에서도 신인 특유의 풋풋함이 느껴졌다. <고백부부>가 끝나고 지난 24일 배우 장기용을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만났다.

 KBS <고백부부> '남길' 역의 배우 장기용

KBS <고백부부> '남길' 역의 배우 장기용 ⓒ YG



장기용은 KBS <고백부부>를 두고 '우리 드라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제가 '우리'라는 표현에 인색한데 희한하게 <고백부부>는 그 말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서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어떻게 '우리 드라마'라는 표현을 하게 됐나?
"남길이란 캐릭터가 너무 좋았고 오디션을 봤을 때부터 욕심이 났다. 이 캐릭터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해 연기 연습도 많이 했다. 그런데 초반에 생각도 너무 많고 자신감도 없는 상태였다. 당당한 느낌으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어깨가 축 쳐져 있으니 감독님이랑 나라 누나가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우리를 믿고 가자"고 말씀해주셨다. 그 한 마디가 나를 바꿨다. 어깨가 스물스물 다시 올라오면서 '아 이 사람들을 믿고 가면 되는 건데' 싶었고 처음으로 '어딘가에 속한' 느낌을 받았다. 그 후로는 촬영장도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우리 드라마'나 '내 작품'이라는 표현을 안 해봤는데 이 말을 처음으로 할 수 있었던 드라마다."

'노력파' 배우

- 드라마하면서 칭찬을 참 많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나?
"그런 말들을 처음 들어보니 다 기분 좋았다. 제일 신기했던 게 식당에 밥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4~50대 분들이 '어 남길이' 하면서 친근하게 인사를 해주시더라.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드라마를 챙겨보시는구나 싶어서 '유명해졌구나'라기 보다는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야외 촬영을 하는데 나이가 지긋한 할머님이 '드라마 너무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해 감격스러웠다."

-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이야기 좀 들려달라.
"'신인 배우'니까 (웃음) 20분 정도 오디션 현장에 일찍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긴장도 되고 그래서 밖에 나와 바람을 쐬는데 감독님 같으신 분이 엘리베이터를 타시더라. '같이 타야겠다' 싶어 쫓아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게 감독님과 첫 대면이었다. 감독님이 뒤늦게 그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던 내 모습이 '남길이' 같았다고 하시더라. 그 첫인상이 되게 좋았다고. 운이 좋았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던 것이."

- 장나라 배우가 '자기가 나이가 너무 많아 상대 역을 해야 하는 기용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고 했는데 실제로 같이 연기해보니 어땠나?
"누나가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가 없는 게 워낙 예쁘시고 이 배우의 눈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설렜던 것 같다.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나이가 들어보이고. (웃음) 그만큼 동안이시고 다른 배우들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 장나라 배우와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조금 더 몰입을 하기 위해 우리집 거실과 신발장에 나라 누나 얼굴이 예쁘게 나온 사진을 4장 정도 프린트 해서 붙여 놓았다. '나 잘 다녀 올게' 이런 느낌으로? (웃음) 그래야 남길의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잘 했던 것 같다.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됐던 것 같고 나라 누나랑 설레는 신을 촬영할 때 집중도도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진은 지금도 있다. (웃음) 아직 연기력도 많이 부족하고 서툴지만 그 사진들을 보면 '아 연기를 위해 내가 이런 노력들을 했구나'라는 게 느껴지니까."



- 드라마 장면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나라 누나랑 한 신은 다 기억에 남는데 시청자 분들이 특히 좋아해주셨던 장면이 처음 제복을 입고 진주(장나라 분)를 안을 때. 그 신을 그렇게 좋아해주실 줄은 몰랐다. 아침에 밥도 못 먹고 찍었는데 햇볕이 쨍쨍해 너무 예쁘게 나왔다. 그 신도 기억에 남고 술집에서 고백하는 신도. 그 신 찍고 나서 나라 누나랑 감독님이 '잘했어'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포스트 김우빈'이라는 말 듣고 싶어

- 요즘 '라이징 스타'로 손꼽힌다. 본인의 어떤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라이징 스타'로 꼽는 것 같나?
"<고백부부> 하기 전에 친형이랑 맥주를 한 잔씩 먹으면서 이야기를 한 게 있다. '형 나 이번에 <고백부부>라는 드라마 들어간다'고. '잘 하고 싶고 잘 해낼 거'라고. 형이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네가 이 드라마를 잘 해내서 우도환이나 양세종 같은 지금 잘하고 있는 배우들과 같이 거론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무사히 드라마가 끝나고 어떤 기사인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양세종과 우도환 그리고 장기용을 같이 언급해주신 거다! 그냥 상상했던 건데 실제로 그렇게 되니까 너무 신기했다. 같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더 잘 해야겠다 싶더라. 그리고 앞으로 배우로서 많은 모습을 보여줄 준비가 돼있고."

- 굉장히 구체적인 상상이다. (웃음) 다음에 기사가 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기사가 났으면 좋겠나?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는 걸 좋아한다. 음... 댓글 중에 '포스트 김우빈'이라는 말이 있더라. 좋다. 연기도 잘 하시고 김우빈 배우가 나온 영화나 드라마는 모두 봤다. '포스트 김우빈'. 듣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면 그걸 꼽을 수 있겠다."

- 장기용의 학창 시절도 드라마에서처럼 인기가 좋았나?
"조용 조용했다. 가끔 나를 보러 여학생들이 반으로 찾아오는 정도였다. (웃음) '키가 되게 크고 피부가 하얀 애가 있대'라면서 소문이 나서.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면서 쑥스러움도 많이 타는 아이였다. 모델이나 배우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예전보다 내성적인 성격이 덜해진 것 같다."

-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면 언제로 가겠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첫사랑이 왔다. 순수하게 멀리서 좋아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이어서 고백을 못 했는데 과거로 돌아간다면 한 번쯤 돌직구로 고백해보면 어떨까.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은 추억이니 간직하고 싶다."



- 연기대상 욕심은 있나?
"아니. 연기대상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작품에서 연기할 수 있어 행복해다. 형이나 누나들이 상을 받으면 진심을 다해 축하해줄 거다. 나는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 최고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연말에 항상 부모님과 TV로만 봤던 시상식인데 현장에 있으면 보람도 있을 것 같고 신기할 것 같다."

- 시상식 말고 연말 계획이 있나.
"특별한 계획은 없는데 하루 빨리 좋은 작품이나 좋은 캐릭터를 맡아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 이번 작품이 잘 마무리 됐으니 다음 작품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력이 아직 많이 부족한 것도 안다. 천천히 경험하면서 정말 제게 맞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 작품 속에 들어가고 싶다. 이제 조금씩 배우로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이번 작품 하면서 내가 가진 매력을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앞에 있는 것부터 해나가면서 배우로 나아가고 싶다."

- 연말인데 연애는 안 하나?
"집에서 <나홀로집에> 틀어놓고 혼자 있는 거 좋아한다. 나는 케빈과 함께 할 거다."

장기용 고백부부 남길 선배 장나라 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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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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