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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골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해수부 김현태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전 부단장이 24일 오후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세월호 유골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해수부 김현태 세월호후속대책추진단 전 부단장이 24일 오후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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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이 이어졌다.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의 이철조 전 본부장과 김현태 전 부본부장은 24일 오후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아래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수습자 가족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지난 17일 세월호에서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목뼈 1점을 발견하고도 미수습자 가족들의 시신 없는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닷새간 이를 숨겼던 것에 대해서였다.

이들은 유해 발견을 숨긴 것에 악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변을 이어갔다. 김현태 전 부본부장은 이날 "가족 분들이 너무 힘들어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철조 전 본부장 역시 "뼈가 발견됐다고 말할 생각도 있었지만 현장관리자로서 장례식 전날,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가족들에게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드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게 (선체조사위원회 업무집행) 방해 행위라는 것은 아느냐'는 질의에는 "그 당시엔 그렇게 생각 못했다"고 답했다.

지난 20일 김영춘 해수부 장관의 '매뉴얼에 따른 조치' 지시가 바로 이행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마찬가지였다. 김 전 부본부장은 "(미수습자) 장례 끝나자마자 연락을 드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0일 오후 5시께 김 장관에게 유해 발견 사실을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지만, 만 하루 뒤인 21일 오후 2~3시에서야 선체조사위원장과 고 조은화·허다윤 학생 가족에게만 유해 발견 사실을 알렸다.

김 전 부본부장은 "당분간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왜 했느냐"는 설훈 농해수위 위원장의 질의에도 "(미수습자 가족) 그분들께 하루 전이라도 마음과 몸을 정리할 시간을 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제가 가서 '정말 죄송합니다. 뼈 한 점 발견됐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하고 말하는 것이 현장에 있던 저로서는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례를 치를 때까지 말씀 드리지 않고, 장례 후에 몸을 조금 추스른 후에 자초지종 (말을) 올리려 했다."

"해수부 인적청산 제대로 못했다" 질책 쏟아져

세월호 유골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 겸 현장수습본부장이 24일 오후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세월호 유골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철조 해양수산부 세월호인양추진단장 겸 현장수습본부장이 24일 오후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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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책이 이어졌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 1%라도 (고 조은화·허다윤 학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유골일 가능성이 있지 않았나"라며 "그럴 가능성 때문에 장관에게도 늦게 보고한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즉, 18일부터 장례 절차가 예정돼 있던 미수습자 5인(남현철·박영인 학생, 양승진 교사, 권재근·권혁규 부자)의 유골일까봐, 그로 인해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신항을 떠나겠다는 결정을 뒤집을까봐, 고의적으로 유해 발견 사실을 숨겼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본인들은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한) 배려라고 주장하지만, 장관의 거취까지 흔들어대는 일을 한 것"이라며 "이게 해수부에 남아 있는 적폐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현권 의원도 "실무자가 어떻게 자의적 판단을 하고 선조위에도 이 사실을 보고 안 했나, 매뉴얼 상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라면서 "장관이 지난 20일 한 지시가 만 하루가 지날 때까지 이행되지 않은 것은 정상적인 부처의 기능으로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그간 해수부의 가장 큰 문제점이 세월호 아니었나, 그런데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지금이라도 확실히 인적청산을 하고 촛불민심 한 가운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일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춘 장관은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사건은) 현장 책임자가 자의적인 판단과 인간적인 정에 끌려서 지켜야 할 절차를 어기고 함부로 판단해서 국민적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해수부 내 기강을 해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해양수산부가 잘못했기 때문에 국민들께도 사과를 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계속 올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세월호 수습 과정에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전 과정을 되돌아보고 재점검 기회로 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분골쇄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 역시 두 실무자가 고의로 유해 발견 사실을 은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수습본부는 (미수습자 가족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에도 내년까지 선조위 업무를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이철조·김현태) 간부들은 장례식을 2주 연기한다고 해서 구체적으로 얻을 실익이 없었다"라면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악의로서 (유해 발견 사실을) 덮고자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당, <오마이뉴스> 첫 보도 두고 '물타기' 주장까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4일 오후 국회 농해수위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던 중 입을 오므리고 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4일 오후 국회 농해수위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던 중 입을 오므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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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김 장관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권석창 자유한국당 의원은 "책임을 실무자에게만 물으면 되느냐"라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장관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도 "장관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지만 이 문제는 결코 현장 책임자의 개인적 일탈로 돌리기에 너무나 중대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장관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답변을 미뤘다. 다만 "그러고도 제가 또 다른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때 가서 다시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유골 은폐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했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다 실무자가 책임지고 청와대는 빠지면서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소위 우리가 얘기하는 좌파 우호적인 <오마이뉴스>에서 (22일) 오후 4시 13분에 보도됐고 그 후에 <경향신문>에서 보도했다, 조금만 알면 청와대와 짜고 했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보고 있으면 바로 청와대에서 기자회견 해야 하는 상황인데 왜 우호적인 언론에 물 타서 흘려주나, 이미 작전 짜서 청와대는 쏙 빠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장관은 "정부가 언론에 일부러 흘린 것이라면 욕먹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전에 정부가 (사실을) 먼저 발표하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고 반박했다.


태그:#세월호, #유골 발견 은폐, #해양수산부, #김영춘, #세월호 미수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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