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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작가 에이삐
▲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 일러스트 : 작가 에이삐
ⓒ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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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언행에 대한 기억보다 당시의 감정의 기억이 더 강렬한 순간이 있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도 모르게 "요즘 애들은 왜 그러니" 라는 '뉘앙스의 말이 나왔고, 같이 있던 친구에게 "야, 너 꼰대냐?" 라는 장난스런 농담을 들었다.

그 농담을 듣자마자 "뭐야 나 꼰대 된 거야? 그럴 리 없어!" 머리를 감싸쥐며 술잔을 들이켰다. 그때 나는 '꼰대'라는 단어에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다. '요즘 애들'이 무슨 일을 벌였던 것인지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 때의 당혹감은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을 보면, '꼰대'라는 단어를 들었다는 것은 분명 나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그토록 혐오하던, '꼰대들이 쓰는 전형적인 문장'을 스스럼없이 말했다는 것에 무척이나 괴로웠다. 누군가를 너무 싫어해도 닮아가게 된다던데, 꼰대를 너무 싫어하다가 나도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닌가? 이제부터 꼰대를 조금 덜 싫어해야겠다는 말도 안 되는 다짐을 했다.

이처럼 '꼰대'가 된다는 것은 피하고 싶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꼰대질'의 피해자였던 경험이 있고, '꼰대질'에 당할 때마다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라며 다짐했을 것이다. 소통이 시대의 키워드로 떠오른 세상에 꼰대는 소통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이다. 하루아침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그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도태되는 세상에서 꼰대는 고리타분하게 늙어가는 사람의 표본이다.

그리고 이는 곧 비아냥의 대상이 된다. 인터넷 포털에 꼰대를 검색하면,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 꼰대 체크리스트 등이 연관검색어에 쪼르륵 뜨는데, 이걸 보면, 자신이 꼰대로 비치지는 않을까, 꼰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한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자신이 꼰대라고 자부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지만, 여전히 학교, 군대, 직장에서 '꼰대질'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어디에나 있다. 그래서 꼰대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사실, 꼰대가 무엇인지, 꼰대질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정의된 바 없어서 꼰대의 실체는 없다. 생각해보면 '좋은 어른'과 '꼰대'의 차이는 한 끗 차이다. 나이 상으로나,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해 막내의 위치에 있던 적이 많았던 나의 경험 상, 같은 말을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들으면 뼈가되고 살이 되는 조언 같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들으면 꼰대질 같았다. 한마디로 그냥 내가 싫어하는 어른은 나에게 언제든 '꼰대'가 되었다.

'내가 혹시 꼰대가 아닐까' 노심초사하던 사람들에게 맥 빠지는 얘기일 수 있지만, 젊은 세대의 은어에 불과했던, 실체 없는 '꼰대'를 어디에나 존재하게 만든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낙인찍힐지 모른다는 불안감. 여기서 비롯된 '꼰대'라는 단어에 대한 지나친 의식이다. 그래서 '꼰대'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은 언제나 존재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이 바뀌면 삶의 양식이 바뀌고, 삶의 양식이 바뀌면서 생각이 바뀐다. 바뀐 삶의 양식을 경험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오늘날 여러 통로로 간접경험이 가능하고 '대4차산업혁명'시대에 VR, AR로 간접경험의 수준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직접경험 없이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은 5차, 6차, 7차 산업혁명이 이뤄져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꼰대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데 더해 언제까지나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애써 꼰대가 되는 것을 부정하려고 하지 말자. 그냥 한 인간으로서 타인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신뢰받는 사람의 한마디는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한마디 보다 더 가치 있기 마련이다.

물론,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꼰대 안 되는 법'이 일부 겹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꼰대 체크리스트의 행동 하나하나를 하지 않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평소 언행과 일상 속에서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라는 가치를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의식하는 것이다. 후배의 사생활에 '감놔라 배놔라' 사사건건 간섭하지 말아야하는 이유는 단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가치관에 대한 존중과 이해의 표현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를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사람은 자연스레 신뢰할 수밖에 없다. 한때, 토크콘서트 열풍이 보여주듯 청춘들은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의 관심과 조언은 언제든 환영했고, 오히려 그것에 목말라 있다. 그러니 '꼰대'라는 단어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이해'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꼰대'로부터 점점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바꿈 세상을바꾸는꿈 - 청년네트워크 3기의 '글쓰기모임' 회원인 노영주 님이 작성하신 글입니다. 이 기사는 바꿈 세상을바꾸는꿈 홈페이지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태그:#바꿈, #꼰대, #글쓰기모임, #청년네트워크, #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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