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까칠남녀> 관련 캡처 사진

EBS <까칠남녀> 관련 캡처 사진. <까칠남녀> 제작진은 자막에 '콘셉트'가 아닌 '콤플렉스'로 오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제작진의 책임이 없진 않다. 콤플렉스라는 단어가 범죄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고 캡처본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오해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EBS


EBS <까칠남녀>의 두 달 전 방송이 최근 뜻밖의 이유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성편향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글 작성자가 이현재 교수가 <까칠남녀>서 "쇼타로 콘셉트는 취향"이라고 발언한 것을 캡처해 게시하면서 본인이 '호주의 한 남성 어린이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작성한 것.

해당 게시글은 지난 9월 25일에 방송됐던 <까칠남녀> '예쁜 소녀를 찾습니다' 편에서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한 발언을 교묘하게 편집한 것이다. 게시글은 마치 이현재 교수가 '남성 아동 성범죄'를 옹호하는 양 비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현재 교수는 해당 방송에서 "미성년자 의제 강간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는 '쇼타로 콘셉트'와 '쇼타로 콤플렉스' 그리고 '아동 성범죄'를 구분하지 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이현재 교수가 언급한 '쇼타로 콘셉트'는 대중문화의 소비 행태의 하나로써 '롤리타 콘셉트'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쇼타로 콤플렉스'(예쁜 외모의 어린 남자 아이들을 성적으로 좋아하는 것)나 '아동 성범죄'와는 그 개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해당 '워마드' 게시글이 널리 알려진 후 <까칠남녀>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은 "아동 성범죄를 옹호하는 프로그램은 폐지해야 한다"는 등의 여론으로 휩싸였다. 이현재 교수는 개인 SNS를 통해 "시청자 게시판에 내 이름이 욕으로 도배된 건 처음 봤다"라며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해당 논란은 급기야 '홈페이지 해킹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2일 오후 6시 40분경 <까칠남녀> 홈페이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합성한 이미지로 뒤덮인 것. 이후 언론들은 <까칠남녀> 방송분을 확인하지 않고 '어뷰징' 기사를 양산해 피해를 키웠다.

프로그램 제작진 "아동 성범죄 옹호한 방송 아냐, 오해 답답하다"

24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까칠남녀>의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공격한 사람에 대해서는 아이피 추적을 해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며 워마드에 최초로 게시글을 올린 사람 역시 한 프로그램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편집을 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라 생각해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추후 대응 방안을 알렸다. 또 프로그램을 보지 않고 '아동 성범죄를 옹호한다'는 식으로 기사화한 언론들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작진 측은 "방송은 아동 성범죄를 옹호하지 않았다"며 "프로그램을 전혀 보지 않은 사람들이 사실관계를 왜곡하며 오해를 하는 점이 가장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어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며 청와대에 청원까지 들어갔다는데 제작진 입장에서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시청자 의견이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반영을 하려 노력하지만 이번 논란은 프로그램 비판의 범주가 아니라 사실에 대한 왜곡이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이현재 교수의 해당 발언은 아동 대상 성범죄에서 했던 말이 아니라 대중문화에서 남자 아이돌에 대한 성인 여성들의 선호나 애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했던 발언"이라고 맥락을 설명했다. 또 "해당 발언은 이현재 교수의 개인 의견"이라며 "<까칠남녀>는 의견을 두고 옳다 그르다를 판단해 편집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다양한 입장을 듣는 토론 프로그램이다"라고 밝혔다.

당시 이현재 교수와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손아람 작가는 '무분별한 받아쓰기'를 했던 언론을 향해 "하지도 않은 말이 인용되고 글이 일베를 통해 확산되고 언론에서는 기사를 '복붙(복사+붙여넣기)쓰기'하는 동안 아무도 영상 원본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제작진 측은 이번 논란이 "'역시 페미니즘은 안 돼' 같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는 게 이상하다. 아동 성범죄를 두둔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비판을 받아야 맞는 것"이라고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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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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