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3일 오후 포항이동중학교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몰려나오고 있다.
 23일 오후 포항이동중학교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몰려나오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됐던 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여진 우려 속에도 별다른 사고 없이 끝났다. 교육당국뿐 아니라 포항 지역 전체 행정력이 비상 상황을 대비했지만 걱정했던 지진은 없었다.

이날 오전 포항에서는 규모 1.7의 약한 여진이 감지됐지만 시험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 잔뜩 긴장했던 포항 지역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비로소 마음의 짐을 덜어놓았다.

23일 오후 5시 30분경 수능 종료를 앞둔 포항 이동중학교 앞은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학부모들은 까치발을 들고 언제쯤 자녀가 모습을 드러낼지 기다렸다. 오후 5시 40분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학부모와 취재진이 기다리는 교문 밖을 바라본 수험생들은 그 모습이 신기한지 시험 동안 꺼놓았던 휴대전화 전원을 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수험생들이 달려가 학부모 품에 안기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수험생들은 교문 밖을 나서고 나서야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는 데 만족을 표시했다. 포항여자전자고 조은주 학생은 "여진으로 조금 흔들리는 걸 느꼈는데 순간 12년 동안 공부한 게 무너지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면서도 "놀랐지만 시험에 집중해서 혼란은 없었다"고 전했다.

두호고 3학년인 이태림 학생은 "가만히 있는데도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면서 "그래도 걱정했던 지진이 안 일어나서 엄청 다행이다"고 말한 뒤 밝게 웃었다.

시험이 연기돼 일주일 동안 고생이 컸던 울릉도 지역 수험생들도 아무탈 없이 끝난 수능에 웃음을 지었다. 울릉도고 3학년 안지원 학생은 "약한 여진을 느꼈다는 애들도 있었지만 저는 느끼지도 못했다"면서 "이제 친구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시험 감독관으로 고사장을 지켰던 교사들도 마음의 짐을 덜었다. 지진에 대비한 비상 감독관을 맡았던 박미정 이동중 교사는 "애들이 침착하게 준비한 만큼 시험을 잘 친 것 같다"면서 "지진이 날 때를 대비한 비상 계획을 실제로 실행하지 않게 돼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오후 포항여고에서 이동중학교로 시험장이 바뀌어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마치고 나오기 전 가족들이 교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오후 포항여고에서 이동중학교로 시험장이 바뀌어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마치고 나오기 전 가족들이 교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하루 종일 마음을 졸였던 학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정배(52)씨는 "지난 주 수능이 미뤄지면서 애들의 마음이 힘들었는데, 오늘 지진 없이 화사한 햇살 속에서 시험을 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이정화(47)씨는 "아이가 재수생이라서 더 많이 긴장했다"면서 "아이에게 긴장하지 말고 평소대로 하라고 했고, 지진 때문에 별 일 없을 거라고 말해줬지만 딸이 겁이 많아서 걱정됐다"며 안도했다.

이날 포항 지역의 최종 수능 결시율은 9.32%로 나타났다. 지난해 8.55%에 비해서는 소폭 상승한 수치다.

한편 포항교육지원청에 머물며 수능 진행 상황을 점검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온 국민이 마음을 다해 걱정했던 포항 지역 수능이 완전히 종료됐다"면서 "연기된 수능에서 수험생들이 보여준 의연함과 배려심, 인내는 어른들에게 큰 귀감이 됐다"고 말했다.



태그:#포항 지진, #수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