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원형지 일부 보전이 결정된 세종시의 장남평야 80만 제곱미터에는 2015년부터 흑두루미 2마리가 찾아온다. 보전된 장남평야는 근처에는 세종호수공원과 중앙공원 국립수목원이 조성되고 있고, 녹지공간 밖에는 국무총리실과 청사와 아파트들이 차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 2017년 11월 장남평야의 흑두루미 .
ⓒ 정지현

관련사진보기


세종시 중앙에 위치해 회색으로 둘러싸인 곳이 장남평야다. 그런데 사람과의 경계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흑두루미가 이곳에서 월동하는 건 매우 특이한 일이다. 흑두루미는 또한 매우 귀한 새다. 한국의 철새1번지로 알려진 서산과 생태수도라는 순천만에서 주로 월동한다.

파란색 부분의 일부가 유기농 농경지로 유지되고 있다.
▲ 흑두루미 월동지 파란색 부분의 일부가 유기농 농경지로 유지되고 있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장남평야를 찾는 흑두루미는 좀 특별한 사연이 있다. 흑두루미가 처음 장남평야를 찾은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2015년 겨울 재두루미 5마리와 흑두루미 2마리가 함께 남하 과정에서 장남평야를 찾았다.

잠시 장남평야에서 체력을 보강한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는 남하를 위하여 다시 비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흑두루미 2마리가 행렬에서 낙오하여 다시 장남평야로 내려왔다. 아마 비행과정에서 체력이나 몸의 이상을 느껴 장남평야에 남기로 결정한 것으로 추측된다.

2015년에는 유조(새끼새) 1마리와 성조(어른새)1마리였다. 아마 한가족을 이루었을 텐데 어미와 아비중 한 마리가 불상사가 생겨서 남게된 가족으로 보인다.

(참고 : 장남평야에 다시 내린 흑두루미에게 밥을 주자)
(참고 : '멸종 위기' 흑두루미, 장남 평야에 오래 머물려면)

붉은원이 새끼 흑두루미이고 파란원이 흑두루미 성조이다. 다른4마리는 재두루미이다.
▲ 2015년 찾아온 흑두루미의 모습 붉은원이 새끼 흑두루미이고 파란원이 흑두루미 성조이다. 다른4마리는 재두루미이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두루미류는 대부분 가족 단위로 움직인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남게된 두루미 가족은 장남평야에서 그해 겨울을 보내고 북상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흑두루미가 장남평야를 다시 찾아올지는 반신반의했다. 다시 장남평야를 찾아오기를 고대하던 2016년 겨울, 흑두루미 가족은 장남평야에 내려 앉았다.

흑두루미가 2017년 겨울 다시 장남평야를 찾았다. 어린새는 이제 다 큰 어른이 됐다. 흑두루미 정도의 대형조류는 완벽한 성조가 되기까지 약 4년 정도가 걸린다. 이후 다른 짝을 찾아 가족을 구성한다. 현재 장남평야의 흑두루미는 생김새가 똑같기 때문에 누가 자식인지 구분은 어렵다. 하지만, 내년이면 한 마리가 새로운 짝을 이루어 가족을 이룰 가능성은 매우 높다. 2015년 흑두루미의 남하하지 않은 건 '낙오'가 아니라 월동지로 장남평야를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끼였던 흑두루미가 가족을 이룬 후에도 장남평야를 찾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2015년 유조 흑두루미는 장남평야가 유일한 월동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흑두루미가 3년째 월동하는 것으로 보아, 장남평야가 월동지로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2마리+a가 장남평야에 월동할 날이 오게 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 된 것이다. 장남평야가 몇 년간 이렇게 안정적인 흑두루미 서식처로 유지되면 순천만에 이어 흑두루미 월동지 될 가능성도 있다. 어디까지나 바람이지만 말이다.

세계적인 일본 두루미 마을도 이즈미도 이렇게 점점 그곳을 찾는 새들이 늘어나면서 탄생되었다. 수만 마리가 도래하는 지역이 되기 전에는 단 몇 마리만 마을을 찾았다. 현재는 1만마리 이상의 두루미가 이즈미를 찾는다. 현재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순천만 역시 1996년에 50여 마리 밖에 안되는 것이 현재 1500개체로 늘어났다. 모든 것이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한 탓이다. 보호만 잘 된다면 장남평야가 제 2의 즈미와 순천만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매년 10월부터 2월까지 전세계에서 3만 명이 두루미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

그런데 행복도시건설청이 흑두루미에게는 청천벽력이 될 수 있는 도시 계획을 추진 중이라 우려스럽다. 현재 보전하기로한 80만 제곱미터를 일반 공원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흑두루미가 장남평야를 찾은 것은 유기농을 실현하는 논 일부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농경지에서 낱알을 먹는 모습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그런데 농경지를 대폭 축소하고, 공원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농경지의 유지는 흑두루미에게는 필수적인 요인이다. 2마리 밖에 되지 않는 다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흑두루미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
▲ 중앙공원 개발계획안 .
ⓒ 행복도시건설청

관련사진보기


흑두루미는 환경부 멸종위기종 2급, 천연기념물 228호로 지정된 보호종이며 국제자연보전연맹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국제보호종이다. 흑두루미의 가치는 전세계적으로도 입증되었다. 흑두루미가 3년째 찾아와 겨울을 보내고 있는 장남평야 농경지의 가치는 일반 농경지에 비해 더 높이 평가돼야 한다. 또한, 세계적인 흑두루미 서식처인 이즈미와 순천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장남평야는 공원으로 개발할 지역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를 보전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행복도시 건설청의 공원 개발계획은 흑두루미를 위해서라도 재고해야 한다.


태그:#흑두루미, #세종시, #장남평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