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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10월 20일 건설재개를 결정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월성원전에서 42km 떨어진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온 국민이 놀랐다. 지진이 발생한 후 포항 시민 수천 명은 체육관에서 며칠째 밤을 지새우고 있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불안한 주민들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포항 지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주일 연기하도록 하면서 혼란을 낳았다. 그런데 수능 연기로 인한 혼란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할 정도의 재앙이 올 수도 있다. 그것은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다.

일부에서는 '공론화위'에서 원전 건설 재개를 결정하기 전에 지진이 났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항 지진으로 원전 안전 문제가 다시 강조되고 있다.


포항 지진 이후 탈원전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22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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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지진을 보고 느낀 소감은 한마디로 무엇인가?
"'아, 이제 우리나라에서 핵발전소는 끝났다'라고 느꼈다. 공론화위의 471명 시민참여단이 지금 후회하고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난 경주 지진 이후 1년 2개월 만에 이렇게 강한 지진이 올 줄은 원전 추진론자들도 예상 못했을 것이다."

-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한다는 뜻인가?
"아니다. 공론화 당시 결정은 존중한다. 다만 아쉽다는 뜻이다. 어렵게 고민하면서 내린 결정이고 더구나 19% 큰 차이로 건설 재개 결정을 한 것인데 이것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 공론화위원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리하게 짜인 절차였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 분들 심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완벽하게 공정한 게임이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19% 차이 앞에는 할 말이 없다. 다만 다음 번 공론화는 이번의 문제점들을 반영해서 제대로 된 공론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였다고 생각하나?
"찬반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건설 재개 주장에 대한 충분한 팩트 검증이 되지 못했고 시민참여단의 질문을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3개월이었지만 실질적인 토론은 하루 반 정도였다."

- 공론화 절차를 보이콧하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의 자문위원 참여라든지, 노조의 물품 배포, 자료집 내용에 대한 시비 등등으로 찬반 양측에서 보이콧 항의가 있었지만 민주주의 기본을 해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참여했고 또 건설 반대에 대한 낙관론도 있었다."

- 낙관론의 이유는 무엇인가?
"핵발전은 원천적으로 비민주적인 에너지이고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전가하는 비도덕적인 에너지이기 때문에 잘 설득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밀양 할머니들의 피눈물을 대가로 만드는 전력이고 단 한 번의 사고로 나라가 망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핵발전이다."

- 그런데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와 중단이 왜 큰 차이로 결정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저 쪽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잘 짜인 팀이 조직적이고 전문적인 대응 훈련을 한 것 같았다. 우리는 한마디로 아마추어적인 대응이었다. 전문성도 떨어지고 젊은 층을 충분히 설득할 자료도 부족했다. 젊은 층은 안전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일자리가 절실했는데 우리는 그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위험성을 강조했고 재생에너지가 핵발전의 대안이 가능하다는 것을 외국 사례를 들어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원전 축소 주장이 53.2%로 높게 나왔다는 것은 큰 성과이다. 원전 확대는 불과 9.7%였다."

- 어쨌든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로 결정이 되었다. 신고리5·6호기 건설이 탈원전 정책의 후퇴로 생각하나?
"전혀 아니다. 우리가 신고리5·6호기 건설 반대에 총력을 기울인 것은 탈원전 정책의 시금석이라고 생각했고 고리원전에 10기나 들어서게 되는 위험 때문이었는데 탈 원전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탈 원전정책이 후퇴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고리5·6호기는 건설하지만 신한울3·4호기, 천지1·2호기, 이름 정하지 않은 2기를 포함해서 모두 6기의 신규 건설은 백지화 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부지 매입까지 한 것인데도 백지화를 선언했다는 것은 큰 성과이다."

- 이번 포항지진으로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우리나라 1, 2위 강진이 양산단층대에서 1년 2개월 동안 발생한 것은 양산단층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하는 학자가 있다. 당장 건설 중단이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 어떤 점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신고리5·6호기는 건설 승인부터 불법적인 내용이 있었고 특히 활성단층에 대한 평가가 미흡하여 현재 건설 승인 무효 소송이 진행 중이다. 아마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신고리5·6호기 건설의 불법적인 요소는 무엇인가?
"인구밀집지역에는 원전을 건설하지 못하는 규정을 위반했고, 방사선영향평가에서 중대사고 영향 평가를 누락시켰다. 또 주민의견 수렴절차 생략했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위험성 평가를 누락했다."

- 월성1호기는 조기 폐쇄하는 것으로 한수원에서 방침을 정했다고 하는데 월성1호기는 정말 위험한가?
"월성1호기는 지난 2015년 2월에 수명을 연장해서 2022년 11월에 수명이 만료되는데, 신 안전기술 적용을 배제하였고, 스트레스 테스트 누락, 결격 사유 있는 위원 표결 참여, 주민의견 수렴 절차 누락 등의 불법 사유로 소송에서 수명연장 무효판결을 받아낸 원전이다. 한수원은 이번 지진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조기 폐쇄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다행으로 생각한다."

"재생에너지는 앞으로 더욱 발전"

- 월성1호기 외에 다른 월성 원전은 안전에 문제가 없는가?
"월성원전은 중수로 원전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경수로보다 4배 많이 배출한다. 그리고 내진 설계가 6.5로 되어 있지만 중수로원전은 얇은 압력관 때문에 지진 보강이 어렵다고 하며 또 지진 여유도가 1%에 불과해 6.5 이상의 지진이 온다면 위험하게 된다. 또 월성 2·3·4호기 합쳐도 210만 kw밖에 되지 않아 전력 수급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기 폐쇄해야 한다."

-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은 국토를 많이 잠식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새로운 땅에 설치할 필요가 없다. 건물 옥상은 물론이고 벽면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 댐, 저수지 등 수상태양광은 이미 보편화 되었다. 도로변 경사지, 고속도로 나들목, 주차장, 방음벽, 철로 등 무궁무진하다. 고성군 하이면에는 벼를 재배하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였는데 벼 생산에 전혀 장애가 없다. 앞으로 농가 소득을 증대시키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것이다.

세계적인 태양광 전문가 토니세바 교수(스탠퍼드대, <에너지 2030> 저자)는 우리나라 주차장과 건물 옥상에만 모두 태양광을 설치하면 우리나라 소비 전력의 100%를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도로공사는 2025년까지 나들목과 휴게소 주차장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필요한 전기를 100% 자가 공급할 계획이다. 또 지난 11월 17일 제주에 해상풍력 발전이 준공되었다. 30MW면 2만 4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 태양광 발전은 비싸지 않나?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핵발전에 비하여 비싸다. 그러나 곧 핵발전보다 싸게 될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싼 태양광 발전소는 두바이 '알막툼 태양광 발전소'인데 1kwh 에 24원이다. 우리나라 원전 단가 68원의 절반 이하이다. 우리나라는 IT 세계 최강국에 자금 또한 풍부하다. 태양광 패널 세계1위 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이다."

-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2% 정도이다."

- 2030년까지 20%가 목표인데 달성이 가능다고 보는가?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로 가고 있고 이미 20% 이상인 국가도 많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독일은 이미 35%이다. 인도는 2030년 목표가 40%이고 핵발전소 발전 비중이 75%인 프랑스 역시 40%이다. 덴마크는 불과 2-3년 후인 2020년 목표가 50%, 영국 31%, 스웨덴 63%이다. 미국은 2050년 목표가 100%이다. 우리나라 20% 목표는 너무나 낮은 편이다.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가 책 <판도라, 핵발전의 몰락>을 펴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가 책 <판도라, 핵발전의 몰락>을 펴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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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에너지는 간헐적이라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에 문제가 많다고 한다.
"ESS, 에너지저장장치로 해결이 가능하다. 스페인의 '안다솔 태양광발전소'는 밤에도 발전한다. 올해 4월 30일 독일에서는 태양광, 풍력만으로 80%의 전기를 공급하였고 그 주 평균이 50%였다. 나라 전체 전력의 50% 이상을 공급하는데 간헐적이라고 말할 수 있나. 독일의 74개 지자체에서는 이미 100%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간헐성은 기우일 뿐이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비벡 와드와'는 2035년이면 태양광으로 전력을 공짜로 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세계 1위 기업 '월마트'는 방문고객에게 전기 자동차 충전을 무료로 해 주겠다고 발표하였다."

- 앞으로 탈원전 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하여 우리 국민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파악했다. 위험성을 계속 부각시키는 것보다 원전이 없더라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고 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절약만 잘 해도 우리나라는 노후 원전 10기를 당장 폐쇄해도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다. 이러한 점을 알리려고 한다."

- 에너지 절약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절약은 제5의 불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연간 전기소비량이 1만kwh이다. 이것은 독일 6300kwh, 프랑스 6500kwh, 영국 4800kwh의 두 배에 가깝다. 마음만 먹으면 20% 이상 줄일 수 있다. 핵발전소 20기를 폐쇄할 수 있는 양이다.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산업체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서 20% 정도 인상하면 전력소비가 15% 줄어든다. 여기에 재생에너지 20% 확대하면 저절로 탈 원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박종권 대표는 자료집 <판도라, 핵 발전의 몰락>을 펴냈고, 탈핵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태그:#탈핵경남시민행동, #박종권 대표, #신고리원자력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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