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던 26명의 선수가 새 둥지를 찾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2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KBO 2차 드래프트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넥센 히어로즈가 3장의 지명권을 모두 포기했고 두산 베어스도 3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반면에 나머지 8개 구단은 3장의 선수를 빠짐없이 지명해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했다.

즉시전력 선수들이 대거 2차 드래프트 시장에 쏟아져 나온 가운데 유독 야구팬들의 눈길을 끄는 선수가 있다. 한 때 인기구단 LG 트윈스에서 4번타자로 활약하며 연봉이 2억6000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잦은 부상과 심한 기복으로 차츰 팀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게 된 선수다. 이제 새로운 구단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게 될 '빅뱅' 이병규가 그 주인공이다.

LG가 자랑하는 육성 선수 신화, 잦은 부상으로 번번이 좌절

대구에서 태어나 지역의 명문 경북고를 졸업한 이병규는 한양대 입학 후 대학야구에서 손꼽히는 강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당시 '유망주'라 불리던 외야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격(178cm 90kg)이 작았던 이병규는 끝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물론 대학시절부터 타격실력은 정평이 나 있던 만큼 육성 선수로 프로(LG)에 입단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었다.

이병규는 입단 초기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올렸지만 당시 LG의 외야에는 박용택, 이대형(kt 위즈), 이택근(넥센) 같은 쟁쟁한 외야수들이 즐비했다. 결국 이병규는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1군에서 단 5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이병규는 '적토마' 이병규와 이름이 같다는 것을 제외하면 내세울 것이 없는 무명이었다. 그런 이병규가 본격적으로 1군에서 중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박종훈 감독(현 한화 이글스 단장)이 부임한 2010년부터.

이병규는 2010년 LG의 주전 좌익수로 활약하며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300 12홈런 53타점 57득점이라는 쏠쏠한 성적을 올렸다. 여기에 육성선수 출신이라는 스토리가 더해 지면서 몇몇 LG팬들은 "두산에 김현수가 있다면 LG엔 이병규가 있다"며 이병규의 활약을 유독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고질적인 무릎부상 때문에 LG구단과 팬들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11년 무릎 부상으로 단 33경기 출전에 그친 이병규는 2012년 .318의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69경기 출전에 그치며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2014년엔 실로 오랜만에 건강하게 풀타임 시즌을 치으면서 타율 .306 16홈런 8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건강한 이병규'가 팀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 수 있는지 증명하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이병규는 2015년 옆구리 부상에 시달리며 70경기 만에 시즌을 접었고 작년 시즌에는 103경기에 출전하고도 타율 .272 7홈런 37타점이라는 평범한 성적에 그쳤다. 특히 10월8일 '적토마' 이병규의 은퇴 경기에서는 이병규의 현역 마지막 안타 때 홈에서 아웃 당하며 전설의 마지막 타점 기록을 지우기도 했다(2사 후였음에도 이병규는 3루를 돌며 뒤를 돌아보는 큰 실수를 저질러 비난을 자초했다).

2017년 경쟁에서 밀리며 2차 드래프트 이적, 부산에서 새출발

2017 시즌을 맞는 이병규의 각오는 남 다를 수 밖에 없었다. LG는 2016 시즌을 통해 우익수 채은성, 중견수 김용의, 좌익수 이천웅이라는 외야의 주전 라인업을 구축했고 이형종,문선재,안익훈,임훈 등 언제든지 주전 입성을 노릴 수 있는 백업 멤버들도 즐비했다. 수비에서 큰 장점이 없는 이병규가 타격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한다면 LG의 주요 전력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병규는 올 시즌에도 퓨처스리그에서만 4할대의 맹타를 쳤을 뿐 1군에서는 이형종, 이천웅 등과의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리며 19경기에서 타율 .205 무홈런 5타점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이병규는 5월 21일 롯데전을 마지막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채 자신의 프로 12번째 시즌을 초라하게 마감했다.

시즌 후 LG에 부임한 류중일 신임 감독은 이병규를 마무리 캠프 명단에 포함시키면서 "왼손 대타요원으로 가치가 있다"며 이병규에 대한 활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끝내 LG의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고 22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라운드로 롯데에 지명됐다. 프로 입단 후 이병규의 첫 이적이다.

사실 올해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롯데 역시 이병규가 경쟁하기에 만만한 팀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손아섭을 비롯한 'FA 변수'가 남아 있지만 롯데의 외야엔 전준우, 김문호,나경민,박헌도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이병규는 1루 수비도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지만 롯데의 1루수는 바로 '부산 야구의 상징' 이대호다. 그렇다고 조원우 감독이 30대 중반의 이병규에게 전폭적인 기회를 준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이병규는 내년 스프링캠프를 통해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물론 적지 않은 나이와 잦은 부상 경력은 부담이 되겠지만 이병규가 2014년에 준하는 타격솜씨를 보여준다면 손아섭의 잔류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시즌 롯데 전력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성배, 심수창(한화), 박헌도 등 쏠쏠한 즉시전력 선수들을 지명했던 롯데는 이병규를 통해 또 하나의 2차 드래프트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2차 드래프트 롯데 자이언츠 이병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