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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지 않는 호주의 통합 교육.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지 않는 호주의 통합 교육.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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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10분마다 화장실 간 수강생, 강사는 화내지 않았다)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1년 간 멜버른에 살면서 학교에 장애인을 분리 교육하는 '특수학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점이 인상 깊었고, 온종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 교육을 진행하는 이곳의 시스템이 궁금해졌다. 아이의 담임과 팀 리더(teamleader, 직접 맞대응은 어렵지만 한국의 학년 부장과 유사) 교사와 이야기 나눴다. 다음은 그 내용을 정리한 것.

- 호주의 모든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존재하지 않는가?
"오래 전엔 호주에도 특수학급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없다. 통합교육을 지향한다면, 당연히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주 접해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비장애 학생 입장에서도 낯설고 두려운 생각이 줄어든다. 결국 함께 살아갈 이웃이다."

- 특별한 요구(Special needs)가 필요한 아이들은 학교를 어떻게 선택하는가?
"전적으로 부모가 한다. 호주에도 특수학교가 있다. 대체로 심각한 수준의 아이들이 가는 걸로 알고 있다. 아이의 상태가 어떻든 부모가 Main stream(일반학교) 학교에 보내고 싶다면 학교는 받아들여야 하고, 학교는 해당 학생의 학교 생활에 필요한 제반 시설을 마련해야한다. 학교는 학생을 거부할 권리가 없다."

- 장애의 정도가 심해 교사 혼자 감당 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도우미 교사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는 담임 교사가 지원서를 작성해서 정부에 보낸다. 필요한 서류 작업이 많고 절차도 까다롭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을 적어 보내면 정부에서는 담당자를 직접 학교로 보내 해당 학생을 관찰한다. 교사와 교장도 면담하고, 도우미 교사의 배정이나 물리적 시설에 대한 지원 여부 등을 최종 판단한다.

만약 도우미 교사가 배정되지 않았는데 장애학생이 주위 학생들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할 만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과도하게 수업에 방해가 될 경우엔 즉시 교장이나 교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대부분 교장이 참석해서 도움을 준다."

"장애 학생이 문제라고? 온당치 못한 생각"

- 장애학생과 같은 반에 배정되었을 때, 비장애 학생 부모들의 불만은 없는가?
"먼저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다. 선천적 장애를 지니지 않고 태어난 학생들 중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행동적인 또는 정서적인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다. 장애를 지닌 학생이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생각 자체가 온당하지 못하다.

아직 부모들에게서 그런 직접적인 불만을 받아본 적은 없다. 2~3년 간 같은 반이었으니 한해 정도는 다른 반에 배정됐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아봤다. 그런 경우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고, 학교 측에서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내 아이를 같은 반에 두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학교 측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 대화를 듣다 보니, 통합교육에 대한 이해가 높은 듯하다. 호주의 교사들은 통합교육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받는가? 
"빅토리아주(멜버른이 속한 주)의 교사들은 해마다 특별한 요구(special needs)를 가진 학생들의 이해와 교육에 대한 연수를 받는다. 해당 아이들마다 도움을 원하는 부분이 다르고, 전 학년에 이런 요구가 필요한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아주 중요하고 실용적인 교육이다. 학교 내부에서도 수시로 미팅이 일어난다. 사안 별로 놓고 교실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어떤 성취를 이루어 내고 있는지 의견을 교환한다."

- Secondary(한국의 중,고등학교)도 시스템이 비슷한가?
"초등학교에서만 근무해서 자세히 알진 못한다. 제도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과목과 교사도 많아지고, 본인들이 원하는 과목을 신청해서 교실을 찾아다니며 공부해야 한다. 초등처럼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호주도 미흡한 점들이 많은데 정부가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안타깝지만, 완벽한 방법이나 완벽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교사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장애학생을 포함한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뿐이다."

- 불편한 질문일 수 있다. 교사들이 장애 학생의 담임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는가?
"학년말 반 편성을 할 때 몇 주가 걸린다. 사회성 발달, 정서적 발달, 학업 성취도, 다문화 국가이다 보니 문화적인 고려와 영어의 유창성 정도도 고려해야 한다. 전 교사가 모여 팀별(학년별)로 작업한 후, 각 교사의 강점에 맞게 해당 반을 배정한다. 팀리더들이 가장 먼저 장애학생이 포함된 반을 맡는 경우가 많다. 교사는 학생을 거부할 권리가 없고, 우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우리 가족은 더 열심히 '현재'를 살게 됐다. 누구든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교사가 적극 개입할 것이고, 학교는 아이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고, 사회는 아이를 혐오하지 않는다는 믿음 덕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태그:#호주 , #멜버른, #특수학급, #통합교육, #호주 교사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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