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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트럼프 정책의 무게중심이 군사개입에서 외교압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미국의 국무부나 정보기관, 전문가, 의회 등 전통적인 정책결정론자들은 트럼프가 만지작거리는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에 반대하면서 최고 수준의 외교적 압박을 주장해왔다.

여기에는 중국 역할의 증대, 테러지원국의 재지정, 새로운 제재 명분으로서 북한의 인권탄압 부각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여론은 전부터 있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어 국무부가 주저하였다. 그런데 장성택 처형방식에 대한 논란, 김정남 피살 방식, 웸비어 사망으로 인한 여론 악화 등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힘을 실어주었다. 물론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제재를 거의 동원하여 이러한 조치는 실효성이 별로 없으나 국내외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교적 실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화염'이나 '북한 완전 파괴' 등의 발언으로 미국의 주류층들은 트럼프의 예방전쟁, 혹은 북한의 영토에 근접하여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는 정당방어 전쟁을 경계해왔다. 이러한 여론의 고조로 인해 결국 상원은 트럼프의 전쟁수행권한, 핵전쟁 권한을 제한하려는 입법조치를 검토하기 시작하였고, 상원외교위원회는 10월 30일 국무부장관과 국방부장관을 불러 대통령의 전쟁수행권한을 제한하려는 청문회를, 11월 14일에는 트럼프의 핵전쟁 권한을 제한하려는 청문회를 열었다. 이 청문회에서 상원의원들은 '북한 완전 파괴'는 핵전쟁을 상정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전쟁정책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하였다.

둘째,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북한을 외교적으로 굴복시키려는 미국, 중국, 한국 등의 공조가 아직까지 별로 실효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 한국의 외교방안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첫째로 '북의 실험과 한미군사훈련'을 호혜적으로 중단한다는 대화의 최소조건을 미국이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둘째로 북한 역시 그러한 조건에서 핵무력을 완성할 때까지 대화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셋째, 북한은 미국이 조성하는 긴장 국면을 활용하여 군사적 충돌이 유발되지 않는 조건에서 핵무력을 완성하는 조치를 한 후 적극적인 대화공세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략은 전쟁 발생의 위험을 회피하면서도 전쟁 공포의 여론을 조성하여 미국으로 하여금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본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이러한 전략에 따라 시기와 방식을 조정해오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이 북한 영토에 근접하더라도 직접적인 위협이 없는 한 무력대응을 자제하여 의도하지 않은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자 하였다.

트럼프는 이번 순방에서 한반도 근해에 항공모함을 3척이나 동원하였는데, 이는 트럼프의 순방 중 북한이 군사적 실험을 할 경우 트럼프가 군사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외교적 외통수에 빠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이에 관한 메시지를 북한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북한은 미국이 군사적 대응조치를 한 조건에서는 군사적 실험을 회피하여왔다. 이러한 전술은 약자는 항상 강자의 허를 찌르는 방식으로 대결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게릴라 전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핵무력의 완성을 위해 추가적인 군사적 실험이 필요한 북한에게 좋은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서 추가적인 실험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군사적 조치는 항상 체제선전의 효과와 맞물려 있다. 북한이 국치일에 일본 상공으로 미사일을 쏘거나, 미국의 독립기념일 혹은 추수감사절에 군사적 실험을 하는 것도 이러한 의도 때문이다. 며칠 안남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에 북한이 외교목표와 체제선전을 극대화하려는 군사적 실험을 할지 눈여겨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립니다.



태그:#북한핵무기, #테러지원국, #트럼프,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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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에서 12년간 기관지위원회와 정책연구소에서 일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연방제 통일과 새로운 공화국』, 『미국은 살아남을까』, 『코리아를 흔든 100년의 국제정세』, 『 마르크스의 실천과 이론』 등의 저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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