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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연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세월호 팩트리포트'를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팩트리포트⑥] 조작된 '대통령 최초 보고' 시각 세월호 침몰 시작 시각도 수상하다

세월호 참사를 개념적으로 ① 침몰, ② 구조, ③ 은폐 및 조작의 세 단계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단 선박이 침몰하고, 그 다음에 선원이나 국가의 구조의무가 발생하고, 참사 이후 국가의 은폐 및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것은 시간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타당한 단계 구분으로 보인다.

우선 세월호는 정확한 시간도 모르고, 원인도 모르겠지만 일단 2014년 4월 16일 오전에 기울었고(tilt), 전복되면서(capsize), 물속에 가라앉았다(submerge). 첫 번째 '침몰'의 단계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박근혜 청와대에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화시키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문건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되기도 하였고, 참사 당일 대통령에 대한 최초 보고 시각을 9시 30분에서 10시로 조작하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처럼 무수히 많은 은폐와 조작의 증거들이 드러나고 있기에, 세 번째 '은폐 및 조작'의 단계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두 번째 단계인 '구조' 부분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개념적으로 '구조'단계라고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구조행위'가 과연 존재하였을까? 이 문제를 한 번 살펴보고자 한다.

세월호 미수습자 운구행렬이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시신 없는' 입관식을 마친 후 세월호 선체를 지나 서울과 안산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 세월호 떠나는 미수습자 운구행렬 세월호 미수습자 운구행렬이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시신 없는' 입관식을 마친 후 세월호 선체를 지나 서울과 안산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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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의 '구조행위'는 존재하는가?

■ 신고
먼저 선원이 마땅히 취했어야 할 구조행위에 대해서 살펴보자. 선박이 기울고 침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원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국가기관에 신고하는 것이다. 세월호 선원들의 '신고행위'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월호에서 최초로 신고한 사람은 선원이 아니라 단원고 학생이었고(8시 52분), 선원 차원에서의 최초 신고는 해경도 아니고, 관할인 진도VTS도 아닌 제주VTS(8시 55분)에 했다. 이 제주VTS와의 교신은 제주VTS측 요청으로 채널을 바꾸어서 진행했는데 채널변경 이후의 교신 내용은 녹음되지 않았다.

또 선원이 해경에게 신고한 것은 선장이 있는 조타실의 선원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무부 직원이 자기 핸드폰으로 122로 신고를 한 것이었다(8시 58분). 이외에 선원 또는 선사에서 국정원에 신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 역시 존재한다. 정리하면 선원이 신고를 하기는 했지만 많은 의혹이 존재하는 것이다.

■ 승객 구조관련 회의
신고 다음으로 선원은 회의를 해야 한다. 선원 전원 혹은 책임자급만 모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휴대전화나 무전기를 통해서라도 현재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 전체 승객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각자 해야 할 역할을 나눠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에서 이러한 회의는 존재하지 않았다(1기 특조위 조사에서 선사(청해진해운)로부터 대기지시가 내려오고 조타실에 있던 항해사들끼리 일정한 논의를 하여 대기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사실로 확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 출동세력과의 교신
신고를 했으면 현장으로 출동하는 해경과 교신을 해야 한다. 자신들을 구조하러 오는 이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현재 위치는 어디인지, 도착 예정시간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그에 맞게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해경이 아무런 정보 없이 현장에 도착하게 된다면 와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할 수 있기 때문에 해경이 도착하기 전에 세월호의 현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해경으로부터 일정한 지시를 받아 행동하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선원들은 유일하게 교신을 유지하고 있었던 진도 VTS에게 '해경이 언제 도착하느냐'만 몇 번 질문했을 뿐, 구조세력의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경비정, 헬기, 비행기 등 해경 출동세력과는 단 한 번도 교신하지 않았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선원들만을 전원구조한다. 갑판부와 기관부 선원들을 100% 구조한 것이다. 해경은 사전에 교신이 없었으나, 선원들의 위치는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을 중점적으로 구조했다.

해경 경비정 P123정에서 출발한 고무보트는 길이 146m의 세월호에서 정확히 기관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을 찾아내어 그들을 구조한다(09:38:45경).
 해경 경비정 P123정에서 출발한 고무보트는 길이 146m의 세월호에서 정확히 기관실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을 찾아내어 그들을 구조한다(09:38:45경).
ⓒ 해경 채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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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피갑판으로 승객 이동/잔류인원 확인
다음은 승객을 대피갑판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선박이 계속해서 기울고 있는 상황이므로 결국은 승객들을 퇴선시켜야 했다. 그렇다면 승객들이 퇴선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세월호 비상대피계획에 따르면 3층 좌현과 4층 좌우현이 승객이 대피하는 장소인데, 당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므로 4층 우현은 선택지가 되기 힘들었다.

따라서 3층 좌현, 4층 좌현, 그리고 판단에 따라 5층 좌현이나 옥상 등에 승객들을 대기시켰어야 한다. 승객들을 이 위치로 이동시키기 위해선 방송도 해야 하고 선원들이 직접 안내도 해야 했다. 노약자나 부상자의 경우에는 이동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원들은 모든 선실을 돌아다니며 잔류인원이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승객을 대기갑판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있었을 뿐.

■ 구명뗏목과 슈터 투하
다음으로 선원들은 구명뗏목과 슈터를 투하했어야 했다. 당시 세월호에는 25인승 팽창식 구명뗏목이 44개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구명뗏목의 일부는 정비불량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후적으로 밝혀진 것이고 당시 상황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구명뗏목을 터트리려고 노력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슈터는 승객이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뛰어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강하식 탑승장치를 말한다. 세월호에는 튜브 모양으로 펼쳐지는 슈터가 4개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선원들은 구명뗏목과 슈터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 승객에 대한 퇴선명령
끝으로 승객에 대한 퇴선명령이다. 전 국민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세월호에서 그 어떠한 형태로든 퇴선명령은 존재하지 않았다. 선내 방송은 5층 조타실, 지하1층 기관실, 3층 안내데스크, 모든 선원들의 선실, 심지어 편의점 등에서도 가능했지만 그 누구도 퇴선 방송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선원의 구조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사실상 선원의 구조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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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 위의 표이다. 의혹으로 가득 찬 신고행위 하나가 있을 뿐 그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 신고는 일반 승객들도 수 십 차례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선원에게 구조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해경은 어떠한가?

해경의 '구조행위'는 존재하는가?

■ 가용세력의 출동
이제 해경의 차례이다. 선박이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으니 첫 번째로 해야할 일은 당연히 가용세력을 현장으로 출동시키는 것이다. 당시에 해경 초계기 CN-235(B703), 헬기 3대, 경비정 P123정이 세월호 현장으로 출동하여 소위 골든타임 안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들은 이동과정에서도, 현장에 도착해서도 세월호와 단 한 번도 교신을 하지 않았다. 가서 한 일이라고는 선원을 구조한 것과 당시 상황을 채증(촬영)하는 것, 그리고 자력으로 탈출한 승객을 배나 헬기에 올려 태우는 것뿐이었다. 따라서 현장으로 출동한 이 세력들을 '구조세력'이라고 부르기는 힘들고 '출동세력' 또는 '채증세력'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센터)의 교신 유지
선박이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관련 국가기관들은 당연히 그 선박과 교신을 유지해야 한다. 선박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그 상황에 따라 일정한 구조계획을 수립하고 선박에 일정한 지시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세월호와 교신을 유지한 국가기관은 진도VTS 단 한 곳뿐이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에 발생했다. 지구 반대편과도 얼마든지 통화가 가능한 세상에서 정작 세월호 구조에 책임이 있는 해경 상황실은 세월호와 교신하지 않았다.

■ 해경 상황실의 세월호와의 교신
목포해경 상황실이든, 서해청 상황실이든 해경 본청 상황실이든 세월호 구조에 책임이 있는 해경 상황실은 그 어느 단위도 세월호와 단 한 번도 교신을 하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당시는 2014년이었다. 해경 본청이 있는 인천에서도 세월호의 선원과 얼마든지 통화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실제 인천의 청해진해운 본사는 여러 명의 세월호 선원과 수차례 통화를 하였다.

특히 자기 관할이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에 가장 책임이 있는 목포해경 상황실도 세월호와 단 한 번도 교신을 하지 않았고, 목포해양경찰서의 수장인 목포해양경찰서장이 당시 탑승하고 있던 3009함은 세월호와 교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목포해경 상황실의 한 해경은 진도VTS가 교신을 하고 있어서 특별히 따로 교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 현장 출동세력의 세월호와의 교신
현장으로 출동한 해경 초계기, 헬기, 경비정은 모두 이동과정에 세월호와 단 한 번도 교신을 하지 않는다. 세월호의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하면 일정한 지시도 내리는 등의 행위는 너무도 당연한 행위이지만 그들은 하지 않았다. 덧붙여 해경 출동세력은 상황실에 세월호의 상황을 문의하지도 않았다. 

■ 지휘부의 구조계획 수립
세월호 참사에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구조계획'이다. 476명의 승객이 탑승한 여객선이 침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선원들은 무엇을 하고, 해경은 무엇을 하고, 또 해경이 이동하는 동안은 무엇을 하고, 도착 이후에는 무엇을 하는지 등의 구조계획을 수립하고, 시간대별로 잘 이행이 되고 있는지 확인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 현장 도착 이후 세월호와의 교신
현장으로 이동과정에 세월호와 교신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장에 도착해서는 세월호와 교신해서 자신들의 도착을 알리고 현재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부터 해야할 일을 논의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상식은 항상 배신당한다.

■ 해경의 세월호 선내 진입/해경의 세월호 선내 상황파악
해경은 세월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세월호 안으로 들어가 선원이든 승객이든 만나서 세월호의 상황을 듣고 일정한 지시를 내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해경은 세월호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세월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혹시 무섭거나 혹은 귀찮았다면 세월호 조타실과의 교신을 통해서 세월호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도 있었다. 그것도 싫으면 그냥 세월호에서 나온 사람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된다. 그런데 그런 과정도 보이지 않는다.

■ 해경의 퇴선명령
역시 전 국민이 알고 있듯이 현장으로 출동한 해경은 그 누구도 퇴선명령을 하지 않았다. 해경이 퇴선명령을 할 수 있었던 수많은 방법들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세월호 안으로 한 번 들어가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 학생의 카카오톡 메시지 하나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 지금 방안에 살아있어요. 지금 구조 중인데 저희 학교 학생 말고 다른 승객들부터 구하나봐요"(오전 10시 7분). 당시 학생들은 해경이 도착한 것도 알고 있었고 해경이 나오라고 이야기하는 것만을 기다리다가 결국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해경의 행태를 정리한 것이 위의 표이다. 해경은 상식적으로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해경의 행태를 정리한 것이 위의 표이다. 해경은 상식적으로 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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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해경의 행태를 정리한 것이 위의 표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이 한 일은 일부세력이 현장으로 출동한 것과 진도VTS가 교신한 것이 전부이다. 그 외에 상식적으로 했어야 할 일들 모두를 그들은 하지 않았다. 앞서 선원과 마찬가지로 해경에게서도 출동과 일부의 교신을 빼면 사실상 구조행위는 발견되지 않는다.

왜 구조하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본 것처럼 세월호 참사에서 '구조'단계라고 개념적으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구조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는 서두에서 이야기했던 ① 침몰, ② 구조, ③ 은폐 및 조작이 아니라 ① 침몰, ② 출동 및 채증, ③ 은폐 및 조작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타당한 방식일 것이다. 

선원이든 해경이든 승객 구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한 해경은 선원만을 구조하였다. 이후 국가는 철저하게 진상을 은폐하고 조작했다. 이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세월호 참사의 본질이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목소리를 내고 뭉쳐서 행동할 때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의 날이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태그:#세월호, #세월호팩트리포트, #구조,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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