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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다섯 명은 결국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차라리 천형이라고 믿고 싶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마지막 세월호 장례식이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는 긴급 기획을 편성해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이들에게 조그마한 용기를 주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후원(좋은 기사 원고료)은 전액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전달됩니다. (후원하기) http://omn.kr/olvf [편집자말]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남현철군의 봉안함 옆엔 그가 좋아했던 기타 모형과 'REMEMBER(리멤버) 0416'이라고 적힌 노란 팔찌, 그리고 친구들이 그의 영정사진을 들고 찍은 '마지막 단체사진'이 놓였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남현철군의 봉안함 옆엔 그가 좋아했던 기타 모형과 'REMEMBER(리멤버) 0416'이라고 적힌 노란 팔찌, 그리고 친구들이 그의 영정사진을 들고 찍은 '마지막 단체사진'이 놓였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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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이잉... 툭.

드릴 소리가 정적을 깼다. 봉안함을 안치하기 위해, 잠긴 봉안소 문을 여는 작업. 이제 정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시간이 왔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1315일. 차가운 드릴 소리가 참으로 매정하게 들렸다. 그래서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또 쏟아졌다.

"여보!"
"아들아!"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가 아내의 봉안함에 얼굴을 묻은 채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씨가 아내의 봉안함에 얼굴을 묻은 채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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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봉안함을 안치한 후 세 미수습자의 합동 제례가 진행됐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봉안함을 안치한 후 세 미수습자의 합동 제례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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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유족들 찾아와 슬픔 나눠


20일 오전 11시 40분, 경기도 평택의 서호추모공원. 양승진 교사의 아들 지웅씨가 아버지의 영정을 든 채 버스에서 내렸다. 양 교사의 아내와 노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부축을 받으며 영정을 뒤따랐다.

아내 유백형씨는 직전 수원연화장에서 화장을 하는 동안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편의 마지막은 꼭 봐야 한다"며 링거도 맞지 않고 간단한 치료 후 다시 서호추모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양 교사에 이어 박영인군의 형이 영인군의 영정을 든 채 봉안소가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외아들이었던 남현철군의 영정은 현철군의 사촌형이 들었다. 오늘 두 아들의 부모는 얼마나 울었을까. 눈의 초점이 흐릴 정도로 그들의 얼굴은 초췌했다.

서호추모공원 내 봉안소가 있는 건물. 이곳은 세 미수습자 외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들이 안치돼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날 안치 현장에는 먼저 자식을 떠나보낸 단원고 유족들이 찾아와 슬픔을 함께 나눴다.

양승진 교사, 그리고 그의 제자 박영인·남현철군의 영정과 봉안함이 건물 로비에 임시로 나란히 놓였다. 봉안함에는 그들이 아꼈던 유품과 단원고의 흙, 그리고 세월호가 침몰해 있던 진도 맹골수도 해저의 흙이 담겼다. 세 미수습자의 봉안함은 차례로 봉안소 150호로 옮겨져 그곳에 나란히 안치됐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양승진 교사의 영정을 아들 지웅씨가 든 채 봉안소 건물로 들어오고 있다. 뒤편에서 아내 유백형씨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휘청이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양승진 교사의 영정을 아들 지웅씨가 든 채 봉안소 건물로 들어오고 있다. 뒤편에서 아내 유백형씨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휘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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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양승진 교사의 남매가 아버지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 딸 지혜씨가 눈물을 흘리자 동생 지웅씨가 어깨를 감싸며 위로하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양승진 교사의 남매가 아버지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있다. 딸 지혜씨가 눈물을 흘리자 동생 지웅씨가 어깨를 감싸며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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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양 교사의 봉안함이 봉안소 150호에 들어섰다. 봉안소 문이 열리고 봉안함이 그곳에 놓였다. 말없이 지켜보던 가족들... 하지만 이내 노모의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아이고... 승진아!"

그 소리에 양 교사의 딸 지혜씨도 울컥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아내는 봉안함에 얼굴을 기댄 채 "여보, 잘 계세요"라고 짧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노모는 봉안함을 어루만지며 "승진아, 다시 만나자"라고 되뇌었다.

"이제 네가 운명의 길을 가는구나. 승진아, 잘 있어. 엄마가 너랑 언젠가 만나는 날이 있을 거야.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엄마를 기다리고 있어라. 이제는 모든 걸 다 잊고, 아휴... 다 버리고 좋은 곳으로 가라 승진아."

할머니에 이어 마지막으로 남매의 인사. 누나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펑펑 쏟아냈고, 동생은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누나의 어깨를 꼭 감쌌다.

굳건했던 큰아들마저 "엉엉" 울고 말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박영인군의 영정과 봉안함을 따라, 가족들이 봉안소 150호로 걸어가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박영인군의 영정과 봉안함을 따라, 가족들이 봉안소 150호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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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봉안소에 안치되기 전, 봉안소 건물에 세 미수습자의 영장과 봉안함이 임시로 놓여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봉안소에 안치되기 전, 봉안소 건물에 세 미수습자의 영장과 봉안함이 임시로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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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영인군의 봉안함이 봉안소 150호에 들어섰다.

"후우... 후우..."

엄마는 턱 막힌 가슴을 애써 쓸어내리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봉안함이 봉안소 안에 놓이자 엄마의 몸이 휘청거렸다. 두 눈을 감은 채 하늘을 향한 얼굴. 남편과 큰아들이 엄마를 부축했다. 엄마의 목소리가 턱 막힌 가슴을 뚫고 나왔다.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언제든지 올 거니까..."

엄마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장례 내내 굳건한 모습을 보였던 큰아들이 동생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다. 봉안함을 꽉 움켜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형. 결국 그도 무너지고 말았다.

"으허... 흐흐흑..."

봉안함에 얼굴을 묻은 형의 "엉엉" 우는 소리에 주변이 눈물바다가 됐다. 지켜보던 엄마가 큰아들의 팔을 끌어 당겼다.

"아이고, 우리 아들..."
"엄마, 영인이 못 가면 어떡해..."
"아니야, 아니야, 걱정 마. 우리 영인이 잘 가고 있을 거야. 잘 가고 있을 거야..."

엄마, 아빠, 큰아들. 그렇게 남겨진 세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남현철군의 영정과 봉안함이 봉안소 건물로 들어오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남현철군의 영정과 봉안함이 봉안소 건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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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남현철군의 영장과 봉안함이 봉안소 150호로 들어가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남현철군의 영장과 봉안함이 봉안소 150호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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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현철군의 봉안함이 봉안소 150호에 들어섰다. 부모는 말 대신 천천히 다가가 아들이 좋아했던 기타 모형을 봉안함 앞에 놓았다. 'REMEMBER(리멤버) 0416'이라고 적힌 노란 팔찌도 봉안함 오른편에 놓였다.

이제는 대학생이 된 현철군의 친구들은 기타 모형 앞에 사진 한 장을 내려놨다. 현철군의 영정사진을 들고 찍은 '친구들의 마지막 단체사진'이었다. 사진 속 현철군만 교복을 입고 있었다. 황망한 표정의 친구들은 여전히 현철군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나란히 안치됐다. 나머지 미수습자 권재근·권혁규 부자의 봉안함은 같은 시간 인천 가족공원에 안치됐다.

양승진, 남현철, 박영인, 권재근, 권혁규.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인. 부디 그곳에선 영면하길... 가족들이 떠난 서호추모공원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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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가족들이 떠난 후, 서호추모공원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렸다.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의 봉안함이 20일 경기도 평택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가족들이 떠난 후, 서호추모공원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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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미수습자, #안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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