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쾌속질주가 멈춤을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 올 시즌 리그 개막 전부터 바르셀로나를 뒤덮었던 우울했던 전망들은 기우에 불과했다. 예상 외의 퍼포먼스로 바르셀로나는 다시 한 번 위용을 뽐내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0시 15분(이후 모두 한국시간) 레가네스 에스타디오 무니시팔 부타르케에서 열린 2017-18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12라운드 CD 레네가스와 FC바르셀로나(아래 바르사)의 경기에서 바르사가 루이스 수아레즈의 멀티골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레네가스전 승리로 바르사는 리그 12경기에서 무려 승점 34점을 쓸어담게 됐다. 8라운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원정 경기 무승부만 제외하면 완벽한 승점 관리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경기 3승 1무의 성적으로 조 1위에 위치 중이다.

바르사의 이러한 쾌속행보는 상당한 반전이다. 바르셀로나와 같은 거대 클럽을 걱정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고 많은 이들이 말하고는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바르사에게 던져진 물음표는 충분히 합당했다. 차기 에이스 네이마르를 파리 생제르망에게 내줬고, 보강이 절실했던 허리와 수비 라인의 영입은 팬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웠다. 그러나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신임 감독은 현재까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누캄프의 왕' 메시

그렇다. 네이마르라는 치명적인 무기가 바르셀로나 땅에서 떠났어도 바르사에게는 더욱 완벽한 공격 수단이 존재했다. 주인공은 지난 10년 간 누캄프(바르사 홈구장) 왕으로 군림 중인 리오넬 메시다. 1987년 생으로 이제 만 30세의 나이로 접어든 메시는 항간의 우려를 딛고 여전히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올 시즌에도 보여주고 있다.

발베르데 감독의 메시 활용법이 적중했다. 전 감독 루이스 엔리케가 메시를 측면으로 보내 승리를 챙긴 반면 발베르데는 메시를 다시 중앙으로 위치시켜 반전을 일궈냈다. 사실 지난 시즌부터 메시의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는 시작됐다. 네이마르의 이탈이 그 속도와 정도를 가속화 시켰을 뿐이다.

 스페인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파코

스페인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파코 ⓒ EPA/연합뉴스


수아레즈의 득점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메시의 중앙 지향적 플레이의 원인으로 꼽힌다. 메시를 측면보다는 중앙에 위치시켜 보다 득점에 집중시키겠다는 의도다. 이 묘안은 적중했다. 리그 12경기에 출장한 메시는 12골로 라리가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2경기 세비야FC와 레네가스전에서는 침묵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남다른 영향력으로 공격의 중심에 섰다.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발휘되는 메시 특유의 '에이스' 기질도 올 시즌 전망을 밝게 한다. 메시의 등장 이후 바르사는 실패보다는 성공을 더 많이 거둔 클럽이지만, 종종 실패를 맛봤다. 스페인 국왕컵 트로피 하나를 얻는데 그친 지난 시즌도 사실상 실패한 시즌으로 평가받는다. 실패로 규정되는 시즌 직후 바르사를 구원한 선수는 언제나 메시였다. 2007-2008 시즌 무관에 그쳤던 바르사는 다음 시즌 발롱도르 수상자가 된 메시의 활약 아래 전무후무한 6관왕을 이뤄냈다. 또 한 번 무관에 머물렀던 2013-2014 시즌 직후인 2014-2015 시즌에도 메시의 환상적인 플레이로 바르사는 사상 최초로 '한 클럽 두 번째 트레블'이란 역사를 썼다.

10라운드까지는 메시 홀로 외롭게 득점을 신고하는 형국이었지만, 메시가 침묵한 지난 두 경기에서 파코 알카세르와 수아레즈가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서브 공격수 헤라르드 데울로페우도 좋은 폼을 유지 중이다. '신성' 오스만 뎀벨레의 올해 말 복귀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동료의 적절한 지원만 있으면 메시의 발끝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활력을 되찾은 중원과 '철벽' 슈테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메시의 활약은 의심할 수 없는 바르사 공격의 절대적 상수다. 반면 바르사의 영광을 이끌었던 사비 에르난데스의 노쇠화 이후에 바르사 중원의 경기력에는 기복이 있었다. 지난 시즌은 중원의 기세가 밑으로 항했던 시즌이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왕왕 실수를 범했다. 허리 라인에서 엔진 역할을 했던 이반 라키티치는 바르사 입단 이후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대체자들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원에 대대적인 보강이 필요했지만 바르사는 중국 무대에서 뛰던 브라질 미드필더 파울리뉴를 영입하는데 그쳤다. 유럽의 빅클럽이 아닌 아시아 클럽에서 뛰던 선수를 택한 바르사의 선택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놀랍게도 파울리뉴가 경기에 나서기 시작하자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전형적인 브라질 선수와 다르게 힘과 신체적인 능력이 주무기인 파울리뉴의 가세는 무기력했던 바르사 중원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지닌 파울리뉴는 어느 경기에서든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찬스에서 득점을 만드는 능력은 덤이다.

파울리뉴의 가세로 바르사의 중원은 숨이 트였다. 노장 이니에스타가 매 경기 풀타임으로 활약할 필요가 없어졌고, 지난 시즌 체력적으로 과부하가 걸렸던 라키티치도 에너지를 찾았다. 중원의 밀도가 개선되니 수비 라인도 덩달아 힘을 받고 있다. 허리 라인에 단단함 덕에 수비 라인이 직접 상대 공격수를 상대하는 장면이 줄어든 바르사다.

회복된 중원의 힘은 왼쪽 풀백 호르디 알바의 부활도 이끌어냈다. 지난 시즌 중원의 헐거움 때문에 알바는 마음 놓고 공격에 나서지 못했다. 부상과 바르사의 쓰리백 전환이 겹치면서 한 때 후보로 밀려나기도 했다. 수비에 부담을 던 올 시즌은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찾았다. 폭발적인 속도와 침투에 이은 크로스로 리그 10경기에 출장해 4도움을 신고했다. 네이마르는 이탈했지만 알바의 부활로 바르사의 왼쪽 측면 공격은 여전히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힘을 되찾은 중원과 헤라르드 피케를 중심으로 한 포백이 바르사 '짠물수비'의 핵심이지만, 수비 라인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는 따로 있다. 올 시즌 바르사 유니폼을 입고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테어 슈테켄이다. 독일 무대부터 인정받아온 정밀한 발 기술로 바르사에 입성한 슈테켄은 매 시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클라우디오 브라보의 이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슈테켄은 이번 시즌 연일 놀라운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총 16경기에 나선 슈테켄은 단 5개의 실점을 허용했다. 클린시트에 성공한 경기는 11경기에 달한다. 단단한 수비가 슈테켄의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매 경기 다득점을 원하는 바르사의 특성과 높은 수비 라인 때문에 경기마다 슈테켄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맞이해 왔다.

위기에 순간마다 슈테켄은 침착하게 본인의 반사신경으로 공을 막아냈다. 특히 상대 공격수와 일대일 승부에서 방어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바르사의 후방 지역으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의 결정타 대부분은 슈테켄의 방어범위를 넘지 못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장기간 부상으로 고생하는 마누엘 노이어 대신 경기에 나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천하의 노이어도 독일 대표팀 주전 골키퍼 주전 자리를 이제 보장받을 수 없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슈테켄의 성장세는 무섭다.

새로운 선장의 지휘 아래 순항하고 있는 바르사에게 이번주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목요일 새벽 지난 시즌 바르사에게 굴욕을 선사한 유벤투스와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원정을 떠난다. 다가오는 월요일 새벽에는 라리가 2위로 바르사를 맹추격 중인 발렌시아CF와 리그에서 격돌한다. 발렌시아와 경기도 원정 경기여서 바르사에게는 지옥의 2연전이다. 발렌시아전에는 경고 누적으로 피케가 출전이 불가하다. 바르사가 과연 지금까지 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원동력으로 다가올 2연전을 돌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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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메시 파울리뉴 슈테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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