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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교육계 안팎이 학생인권조례 제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조례 제정을 재추진하자 경남교총과 기독교 등 단체들이 '반대'하고, 학부모·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경남교육연대는 '학생인권조례 반대를 반대한다'고 맞섰다.

최근 경남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경남학생인권조례는 2008년부터 몇 차례 추진되었지만 아직 제정이 되지 않고 있다.

2012년 시민사회진영에서 3만 7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 됐지만, 당시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반대하고 보수 정당이 절대 다수인 경남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경남교총 "교육계 혼란만 부추긴다"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경상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심광보)는 9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은 교육계의 혼란만 부추긴다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경남교총은 "사람의 인권은 최상위 법인 헌법에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고, 초중등교육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및 다수의 판례를 통해 보장된 권리임에도 새롭게 학생인권조례를 운운하는 것은 경남교육 수장으로서 교육 현장을 제대로 파악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위"라고 했다.

또 경남교총은 "조례 제정이 학생인권 보장의 목적이라면 현행 법규를 적용하면 실현될 일이며, 마치 조례가 없어서 학생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거나 조례가 제정되면 학생인권이 보장된다는 식의 시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경남교총은 "학생인권조례는 정치적 선명성과 대중 영합적 정책이 빚어낸 균형감이 상실된 '기형적 조례'로서 우리 교육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건강과가정을위한학부모연합, 건강한사회를위한국민연대, 경남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경남기독교총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 경남연합'은 지난 17일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했다.

경남연합은 "경남도교육청과 박종훈 교육감은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체결한 업무협약(MOU)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 경남연합’은 11월 17일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 경남연합’은 11월 17일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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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교육연대 "학생인권조례 반대에 반대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요구도 있다. 교수노조,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어린이책시민연대,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경남교육연대는 20일 낸 자료를 통해 "학생인권조례 반대에 반대한다"고 했다.

경남교육연대는 "학교엔 학생들을 위한 헌법이 없다. 학생들을 위한 초중등교육법도 없고, 국가인권위원회법도 없다.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헌법은 이른 아침 교문 앞, 잠도 덜 깬 채 등교하는 학생의 발걸음을 따라오지 못한다"며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초중등교육법도 아침부터 강제되는 영어듣기 방송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조례를 제정하면 학생인권이 보장되고, 조례가 없으면 보장되지 않는 가치가 아니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말이 왜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할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학생인권보장을 원한다면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학생인권의 보장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학생인권조례 제정은 학생들에게 더 가까운 곳에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장치가 하나 더 만드는 일이니 당연히 환영해야 한다"며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것은 결국 학생인권보장을 반대하는 것과 다른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남교육연대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학교가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지 학생인권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며 "학교에서는 늘 반인권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과 학생생활지도가 문제였지 학생인권이 문제였던 적은 없다"고 했다.

또 이들은 "단위학교에서의 자율성의 주체는 누구인지도 묻고 싶다. 설마 교장이나 교감, 재단 이사장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그 주체에 학생을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헌법 위반이고, 초중등교육법 위반이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이다. 인권에 기초하지 않은 자율성은 없다"고 했다.

이들은 "제발 학교의 많은 문제를 단위학교 구성원들의 의사에 따라 다양하게 결정하자. 그렇게 하자는 게 학생인권조례다. 그게 학교자율화이며 학교자치이다"고 강조했다.

박종훈 교육감 "기득권과 땅따먹기가 아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경남교총이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문제를 교원과 학생의 이해관계로만 바라보지 마라. 이것은 기득권과 땅따먹기가 아니다"고 했다.

박 교육감은 교총에 대해, "'아이들아 미안하다. 미처 챙기지 못해서'라고 해야 맞지 않나요? 교사가 인격적 기본권을 가지고 아이들과 서로 다투어야 하나요?"라며 "교원단체가 학생 인권을 반대하는 것은 넌센스"라 했다.

박 교육감은 "교권과 학생 인권은 상호 배치되지 않는다"며 "만약에 배치된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이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제가 생각하는 학생인권조례는 인권친화적 학교문화조성 조례"라 했다.

또 박 교육감은 "지금 선생님들이 참 힘이 들고, 일도 일이지만 자존감에 크게 상처를 받는 사례가 빈번한 것을 저도 잘 안다"며 "그래서 더더욱 학교가 인권 친화적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교권이 학생 인권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박종훈 교육감, #경남교육연대, #경남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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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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