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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다섯 명은 결국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차라리 천형이라고 믿고 싶은"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마지막 세월호 장례식이 치러집니다.
<오마이뉴스>는 긴급 기획을 편성해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리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이들에게 조그마한 용기를 주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후원(좋은 기사 원고료)은 전액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전달됩니다. (후원하기) http://omn.kr/olvf [편집자말]
발인을 마친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양승진 선생님 가족들이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를 방문을 마치고 단원고 운동장 흙이 담기 주머니를 들고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여보 못찾아서 미안해요"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양승진 선생님 발인이 엄수되자 부인 유백형씨가 오열하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박영인군의 가족들이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박군의 발인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남현철군의 가족들이 영정을 안고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아들의 발인에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5시. 경기도 안산시 안산제일장례식 장 앞에 영구차 세 대가 섰다.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박영인군의 엄마는 빈소에서 아빠의 양복 재킷을 챙겼다. "국에 밥 말아서 한 술만 뜨자"며 영인이 아빠가 엄마와 영인이의 형을 챙겼다. 엄마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영인이의 발인을 앞두고 가족은 아무 말 없이 소고기뭇국에 밥을 말아 먹었다.

남현철군의 아빠 남경원씨는 아들을 떠나보내기 전 빈소에 마지막 향을 켰다. 평소 다니던 교회에서 찾아와 마지막 기도를 했다.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길이 살겠네."

가족과 교인들과 함께 하는 예배. 끝내 남군의 엄마·아빠는 입을 떼지 못했다.

"이렇게 가면 안 돼요. 당신, 내가 못 찾아줘서 정말 미안해요."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아내가 운구 앞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딸은 무너진 엄마를 지탱하며 손을 꼭 쥐었다. 아빠의 영정사진을 든 아들은 입을 꽉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뼈 한 조각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3년 7개월을 기다린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세 가족이 발인을 마쳤다. 버스와 운구차 행렬이 단원고로 향했다. 이후 안산시청을 거쳐 수원연화장으로 이동, 시신 없는 관을 화장하고 평택서호공원에 안치한다.

팔 걷어부친 단원고 2학년 6반 엄마·아빠들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선생님의 발인을 앞두고 가족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남현철군의 발인을 앞두고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이희훈
단원고 2학년 6반 엄마·아빠들이 19일 남현철·박영인군의 장례식장에 모였다. 이들은 조문객을 안내하고 상을 차리며 자리를 지켰다. 고 권순범, 이태민 학생의 엄마인 최지영씨와 문연옥씨 등 몇 명은 17일 목포에서 치러진 미수습자 합동 추모식도 다녀왔다.

"어쩌다 우리 반 아이들 둘이나… 나오긴 할 거로 생각했지. 이렇게 안 나올 줄은 몰랐지."
"뭘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슬퍼요. 여기 와서 이렇게 함께하는 거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서, 그래서 왔어요."

마주 앉은 최씨와 문씨가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오전 장례식장을 찾은 문씨는 오후 11시가 넘어서도 자리를 지켰다. 최씨는 발인까지 함께한다며 빈소에 머물렀다.

아빠는 밥을 제때 뜨지 못했다. 20일 자정이 되어서야 남현철군의 아버지 남경원씨가 밥을 입에 넣었다. 2분단 맨 뒷자리, 현철군과 나란히 앉았던 김승환군의 엄마 김은숙씨가 "찬찬히 한 술만 떠"라며 반찬을 챙겼다. 남씨는 "현철이를 보내야 할 시간이 가는 게 1분 1초가 아깝다"라며 오전 3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수많은 미안함들, 후회들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발인이 엄수되는 동안 남현철군의 부모 남경원, 박상미씨가 손을 잡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양승진 선생님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 이희훈
한아무개씨는 19일 오후 9시경 양손에 떡볶이를 들고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빈소를 찾았다. 한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아빠는 심근경색으로 엄마도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라며 "이를 알았던 양승진 선생님이 매일 '수업 끝나고 남으라'며 떡볶이를 사주셨다"라고 말했다. 떡볶이와 튀김, 단무지가 고인의 빈소에 놓였다. 한씨는 붉어진 눈으로 "죄송해요, 오늘에야 찾아와 죄송해요"라고 중얼거렸다.

"3월 1일이 현철이 생일이었거든요. 2014년 3월 1일에 현철이와 친구들 7명이 모여서 노래방, PC방에 들렀다 닭갈비를 먹으러 갔어요. 현철이가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고 했는데, 남자끼리 무슨 사진이냐고 싫다고 했거든요. 그게 마지막이었는데… 너무 미안해요. 후회돼요."

남군의 중학교 동창인 송형석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또 다른 동창 전효상씨는 "안산에 또래가 사라졌어요"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 길을 가다가 우연이라도 동창을 만나기 어려워졌어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남군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다며 이날 밤, 장례식장을 지켰다.

20일 오전 6시, 두 친구가 남군의 영정사진 뒤를 쫓았다.

발인을 마친 세월호 단원고 미수습자 운구차량이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 방문을 마치고 교정을 빠져나가고 있다. ⓒ 이희훈
<오마이뉴스>는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을 위한 긴급캠페인(http://omn.kr/olvf)을 벌이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후원(좋은 기사 원고료)은 전액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전달된다.
태그:#미수습자,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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