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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일이 떠올라 병문안 가보았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김성종(41) 조합원 병원 위문 가보다.
17.11.19 17:34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난 17일 금요일 현대차 정문앞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가 다양합니다. ⓒ 변창기

지난 11월 16일(목) 오후 퇴근시간 이었습니다. 울산 현대자동차 일터에서 사내버스를 타고 퇴근하면서 본관앞을 지나가는데 비정규직 노동자가 핏켓과 현수막을 들고 서있었고, 경비들이 문앞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저도 십수년 현대차 비정규직 이었다가 지난 5개월전 정규직 채용된 사연이 있어 비정규직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날은 버스안에서 그 상황을 보고 지나쳤습니다. 바쁜일로 그냥 퇴근 했었습니다. 17일(금) 오후 퇴근시간이 되어 사내버스타고 정문앞을 지나는데 이번엔 정문이 닫혀있고 밖에서 소란스러웠습니다. 본관앞엔 더 많은 경비들이 서있는게 보였습니다.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 내려 밖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수출선적팀에 있는 이수기업 아시죠? 1년전부터 폐업소식이 들리더니 근래엔 폐업수순에 들어간다는 정보를 입수해 사실확인과 불법파견 업체 폐업하려면 종업원 모두 정규직 전환 시키고 폐업하든말든 하라고 농성하는데 어젯밤에 우리가 쪽수 딸리니까 본관앞에서 쫓겨났어요. 그 과정에서 경비가 밀어 조합원 한분이 다쳐 병원에 실려 갔어요. 그래서 오늘도 연좌농성 중인거구요."

앞면있는 한 노조간부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말자 갑자기 옛 일이 떠올랐습니다. 2005년경 현대차 하청업체 입사 5년차쯤 되어 겪은 오래된 일이었지만 아직도 그때 경비들에게 집단폭행 당한걸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그때도 저녁무려 본관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수십여명이 모여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당시 1인 시위용 몸벽보를 걸치고 옆에 조용히 서있었는데 느닷없이 경비간부가 다가오더니 "어이 변창기 너 건방져" 하면서 다짜고짜 저의 몸벽보를 잡아 당겼습니다. 앞으로 넘어졌는데 갑자기 여러명의 젊은 경비들이 저에게 우루루 달려들더니 저를  발로 마구 짓밟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아닌척하고 모두 제자리로 들어가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일어서서 정신 차리고 보니 누가 나를 마구 짓밟았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겉은 멀쩡했지만 가슴쪽이 아파 2주 정도 고생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후 저는 경비들이 두려워 한동안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현대차 정문앞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지난 17일 금요일 오후에 현대차 정문앞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들. ⓒ 변창기

저는 그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쩌다 다치고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18일(토) 특근을 마치고 앞면있는 비정규직 노조 간부가 알려준 00병원으로 김성종(41) 조합원을 만나러 갔습니다.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고 걸을땐 많이 절며 걸었습니다. 그는 2000년 9월초에 입사하여 지금까지 다니고 있었습니다. 병실을 나와잠시 다른 장소로 옮겨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작년 초에 노조가입 했어요. 수출선적은 외진곳에 위치해 비정규직 노조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예요. 저도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가 터진지 13년이 되어서야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가입 한것만 보더라도 그곳이 얼마나 노동조합의 불모지인지 알수 있을 겁니다."

언제부터 노조활동 했는지 물어보니 그리 답변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어 다치게 된 경위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1년전부터 우리업체가 폐업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어요.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다싶어 조합원,비조합원 할것없이 폐업을 막아보자는 취지로 선전전을 계속해 왔었어요. 지난 16일(목) 오후에도 그 연장선상에서 퇴근시간에 맞춰 본관앞 농성을 하게 된 것입니다."

10년 넘게 다니다 정리해고된 현대차 업체 경리 노동자들 지난 17일 금요일 오후 여러 유형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문앞에서 농성을 했습니다. ⓒ 변창기

5명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본관앞에 모여 현수막과 핏켓을 들고 본관앞에 서있는데 20여명의 경비들에게 모 경비관리자가 "핏켓 다 뺏고 다 들어내"라 말하자 경비들이 달려들었다고 합니다.

"옆에 정규직 해고자가 서있었고 이건 조합활동 방해다. 정규직이라도 이럴거냐면서 우릴 도왔으나 경비들은 책임자의 명령만 따르더라구요. 경비들에게 난 장애인이다. 또 얼마전 다리를 다쳤다. 밀치지 마라. 다친다.고 몇번을 반복해서 소리 쳤는데도 저를 밀쳐 버렸어요. 넘어지면서 다친 발목을 더 다치게 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김성종 조합원은 갑자기 폰으로 온 문자를 보여주었습니다. 문자는 비정규직 노동조합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17일(금) 밤 10시경 온 문자엔 업체폐업 관련한 문제에 대해 현대차와 합의 하여서 농성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 경비대의 폭력으로 병원에 입원한 피해 조합원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게 좀 속상하네요. 저는 현대차 경비들에게 피해를 당했는데 병원비를 금속노조에서 대준다하고 2주동안 치료기간엔 출근을 못하니 무급처리 될거 같은데 걱정이네요. 현대차에서 책임져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무런 도움이 못되어 주어 저도 속상했습니다. 부상당한 발목 치료에 대한 병원비도 현대차에서 물어주는게 맞고, 병가에 대한 임금보전도 원청사에서 책임지는게 맞다고 보는데 그건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생각인거 같습니다. 대화중에 그가 피곤해 보였습니다. 어렵고 힘들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노조활동을 왜 시작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노동조합 활동이 그에겐 큰 의미가 되고 있는거 같았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설움으로 정말 열심히 일하며 살았지만, 얼마 되지 않은 월급 받으며, 매번 근로계약서를 쓰며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감에 견디지 못해 가입을 했구요. 제가 투쟁하는 이유는 회사가 노동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를 숨기고 착취한다는걸 알았고, 저도 대한민국의 법대로 라면 정규직이고 전환을 받아야 하는게 당연하다는걸 알기에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 입니다."

병원 입원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현대자동차가 정당한 노조활동을 방해하다 발생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병원 입원. 현대자동차는 책임이 없는가? ⓒ 변창기

노사합의로 폐업위기 업체는 폐업수순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노동탄압으로 병원신세를 져야하는 한 노동자는 당분간 힘든 나날이 이어질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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